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 못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며) 울고 가네."

500년 전, 부인을 아꼈던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편지를  국가기록원이 복원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安定羅氏) 묘에서 미라와 함께 출토된 조선시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한글 편지를 복원했다.

▲ 복원전 편지
▲ 복원한 신창맹씨 한글편지 <사진=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이 편지는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 분묘 이장 중 나온 것으로, 나신걸(羅臣傑 15C중반~16C전반 추정)의 부인 신창 맹씨(新昌 孟氏, 생몰년 미상)의 목관 내에서 미라, 복식, 명기 등과 함께 출토되었다.
국가기록원은 이번에 복원한 편지를 소장처인 대전선사박물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조선시대 한글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순천김씨 묘 출토 한글편지(충북대박물관 소장, 1555년)보다 앞선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편지는 발굴 당시, 총 2점이 접혀진 상태로 신창 맹씨의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당시 함경도 군관으로 나가 있던 남편이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의 뒷장에 받는 사람이 '회덕 온양댁'이라고 수신인이 적혀있다.

신창 맹씨는 평소 남편에게 받은 선물과 같이 간직하다가, 그녀가 사망하자 평소 고인이 아끼던 편지를 함께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전반 장례문화, 복식문화, 한글고어 등 그 당시의 생활풍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편지에는 나신걸이 멀리 함경도 경성(鏡城) 군관으로 부임하면서 부인 신창맹씨에게 안부와 함께 농사와 소작 등 여러 가정사를 두루 챙기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본문 중에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하며) 울고 가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분과 바늘은 매우 귀한 수입품이어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알 수 있다.

또한, 편지에 보이는 고어 한글은 매우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정갈하게 썼다. 특히 16세기에 주로 사용되었던 경어체인 '~하소'라고 적어 조선 전기 부부간에 서로 존칭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부부간의 소통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고 있는 이 편지는 오랜 기간 매장되어 있었음에도, 산소가 차단된 채 한지에 써 원형을 그대로 간직했다. 

 

그러나 재질이 많이 약화되어 그대로 둘 경우 원본 훼손이 우려되어 보존처리했다. 우선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취약한 재질을 보강하기 위해 비슷한 재질의 한지로 배접을 하였다. 복원처리가 완료된 기록물은 취급이 어려운 재질의 기록물 보존에 유용한 초음파 봉합처리(Ultrasonic Encapsulation:보존용 필름사이에 기록물을 넣고 초음파로 봉합하는 기법)를 실시하여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복원된 기록물은 전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복제본을 제작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부부의 날을 맞아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은 당시의 기록물을 복원할 수 있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하며, 조선시대 언간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에서는 소장 기록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기록물에 대해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간 3·1독립선언서를 비롯하여, 4·19관련 기록물 등 중요 기록물 71건을 지원 해왔으며, 2012년도에는 독도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대외 국권수호 등 영유권 관련 지도류’에 관한 복원·복제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