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예술원 근처에 근사한 도인이 한분 있어 소개한다. 9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흰 옷에 허연 수염을 휘날리는 도인 일암 강희목 선생이다. 한 평생 양심회복 운동을 펼쳤고, 아직도 젊은이보다 더 정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 나이에도 농사를 짓고, 뒷산에 다니면서 약초도 캐고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 사진 = 일암 강희목 선생님

 

옆집에 놀러가듯 일암 선생을 찾아가면 말씀이 늘 변함없이 한결같다. 늘 양심을 이야기하신다. 나도 50줄이 넘어섰는데 일암 선생이 보기에는 젊어 보이는지 “선풍 선생이 일을 해야지. 아주 좋은 나이여. 내 못 다한 일 좀 해주게” 하면서 부지런히 무언가를 알려준다. 한 개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니 하루를 꼬박 새우면서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하루는 가을에 추수한 서리태 콩을 다듬고 있었다.
“선풍 선생! 이게 서리태 콩이야 까만 콩, 이게 참 좋은 거네. 내 건강비결 하나 알려줄까 ?”
하더니 콩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암 선생이 하는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 보았다.

콩이 되기 위해서는 물, 온도, 흙, 거름 모두 필요하다. 추수를 하고나면 뿌리, 잎, 줄기 모두 필요 없다. 농부는 콩알만 추수해 가지고 간다. 그 콩알이 양심이다. 양심 없는 사람은 다 사라져버린다. 종자 콩은 마대 속에 들어가야 한다. 마대 속에 못 들어가면 쥐가 먹거나 썩어버린다. 양심자는 영생하지만 비(非)양심자는 탄생되지 않는다. 할 일 이 생각나면 즉각 바로 해야 한다. 하루 미루면 10일 지나가고, 10일 지나가면 100일이 지나가버린다

일암 선생의 친척이 한 분 있다. 그는 평생 남의 과일 한 개도 따먹지 않고, 짐승한테도 욕도 하지 않았다. 호주머니에 서리태 콩 몇 알씩 넣고 다니다가 먹었는데 장수를 했다고 한다. 어쩌다가 말을 하면 “우리 동네가 금년도에 무사해서 참 좋다!” 이 한마디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도인이었어”

일암 선생은 서리태 콩이 아주 좋다며 2년간 꾸준히 먹었더니 머리에 까맣게 털이 나온다고 머리를 내민다. 그러더니 이번엔 바지를 끌어내리며 “이곳도 까만 털이 났지. 90먹은 내가 그 곳이 솟아오른단 말이야. 참 놀랍지?”하며 자랑한다.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얼른 바지춤을 올리고는 멋쩍게 웃는다. 좋은 비법 좀 알려 달라 청하니 “따라와 봐”하며 이번엔 방으로 나를 이끈다.

콩을 2년간 먹다가 생각해보니 방법을 바꾸어 까만 콩, 까만 깨, 까만 옥수수, 흑미, 까만 오가피 열매 그리고 선생 아들이 이번에 딴 까만 밤 꿀을 섞어서 환을 만들었단다.

 

▲ 사진=일암 선생이 주신 보물, 일명 정력환

 

정력환을 얼마간 식사대용으로 먹어보니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자랑을 했더니 주위에서 모두 내놓으라 한다. 뭐가 있어야 주지.

찾는 사람이 많다고 유기농으로 재배해 만들면 좋겠다고 했더니 '대둔산 영농일지'를 쓰는 서영준 님이 작년에 열심히 농사지어 20개쯤 만들었다 불티나게 나가서 지금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확실히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올해 유기농으로 농사를 열심히 짓고 있는데 몇개나 만들려나. 얼른 예약해야 올해도 정력환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오늘 비밀공개를 다 해서 사업하기는 틀린 듯한데 어쩌나.

며칠 전에 그곳에 가보니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다 조금 다쳤단다. “자식들이 내 오토바이 없애버렸다”고 아쉬워하는 일암 선생의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오면서 오랫동안 건강하길 기원했다.

마지막으로 일암 선생이 직접 지은 시를 올린다. 삶 자체가 시이며 시인이다.

      < 천하대업 인류구제 양심으로 >
         우리는 일하러 왔네
         우리는 봉사하러 왔네
         우리는 희생하러 왔네
         우리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공자의 인덕으로
         석가모니의 자비로
         예수님의 사랑으로
         주라는 뜻 나누라는 뜻
         먼저 주고 빈곳에 주고
         정성 주고 마음 주고
         정을 주고 사랑 주고
         웃어 주고 받쳐 주고
         안아 주고 도와 주고
         협동하고 단합하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다
         곧 양심이 하는 일이다.


대둔산 풍류산방에서
선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