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려장(高麗葬)’이라고 하여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는 설화가 있다. 예부터 효를 중시하던 우리 문화에서는 이해되기 어려운 풍습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뿌리인 선도문화에서 보는 입장은 다르다. 누구나 호흡과 명상을 통해 수행을 하여 지혜롭던 어르신들은 육체적 생명이 다하는 시기를 예측한다. 미리 후손을 모아 가르침을 주고 가진 것을 나누어 준 후 천화를 위해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국학원(천안시 목천읍 소재)은 오는 4월 5일 저녁 9시 4층 대강당에서 우리나라 국조 단군왕검께서 돌아가신 ‘어천절(御天節)’을 맞아 축제를 연다. 천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단군왕검께서 조선을 건국하여 첫 단군으로서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통치철학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경자년 음력 3월 15일 다시 하늘로 올라간 날인 어천절을 기념하여 개최된다. 천제 이후에는 전통 민요와 춤을 즐기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임권택 감독의 '축제'

 

고대 전통복식을 갖추고 천제단 주변에 쑥을 태워 정화하는 ‘번시례’, 주제자가 하늘을 여는 ‘시천’ 선언과 고천문 낭독, 촛불을 켜는 점촉, 정성스럽게 향을 올리는 분향, 포도주를 세 번 따라 올리는 헌작 등 한민족 고유의 천제 방식에 따라 진행된다.

우리 고유의 선도에서 ‘죽음’은 불교의 사후세계, 서양의 심판과는 다르게 본다. <뇌철학>(이승헌 저)에서 보면 “우리 문화에서 죽음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하고 ‘천화’라는 선도적 죽음의 개념을 설명했다. 태어나 홍익인간으로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여 인간완성을 한 후에는 천화를 한다. 천화란 죽어서 하늘이 되는 것으로 여기서 하늘은 만물의 근본자리를 뜻한다.

이때 자식과 주변사람들은 헤어지는 슬픔보다는 천화를 축하하며 배웅을 했다. 산에 들어간 어르신은 곡기를 끊고 깊은 선도명상을 하여 정화한 후 완성된 혼은 하늘로 가고 몸은 땅에 남겨 호랑이 등에게 내주었다. 이때 혼을 근본의 자리로 인도하는 것이 ‘새’ 특히 현명한 까마귀라고 한다. 그 전통의 유산이 마을마다 새를 새겨 높이 올린 솟대라고 한다.   

이러한 동양적, 한국적인 죽음관이 계승된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이다. 죽음의 과정이 두렵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편안한 안식처럼 묘사했다. 장례과정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이해하며 화합의 장이 된다. 또한 화려한 만장, 앞선 이의 상여소리, 흰 꽃상여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과거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에 정착한 원주민(일명 인디언) 사이에는 어르신이 죽음을 예감하여 미리 유언을 남기고 주변에 빚진 것을 갚으며 물건을 나누어 주고 가는 풍습이 유지되어 왔다고 한다.
 
어천절은 단군왕검이 신화적 허구가 아닌 역사적 인물임을 입증한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단군신화’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해방 이후에도 ‘신화’의 차원에 머물고 허구라는 인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에서야 비로서 고교 국사교과서에서 “삼국유사에 의하면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하였다.”고 애매하게 표현되던 것이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명확하게 바뀌었다.

작년 개천절 KBS라디오의 <단군에 관한 한국인의 의식 조사 보고서>를 보면 65.7%는 “역사가 아닌 신화로 알고 있다”고 답해 역사라고 답변한 34.3%의 약 두 배 정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 민족의 시조인가?”라는 답변에서는 79.1%가 민족의 시조라고 답하고 20.9%가 시조로 보지 않는다는 하였다.

 

▲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서 개최했던 국학원 보름천제의 모습

 

단군왕검은 상원갑자년(상원갑자년) 음력 5월 2일이라는 탄신일과 경자년 음력 3월 15일이라는 돌아가신 날이 엄연히 있고 수천 년 전통적으로 기리던 역사적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석가모니 부처의 탄신일인 석가탄신일과 예수의 탄신일인 성탄절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단군의 후예임을 자처하면서도 국조인 단군왕검의 어천절과 탄신일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올해 단군왕검 탄신일은 6월 21일(음력 5월 2일)로 4381돌을 맞는다.

국학원은 매월 우리 전통문화의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천제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