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움직여보세요. 어깨도 움직이고요. 허리는 왜 가만 놔두세요. 몸이 풀려야 합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관장 신현욱, WWW.ilchiarthall.com)에서 3일 저녁 8시 올린 공연은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공연으로 진행됐다. 신현욱 관장이 풀어가는 '영혼의 춤과 노래'라는 영가무도(靈歌舞道)였다.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한바탕 놀다 내면에 있는 자신을 만나고 가는 무대로 진행됐다.

 막이 올라 신현욱 관장은 쾡과리, 피리, 일지휘슬 등을 연주하여 관객들의 흥을 돋우더니 나무처럼 부동자세를 지키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손을 움직여라, 어깨도 들썩뜰썩 흔들어라 허리도 틀어봐라, 주문을 쏟아냈다. 몇몇 관객들이 주위를 돌아보며 손을 들어본다. 어깨를 흔들라는  말에 몇몇이 어깨를 들썩인다. 고개는?  고개를 흔들어대기까지는 신 관장이 몇 번 더 말을 한다. 다시 연주를 하고 춤사위를 보이며 유도를 하자 그제서야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런 관객을 바라보며 신 관장은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공연을 해왔다. 이제는 여러분이 주인공이다. 여러분의 공연을 보고 싶다. 위치만 바뀌었다. 여러분이 객석에서 북을 치면 나는 무대에서 소고를 들고 춤을 추겠다."

그러고 보니 객석에 미리 북과 소고를 놓아 두었다. 흥이 나서 몸을 잘 흔드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북을 나눠주고 그보다 덜한 사람에게는 소고를 나눠주어 소고춤을 추도록 했다. 관객들이 모두 북과 소고를 들고 앉았다. 무대 오른편으로 모듬북이 등장하고 왼편으로 드럼이 모습을 드러낸다.

▲ 일지아트홀에서 3일 무대에 올린 영가무도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관객이 아닌 주인으로, 객석이 주인이 되는 무대다. 북을 칠 때는 몸에서 흥이 나서 손이 따라가야지 손이 먼저 가서는 안 된다. 먼저 흔들어야 한다. 어깨를 흔들고 허리를 흔들고 온몸이 통째로 움직일 때 그때 북을 친다."

그리고 시범을 보여주는데 공연장이 금세 신명난다. 관객들이 그 모습을 보며 북과 소고를 친다. 장단, 박자 무시, 마음대로 친다. 리듬을 타고 친다. 북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소고를 든 어깨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북소리가 요란하다. 이윽고 둥둥~둥 하며 멈추는데 뒤에 한 사람이 둥~! 하고 한 번 더 친다. 아차!

"늦게 북을 치는 것을 뒷북친다고 한다. 뒷북치는 사람은 자기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몸을 흔들면 생각이 멈춘다. 그리고 얼씨구 좋다하고 소리를 질러라. 다시 쳐서 꼭 맞도록 해보자."

이번에는 모두 둥둥~둥 하고 딱 맞는다. 무대와 객석이 모두 혼연일체가 되었다.

▲ 춤을 추되 닦아내는 춤을 추라, 북을 치되 비워내는 북을 치라. 내면에 밝은 것이 드러나리라.

 

"요새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여러분도 가슴을 누르면 아플 것이다. 가슴이 아픈 사람은 남을 많이 아프게 한 사람이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게 되면 심장의 열이 단전으로 내려가지 않고 머리로 올라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에는 기분풀이를 한다. 감정과 싸우면 이길 수가 없다. 그럴 때는 기분풀이를 해야 한다. 미운 사람 이름을 북에다 적어라 그리고 마구 두둘겨라."

다시 한 바탕 공연이 무대와 객석에서 벌어진다. 북을 놓고 춤을 추는 사람들도 서넛 나온다. 그런 이들을 신 관장은 무대 위로 불러 올려 제대로 놀게 한다. 무대 위에서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여성도 있다. 그렇게 또 한마당이 끝났다.

거친 숨이 잔잔해질 무렵 고요한 음악이 흐른다.

"미웠던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라. 원망했던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

호흡이 편안해진다. 상기된 얼굴에 웃음들이 흐른다. 술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이렇게 잘 놀 수 있다니.

"풍류객은 음주가무를 즐기고 풍류도인은 영가무도를 한다. 음주가무를 해도 신명은 흐르지만 내 몸과 마음이 밝아지지 않는다. 내 몸과 마음이 밝아지는 북을 쳐야 한다. 비우는 북, 닦아내는 북을 쳐야 한다. TV에 나오려고 치는 북이 아니다. 그것이 영가무도이다."

그렇게 비우고 닦아내면 자기 내면에 밝은 것이 드러난다. 신 관장이 이 영가무도 공연을 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그가 공연도 아닌 것이 수련도 아닌 것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신현욱 관장은 1996년부터 16년동안 5개국에서 3000여회 공연을 한 예술가이다. 세계 최고 공연장 미국 뉴욕 맨하턴 '라디오 시티홀'에서 '영가무도'를 공연한 바 있으며 2012년에 새롭게 기획하여 영가무도를 선보인다. 5월18일부터 7월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8시, 두 차례 공연을 한다.
문의 02)2016-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