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적 문제를 넘어 생존 불안감 고조된 일본, 우경화(右傾化)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한창이던 지난 4월 11일, 일본 도쿄시 한복판에 있는 헌정기념관에서는 정부관료와 여야정치인, 보수단체회원 등 8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했다. 집회제목은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명)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도쿄집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는 일본 땅이니 정부는 얼른 나서서 영토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날 집회는 ‘다케시마∙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 시마네현민회의’가 개최했다. 이 단체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시마네현에서 출범했다. 집회에 참석한 인사들을 살펴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차관에 해당하는 야마구치 쓰요시(山口壯) 외무성 부대신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총리 보좌관 등이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초 방위장관(국방부장관)으로 재직했던 이치카와 야스오(一川保夫) 민주당 참의원간사장을 필두로 여야의원 49명이 참석했다. 다른 일정을 이유로 보좌관 등을 대리 출석시킨 의원도 13명이나 되었다. 행사가 열린 헌정기념관이 의사당 바로 옆에 있어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이 집회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가관이다. 야마구치 외무성 부대신은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이 문제는 끈기 있게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독도 영토문제 해결을 위해) 담당 부서 설치 요구 등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케시마를 찾으려면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고쳐야 한다” (히라누마 다케오 <일어나라 일본당> 대표), “(한국이) 우리 영토를 무력으로 침략한 만큼 개별적 자위권을 발동해야 한다” (사쿠라우치 후미키 <다함께당> 정책조사회 부회장) 등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졌다.

시마네현민회의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2월 22일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개최해왔다. 하지만 한 번도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적은 없었다. 

그랬던 일본이 변하고 있다. 올해 들어 고등학교 교과서검정과 외교청서(우리의 외교백서)를 통해 독도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주요 인사와 정치인들이 수시로 독도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우경화(右傾化)는 일본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본은 지난 6년간 6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郞) 총리 이후로 재임은커녕 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총리들도 여럿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사회 경제적 문제를 넘어 생존에 대한 문제까지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 내 리더십의 부재를 타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일본 내 보수 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내 일부 극우 세력의 발악(發惡)이라고 넘기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