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 자리한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을 방문하는 이는 늠름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날 수가 있다. 코리안스피릿은 이 이순신 동상을 세우는 데 큰 기부를 했고 지금도 충무공 정신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는 박덕진 (재)충렬사 이사장(대행, 66세)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평생 충무공 지킴이로 보낸 인연

▲ 박덕진 (재)충렬사 이사장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쉴 실버스타인의 작품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한 그루의 나무가 소년이 청년이 되고 노년이 될 때까지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소년은 박 이사장으로 이순신 장군은 나무가 되어 한 평생을 같이 보냈다.

이야기는 이렇다. 통영에서 태어난 박덕진 이사장은 어릴 적부터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있는 충렬사에서 놀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청년이 되어 어망제조업으로 30년간 일하게 됐다. 당시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이가 충렬사 이사장으로 있어서 자연스럽게 충렬사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일도 하고 지역에서 궂은일,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상공회의소에서 24년간 봉직하기도 했다.

이제는 반백의 노신사가 된 박 이사장. 그는 최근 고성으로 이사해서도 다른 직함은 모두 내려놓았지만 충렬사 이사직은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몸은 충렬사를 떠났지만, 그의 마음은 어디에 있으나 뿌리 깊게 자란 충무공 정신을 간직했던 것이다.

국학을 만나 이순신 장군상을 세우기까지

박 이사장은 9년 전에 아내와 사별하고 그 해 국학을 만나 민족혼 수련을 다녀오게 되었다고 한다. 국학원이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알고 매년 10만원씩 후원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8년 충남 천안에 우리나라 최초로 역대 건국시조와 위인 동상을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건립을 할 당시 경남지역 국학 활동가들이 이순신 장군상을 세우자고 할 때 2천만 원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때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당시 충렬사 임원으로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충렬사 이사장과 간부 15명을 대동하고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개원식에 참석했고 이순신 장군상도 같이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박 이사장(대행)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현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면서 상임이사로서 직무대행을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재)충렬사 사원들이 이번 기회에 민족혼 수련을 받고 충무공 정신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들이 직위를 탐내는 것은 안 된다며 충무공과 같은 애국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화통화 내내 통영과 충렬사에 대한 애정과 자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충렬사는 매년 4월 28일 충무공 탄신제와 8월 14일부터 3∼4일간 열리는 한산대첩 축제를 가장 큰 행사로 꼽는다.

이 제전행사에는 고유제(告由祭: 개인의 집이나 나라에서 큰일을 치를 때나 치른 후에 그 사정을 신명에게 고하는 제사)를 올리는데, 제관 3명 중에 초헌관은 통제영 관련 역사기록에서도 해군참모총장에 해당하는 해군장성이 집전한다. 아헌관과 종헌관은 통영시장이나 충렬사 이사로 선정한다.

박덕진 이사장은 “충렬사에 제사를 올려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2명이 있다. 첫 번째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제사를 지냈고 지난 2006년도에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산대첩 고유제를 지냈고 이후 대통령이 됐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통영에 방문하면 꼭 충렬사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충무공과 한평생 보낸 그의 사랑은 누구를 만나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 통제충렬사는 어떤 곳인가?

▲ 경상남도 통영시 충렬사 정문. 우리나라 최초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신 곳이다
통제충렬사는 이순신 장군 사후에 민간이 최초로 건립한 것으로 그 유서가 깊다. 1606년 창사(創祠) 이래 역대 통제사가 관리해 왔으나 1895년 군제개혁에 따라 통제영이 폐영되고, 1910년 경술국치를 거치는 동안 관리주체가 소멸되어 이충무공의 제향이 단절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고 한다.

1919년 삼일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이곳 유림들과 지사들이 중심이 되어 충렬사영구보존회를 설립하여 폐허가 된 사우를 중수(重修)하여 제향의 맥을 이어가게 된 것이 현재의 재단법인 통영충렬사의 전신이 된다.

1951년 재단법인으로 승격된 이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향사를 받드는 일을 본지(本旨)로 하고 장군의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위업을 선양하는 일을 본 재단의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춘·추향사(음력 2월 중정·8월 중정일), 탄신제(양력 4월 28일), 기신제(양력 12월 16일) 그리고 한산대첩고유제(양력 8월 12일), 모두 다섯 번의 제향을 전통 유교법식에 따라 받들고 있으며 기신제 (忌晨祭: 돌아가신 날 제사)는 부속사당인 착량묘에서 따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