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이제 웰빙시대. 눈으로 보는 여행에서 이제 명상으로 느끼는 여행이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아가는 요즈음. 호흡과 명상으로 제주를 새롭게 느껴보는 테마여행이 있다. 제주무병장수테마파크의 전문명상가이드 정보영 힐링트레이너와 함께하는 명상여행을 코리안스피릿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

▲ 제주 납읍리 난대림 금산공원 산책로. 예로부터 양반들이 시를 짓거나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이용되어왔다. 평지에 남아있는 보기 드문 상록수림 지대로 나무의 종류는 단순하나 전형적인 난대림상을 이루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울 높아서 문화재(천년기념물 제375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제주는 한대림 난대림 열대림이 함께 공존하는 섬이다. 특히 아열대 지방에 분포하는 상록 활엽수가 우거져 있는 애월읍 납읍리의 납읍난대림지대는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에도 그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북제주군 서부지구에서 평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난대성 식물 60여종이 자라고 있어 살아있는 난대림박물관이다.

아직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2천 평의 울창한 상록수림 속에 있으면 가히 제주의 숨어있는 비경이라고 할 만한 곳으로 천연기념물 375호로 지정되어 있다. 무병장수 테마파크의 힐링 트레이너는 단식프로그램이나 자연명상프로그램을 할 때 늘 다녀오는 명상코스라고 한다. 테마파크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니 가깝기도 하거니와, 사시사철 초록의 물결이 반겨주니 나무 명상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란다.

힐링트레이너의 안내에 따라 난대림 정글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공원의 입구에서부터 나무 계단이 구불구불한 숲 길을 따라 잘 정비되어 있어 산책하기 참 편한 공간이다. 잘 가꾸어진 밀림 속을 돌부리 나무뿌리에 걸릴 걱정없이 걷기명상할 수 있게 해 놓은 곳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가… 걸음과 함께 호흡을 해보세요.”

힐링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걷기명상을 해보았다. 처음엔 호흡을 의식하면서 걷는다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부자연스러웠지만, 몇 번 하다보니 걷는 리듬에 맞춰 호흡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몸의 혈을 다 열고, 온 몸으로 호흡하듯이…” 트레이너의 주문이 점점 늘어난다.
이게 말이 쉽지, 숨쉬기 운동이 쉬운 게 아니다. 트레이너가 내 상태를 보면서 지도를 해주니 어느 정도 따라하는 것이지, 혼자서 이걸 하라고 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의식하며 호흡한 적도 없었거니와 이런 감각을 써본 적도 없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안해 본 것일 뿐. 제발 나의 감각이 깨어나고 살아나길 바라면서 걷기명상을 따라 해 본다.

이렇게 호흡에 집중하며 걷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멈춘 시간과 공간 속에 내가 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나무들이 내가 호흡하는 것을 도와주는 듯했다.

한 호흡 한 호흡 내쉴 때마다 찌릿찌릿 전기같은 느낌이 온 몸을 타고 흐르고 마음은 어느새 편안해졌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볕도 초록빛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다.

한참 호흡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영화 <아바타>의 밀림 속 같다. 물론 곶자왈(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전 세계 유일한 제주의 독특한 생태환경)만큼은 아니지만, 독특한 나무들이 몇몇 눈에 들어왔다. 걷기명상을 잠시 멈추고 주위 나무 구경을 해본다.

▲ 금산공원 안에 있는 보리밥나무, 엿가락처럼 길게 휘어진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무 사이로 별난 메모가 눈에 띄었다. 풍경사진과 함께 좋은 글귀를 정성껏 적어 비에 젖지 않도록 코팅을 하고선 끈으로 나무기둥에 묶어두었다. 분명 자연훼손이니 관리사무소에선 하지 않았을 터. 누군가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라도 전하고 싶었나 보다. 이걸 보고 트레이너가 재밌는 입담을 늘어놓았다. 사연 있는 누군가가 꾸준히 달아놓는데, 관리인이 떼어가면 또 달고 떼어가면 또 열심히 달아 놓는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그 누군가가 자신의 사연을 코팅해서 나무에 걸어두었는데 그 사연인즉 이렇다.

6•25전쟁이 났을 무렵 자신(사연을 걸어놓은 분)과 마을 청년 몇몇이 학도병으로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단다. 나라를 위해 몇 년간 열심히 싸웠는데, 다행히 목숨을 건져 마을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단다. 하지만 전쟁후유증으로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이 곳에 와서 지친 마음을 달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들은 이 곳과 이 마을 사람들에게 좀더 유익한 일을 해야겠다고 뜻을 모아 올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길을 내고 돌과 나무를 나르면서 어느새 몸과 마음도 회복이 되고 이렇게 좋은 올레길이 만들어지게 되었단다. 덕분에 그들은 전쟁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연을 듣고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연을 전한 그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이 곳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음이 느껴졌다. 아직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하면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사연 덕분일까? 난대림지대의 치유의 힘에 왠지 믿음이 간다. 걷기명상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처럼 이곳의 나무들은 진정 인간이 좀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거닐었다면 난대림지대의 진면목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혹시 마음을 추스리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곳에 와서 명상을 해보라.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 '저 나무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금산공원 안에 마련되어 있는 사당.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되어 있는 납읍리 마을제를 지내는 곳이다. 제주도의 마을제는 남성들이 주관하는 유교식 제사와 여성들이 주관하는 무속식인 당굿이 병존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제주 무병장수테마파크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49
교통 : 제주국제공항에서 중문방향 평화로(1135) 이용
문의 : 064-799-9983, 7720 / www.jeju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