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역사로, 고조선

 

▲ 이종호 박사

 

'삼국유사'에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로 동굴에서 버티다가 사람으로 변한 이야기, 전설이나 신화로 치부되던 단군이야기는 책으로만 보면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이종호 박사(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는 지난 15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국학원 106회 국민강좌에서 문헌이 아닌 유물과 유적이라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고조선을 새롭게 볼 것을 주문했다.

이 박사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국사 교과서에 단군 고조선 건국에 관한 기록이 바뀐 사례부터 소개했다.

2006년 판에는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기원전2333)’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2007년 판에는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글자 3자가 빠졌다. 앞에는 ~하더라 식의 말이다. 신화로 본 것이다. 그러니까 역사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 주류였다. 이제는 정확히 건국하였다고 바뀌었다. 신화에서 역사로 바뀐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나오는 고조선 개국을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며 조목조목 근거를 대기 시작했다.

국가성립의 첫 번째 근거는 고인돌이다. 전 세계 5만여 개 고인돌 중 80~90% 이상이 한국에서 발견된다. 고인돌이 자체를 청동기 시대에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언양 고인돌은 무게만 400톤에 이른다. 고인돌을 만들려면 성인 4,000여명이 한 달간 일을 해야 하는데, 그의 가족 4인을 포함하면 총 20,000명의 생계를 책임질 우두머리가 존재했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성벽이다. 300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평양 황대성은 5,000년 전에 건립된 것으로 보며, 그 위에 고인돌은 4,500년 전이다. 모두 고조선 시대의 건축물로 볼 수 있다. 이어 이 박사는 고인돌 중에서도 평남 용덕리 고인돌에 주목했다. 당시 별자리는 누구나 관찰할 수 있지만, 이를 기록하고 후대로 전수했다는 것은 전문 직업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파형 동검, 잔무늬거울, 빗살무늬와 민무늬 토기 등이다. 잔무늬 거울의 경우 13,000개의 선이 발견되며 그 섬세한 청동기술은 현대의 전문가들도 복원이 어렵다고 할 정도로 기술이 높았다.

 

▲ 고조선 건국은 왼쪽부터 고인돌, 성벽, 별자리, 비파형 옥검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제공=이종호 박사]

 

동북공정, 중국의 역사편입 노골화

이종호 박사는 중국이 ‘21세기 대중화주의 건설’ 차원에서 자국문화로 흡수하려는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박사는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과거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며 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 등이 1995년부터 단계별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알려진 ‘3황 5제’도 역사로 편입됐다. 이 때문에 중화문명은 이집트나 수메르 문명보다도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세계 4대 문명보다 앞서는 새로운 문명권으로 요하문명론(遼河文明論)이 제기된 것이다.

중국은 그들의 시조인 황제와 전욱에 이어 동이족으로 인정했던 치우도 언제부턴가 동상을 세우면서 역사침탈이 노골화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요하에 발견된 유물을 제시하며 “중국 측이 그동안 고조선의 근거지로 예상하였던 곳에 5,000-5,500년 전 ‘신비의 왕국’이 존재했으며 이것을 기반으로 중국은 기원을 ‘중화5천년’으로 올렸다”며, “신비의 왕국이 있었던 광대한 지역인  하가점 하층문화에서 약 4,200-3,500년 전 국가 체재가 존재했으며 이들은 적석총, 비파형동검, 빗살무늬토기, 옥기 등을 사용했다. 이를 근거로 고조선 중심지는 요령성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이종호 박사는 우하량의 적석총과 한국의 적석총의 자료사진을 보여주며 고조선의 중심지는 요령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자료제공=이종호 박사]

 

한편, 국학원은 6월 1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바람타고 흐른 고대문화의 비밀 』의 저자 정현진 역사연구가를 초청해 ‘환웅세력의 이주와 홍산문화’를 주제로 107회 국민강좌를 개최한다.

국학원 측은 “단군의 고조선 개국과정에서 환웅 세력이 유라시아 대륙을 이동한 경로와 역사 문화적 흔적, 환웅세력이 웅녀족과 만나는 데 이르기까지 역동적인 역사를 그려낼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