▲ 제주도를 방문한 일본인 명상 여행단들이 제주시 '삼성혈'에서 명상 수련을 하고 있다.

대문, 거지, 도둑 세 가지가 없는 삼무(三無)의 섬 제주도. 서로 가진 것을 나누기에 거지도 도둑도 없으며 그렇기에 대문도 필요 없는 나와 네가 하나인 정신은 한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 정신'이다. 이 제주의 홍익 정신을 체험하러 일본인 관광객 100여 명이 지난 12일부터 2박 3일 간 명상 여행에 참가했다.

이토우 수요쿄 씨는 볼리비아의 피리 케나(Quena) 연주자이다. 케나는 잉카 인디오들이 쓰던 민속 악기로 한국의 단소와 비슷하게 생겼다. 주로 남미의 빠르고 신나는 리듬만 연주하던 이토우 씨는 이번 명상 여행에서 신기한 체험을 했다. 여행 3일 차 되던 날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군산오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깊은 명상수련을 하던 중 배워본 적도 없던 명상 음악을 연주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밴드 활동을 하며 20여 년간 케나를 연주했습니다. 군산오름에서 사람들이 명상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다 불현듯 연주를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즉흥적으로 연주했네요."

▲ 케나 연주자 이토우 수요코 씨

최근 이토우 씨는 24년 전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한국의 명상수련을 소개하며 한국의 '율려'와 '풍류도'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토우 씨는 풍류도에 대해 듣는 순간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이번 명상 여행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전까지 음식이 맛있다는 것 외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어요. 하하하"

이토우 씨는 최근 일본에서 장애인을 위한 연주 음반을 만들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음반 판매를 할 수 없게 돼 여러 곳에 무료로 배포했다. 그는 고생해서 만든 음반을 팔 수 없게 되자 무척 속상했다. 그런데 이번 명상 여행에서 이토우 씨는 팔지 못했던 음반에 대해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 음반을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어서 제주도까지 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거죠. 음반을 무료로 배포한 것에 대해 제 영혼이 매우 기뻐했음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을 더 많이 해야 겠어요."

▲ 이토우 수요코 씨가 '군산오름'에서 연주한 영상이다.
그는 이날 난생처음 명상음악을 연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