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장영주 국학원장(대)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26일 충남 논산의 강경여고(현 강경고)에서 시작되었고 1965년에는 민족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였다.  선생이란 먼저 태어났기에 먼저 정보를 획득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일본인은 師, 師匠, 先生으로, 중국인은 师, 老师, 师傅(사부)로 부른다. 우리도 '스승 사師' 라고 하여 사군師君, 존사尊師라고도 높여 부르기도 한다. 사전 적 의미로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주는 사람'이란 뜻이고 그와 비슷한 의미로 제자를 가르치는 선생先生님도 있다. 영어로는 teacher이거나 master 라고도 하고,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구성원을 1대1로 지도하여 멘티(Mentee)의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사람을 멘토(Mentor)라고 한다. 우리의 사제지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제지간의 의미가 옅어지면서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이 무너지는 소리가 이미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으로 지식을 검색하는 세태에 그나마 '정보의 선(先)습득'으로 유지되던 선생의 권위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귀중한 지식의 전달과 인성의 연마로 보전되어야 할 배움의 전당에서 지식도 인성의 필요성도 사라지니 정글처럼 왕따와 폭력이 판을 친다. 삶의 최우선 가치가 완성(完成)이 아닌 성공(成功)으로 사회의 상, 하, 전, 후, 사방에 강력하게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스승을 '구루(Guru)', 제자를 '시크(Sikh)'라고 한다. 자식이 구루가 되면 아버지도 무릎을 꿇고 자기 자식의 발에 입맞춤을 하면서 '자식의 제자'로서 존경을 표한다. 아름다운 일이다. 현대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깨달음의 스승과 제자 문화'의 복원이다. 스승님이란 높이 '솟은 님' 란 의미로 온전한 우리 천손(天孫)의 글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남달리 거룩하다.  민족에게는 '스승'이란 단지 정보와 정서를 거래하는 의미만이 아니며, 또한 아무나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승은 우주본성의 기운을 통해 우주의식과 합일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은 제자의 정신을 밝혀주고 길러주는 이로써 제자의 정신을 길러주는 부모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라는 말은 우리 가슴속에 내재되어 흐르는 스승에 대한 마음이다. 가슴 뛰도록 놀랍고도 기쁜 우리의 문화이다.

 평북, 함경지역의 방언으로는 무당을 스승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민족에게는 아득한 옛날부터 삶과 죽음의 전체를 알려주는 '영혼의 스승'이라는 의미가 짙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큰 거래와 계약은 법을 주고받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스승은 나-제자에게 우주의식을 알려주는 분이고, 자신의 깨달음을 광음파(光音波)를 통해 전달하는 분이고, 도맥, 법맥을 이어 전하고, 제자의 영적 성장을 돌봐주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깨달음이라는 영적 성장의 목표가 없으면 스승, 제자의 관계는 존재할 의미가 없다. 스승은 제자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스승과 제자의 신의는 영적인 성장과 직결된다. 스승은 아무 조건 없이 천지의 큰사랑으로 제자를 받아 준다.

 이렇게 스승과 이루어진 거래는 천지부모를 대신한 신성한 것으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약속이다. 나이, 성별과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거래는 곧 깨달음의 거래이다. 스승과 제자는 영적인 결혼의 관계로 한번 맺은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 펼쳐야 될 '오락'만이 아닌 '거룩한 가치로서의 한류(韓流)'의 핵심이기도 하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삶'이 곧 자신의 인간완성 대명제임을 깨달을 때, 우리를 짓누르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러므로 생사를 넘고 '깨어져 도달'한 자신의 모든 것, 곧 '깨달음'을 제자에게 전해 줄 스승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승의 날을 맞아 '나에게는 그런 스승님이 계시고, 나는 그런 스승님의 제자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러한즉 당신은 그러한가?
 (사)국학원 원장(대), 한민족역사문화공원 원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