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도를 하다 보니 별별 도인들과 만난다. 처음 서울 신사동에 '풍류도'란 간판을 달아놓으니 여러 도인들이 다 찾아 왔다. 무협지를 보면 고수들이 겨루기 시합을 하듯이 도 판에도 이런 것이 펼쳐지고 있었다. 누가 감히 '풍류도'란 간판을 달았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하면서 "'풍류도'를 알고나 걸어 놓냐"고 일침을 놓는다. "제주도 옆에 있는 게 풍류도냐"고…

  초기에는 막걸리 한 잔 거 하게 먹고 나면 겨루기가 끝났는데, 요즘은 쉽지가 않다. 세월이 흘러가니 점점 고수들이 찾아 온다. "나는 쇠를 잘라 먹기도 하고, 물체를 이동시키기도 하고, 이 손으로 콩 싹을 틔우기도 하는데… " 하며 시범을 보여주고는 "당신은 뭘 할수 있냐"고 대뜸 묻는다 ...  기선을 제압하려고 달려드는데 고수의 세계에는 한 방에 모든 것이 끝나는 법이다.

주머니에서 작은 일지휘슬을 하나 꺼내서 말없이 한 곡 불러본다. 살며시 눈을 치켜뜨고 상대를 바라보면 표정이 하나하나 변화하는 것이 감지된다. ''만파식적'' 의 피리소리가 상대의 감정의 파동을 쉬게 하면 피리를 멈춘다.

 제가 먼 능력이 있겠습니까 ?

 잘 노는 재주가 있다고나 할까 ?

괜찮은 고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대단하십니다. 나는 기를 움직였는데 당신은 신을 움직였으니 당신이 고수요.''

밤새도록 곡차를 나누면서 놀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어느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머리를 빡빡 깎은 사람이 피아노를 치고 , 윗옷을 벋은 사람이 머리에는 촛대를 달고 춤을 추고 한 사람은 살풀이를 하고 , 한 사람은 장승을 깍고 , 한 사람은 큰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최고의 고수들이 동 시간속에서 몰입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면서 돌아가는 퍼포먼스가 당대에 기인이 틀림이 없었다.

 나도 오기가 발동 했다. 세상에 겨루기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찾아보니 '임동창'이라고 했다. 마침 큰 행사가 있어 그 사람을 초청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나기로 결심을 했다. 고수를 잡으려면 어설퍼서는 안되고 확실하게 한 방에 격파를 해야 한다. 그 만큼 정보가 중요하다. 임동창의 개인 콘서트가 있다고 하기에 중앙일보 아트홀에 찾아 갔다.

시작종이 울렸는데 막이 올라가지 않고 무대 막 앞에 두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호흡 명상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막이 올라가지 않으니 주위가 조금씩 웅성웅성 해지니 그제서야 막이 열린다. 무대에는 피아노가 하나 있고 , 그 아래 돗자리가 깔려 있고 피아노는 안 치고 열심히 먹을 갈고 있다. 그 옆에 두 사람이 앉아서 호흡을 하고 있다 5분이 지나도 계속 먹을 갈고 있다.

가부좌를 튼 네 사람의 호흡이 점점 빨라진다 . 그리고 몸이 꿈뜰거리며 움직이고 조금 지나니 진동을 한다.리고는 데굴데굴 구르다가 거친 소리를 낸다. 그때 임동창은 주머니에서 탁구공을 하나 꺼내서 허공에 던진다.  데구르르.............. 네 사람 움직임이 조용해진다. 그제서야 붓을 들어 글을 쓰고는 일어나 피아노에 앉아 "여우야 여우야 뭐하냐'' 와 ''이 뭐꼬'' 라는 곡을 연주를 한다.

이틀 후 안성으로 그의 집에 찾아 갔다. 문을 두드리니 벌쭘하게 나를 본다.

"어디서 왔어요 ?" " 단학에서 왔습니다." "그게 뭐하는거요 ?"

"어제 서울에서 한 공연 잘 봤습니다" 하니 ''뭘 알아요 ? '' 하면서 퉁명스럽게 이야기 한다. "잘은 모르지만 그 흐름을 보니 '긴장과 이완'의 원리를 활용하여 무대에 올렸더군요" 하니, 눈이 동그래지더니 ''아 씨... 교수 XX X 들은 하나도 모르는데 당신이 대단하네" 하며 들어오라고 한다.

"단학 얼마나 했어요 ?"

"한 삼 년 한 것 같습니다" 했더니 삼 년에 이 정도면 그곳에는 대단한 고수가 있겠다고 한다. 나는 하수 쪽에 속하고 , 엄청 고수가 많다고 하니 놀랜다. 내 이야기가 통했던지 '' 살기좋은 우리나라'' 라는 노래의 악보를 주면서 한 수 알려도 준다. 그 후 대전에 큰 행사에 초청을 했을 뿐 아니라 잘 아는 사이가 되어 가끔 초청도 받는다.

고수와는 한 방에 끝내야 하고 한 방에 펼치는 원리와 법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후 그 사람의 인기가 차츰 높아지더니 EBS 방송에 고정 출연을 한다. 그리고는 야외 촬영을 보은 속리산에서 한다고 초청이 왔다.

두 번째 고수 그림 그리는 사람을 만나려고 속리산을 향 했다. 99칸 한옥집 선병국 고택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스러웠다. 음악소리에 맞추어 1분에 하나씩 그림이 그려지며 벽에 걸어진다. 그 신기가 놀라웠다.  잠시 후 대형 붓을 들더니 '으랏차차' 하며 그림을 그리는데 한 순간에 몰입을 시키는 경지가 있었다.  속리산 달마선원  범주 스님이었다.

"대단하십니다. 선화의 최고의 경지를 본 듯 합니다." 하니 "뭐하는 사람이요 ?" 한다.

"신사동에서 풍류도 합니다."

다음날 놀러오셨다. 이후 붓과 곡차 그리고 피리소리로 도인을 유혹하기 충분했고 이후 국학원 개원식때 삼족오 퍼포먼스와 국학원 정면에 ''홍익인간 이화세계'' 의 글을 걸게 되었다.

머리에 촛대를 달고 향춤을 추는 예술의 고수는 서울예술대 강만홍 교수다 . 얼마나 사람들의 기운을 잘 몰입시키는지 가르치던 학생들이 감흥해서 옷도 벗고 춤을 춘 바람에 10년간 모진 고통을 겪었다. 지금은 학교에 복귀해서 신명나게 살고 계신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곡차를 한 잔 하면서 강남 청담동 일지아트홀을 맡게 되었는데 도와달라고 했더니 흔쾌이 약속을 하신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라. 이 고수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해서 일지 아트홀에 콘서트를 한 번 해볼까 한다. 하수를 유혹할 때는 원하는 것보다 더 포장해서 유혹하면 넘어가지만 고수는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고수를 유혹할려면 정성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꾸준히 정성을 들이면 고수를 잘 쓸수가 있다. 하수는 거래를 하지만 고수는 품앗이를 한다. 고수는 잠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하수는 이익을 남기지만 고수는 사람을 남기는 법이다.

누가 날 유혹하려나 !

하수의 대접을 받을지 고수의 대접을 받을지...

새로운 고수들과 만남이 그리워 지는구나.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