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택 휘 국학원장 / 한양대 석좌교수

인도는 간디의 지도 아래 전개,
3.1독립의거는 2천만 민족공동체  모두가 지도자인 동시에 주체
3.1정신은 홍익인간 이념에 뿌리, 한국의 미래발전의 원천


조국의 산하에 올해도 어김없이 봄기운이 피어나는 3월이 오고 있다. 3월은 우리들에게 봄의 향기에 취하기에 앞서 민족의 자주와 자존과 자유를 위해 온 겨레가 하나가 되어 분연히 일어섰던 자랑스러운 역사 앞에 다시 한번 머리를 숙이게 하는 3.1절로부터 열린다. 서울 종로의 탑골 공원 앞을 지나노라면 1919년 3월 그 날의 우렁차고 숭고한 함성이 새삼 귓전을 때리며 가슴에 파고 든다.

우리겨레의 위대한 응집력을 세계만방에 보여준 3.1독립운동은 세계사의 진행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명백하고도 확실한 근대정치이념 위에서 전개된 것이다.

그것은 첫째 모든 민족과 국가의 자주와 독립을 존중하고 나아가 이들이 공존공영할 수 있는 세계체제를 건설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강대국이 되기 위한 패권적 팽창적 민족주의나 제국주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모든 민족과 국가가그 자존을 보장받는 세계를 건설해야 한다는 정치적 이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사에 나타난 수많은 민족독립운동의 이념들 가운데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류 보편의 상생주의적 정치사상이다.


둘째 3.1운동은 평화주의를 그 기본적 이념으로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비폭력, 비타협을 원칙으로 하는 높은 차원의 민족적 저항운동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전개된 인도의 독립운동 역시 비타협 비폭력의 반제 반식민 독립운동이었다. 인도의 독립운동은 간디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사티아그라하(satya graha) 이념에 따라 억압자에 대해 원한과 폭력을 배제하고 저항하여 억압자의 죄악을 바로잡는다는 원칙 아래 비폭력 불복종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것이었다. 인도의 독립운동은 위대한 지도자 간디의 지도와 영향 아래 전개된 저항운동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3.1독립운동은 수많은 지도자들의 선도와 희생 위에서 전개된 항일독립운동인 동시에 2천만 우리 국민 모두가 그 어느 누구의 지시 없이도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비폭력 비무장의 원칙을 지켜가며 치열하게 감행해나간 민중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3.1독립운동은 근본적으로 2천만 민족공동체구성원 모두가 지도자인 동시에 그 주체였던 것이다.

셋째 3.1독립운동은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하나의 혁명적 획을 그어준다. 독립선언서에서 천명하고 있듯이 향후 독립한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는 민주공화정이라는 역사적 변혁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천명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의 우리 겨레가 이미 세계사의 대하적 흐름을 인지하고 민주정체의 수립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바꾸어 말하면 3.1독립운동의 또 하나의 혁명적 성격은 민주주의 이념을 지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3.1운동 직후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그 임시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정임을 선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른바 강대국의 정치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 시민혁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의 과정을 거처서 민주주의 정체를 쟁취한 사실에 비교하면 3.1독립운동의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넷째 3.1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그것을 다시 확립하고 계발하고자 하는 정체성 회복 운동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그 어떤 세력보다도 일본의 침략주의에 의해서 결정적으로 훼손되고 멸실되고 침탈당했다.

우리의 역사는 대외적으로는 외적의 침입으로 물든 역사이며 대내적으로는 분열과 대립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역사라고 왜곡하고 우리의 전통문화는 중국의 아류에 불과하여 선진화된 일본에 의해 개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로서 우리의 문화를 폄하하는 공작에 일본 제국주의가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3.1독립의거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고양하는 새로운 전기를 이루는 것이었다. 전통문화를 송두리째 상실당한 민족이나 국민은 이미 그 독립의 기초를 잃고 있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3.1독립운동의 이념적 정향은 이와같이 열린 민족주의 이념에 의거한 만국 상생주의, 비폭력을 원칙으로 하는 평화주의, 전근대적 정치체제를 청산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훼손되고 침탈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세우는 정체성 회복을 지향한 이념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러한 이념과 정향은 결국 우리 겨레가 5천여년 동안 우리 겨레의 자주적 존재원리로, 그리고 민족공동체의 운영원리로 간직하고 지켜오며 발전시켜온 홍익인간의 이념에 뿌리를 두고 또 그것에 일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홍익인간의 이념이 곧 상생주의, 평화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 존중을 기본적 가치로 내포하고 있는 인류 보편의 생존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의 이념은 3.1독립운동의 정신으로 새롭게 만방에 밝혀졌으며 그것은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의 이념적 원천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