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동물과 가장 크게 구분되는 직립보행으로 인해 인간은 두뇌용적을 끊임없이 늘려올 수 있었다. 네 발로 걷는 개의 뇌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4백만 년 전,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인간은 400g이었던 뇌를 1,400g으로 진화시킬 수 있었다.

걷기 위해 한 발씩 떼고 놓는 것은 하나의 단순한 동작이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뇌는 실로 복잡하고도 경이로운 일을 행하고 있다. 또 걷기는 겉으로 봤을 때는 분명 신체 활동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정신적인 수련 효과가 뛰어난 활동이다. 걷기를 통해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걷기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걸을 때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 지능검사를 해봐도 가만히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를 잘 쓰고 싶다면 할 일이 태산같이 쌓였다고 해도 50분이 지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5분이라도 걷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앉은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눈이 침침해지는 것은 물론 어깨나 등 허리까지 통증이 올 것이다.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몇 시간씩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큼 우리 뇌에 압박을 주는 것은 없다. 뇌를 잘 쓰려면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여 기가 잘 흐르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뇌를 포함한 우리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그 기능을 잃어버린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도 있다. 건장한 남성을 대상으로 3주간 꼼짝없이 누워 지내게 한 뒤 근육이 어떻게 퇴화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팔 근육은 그대로인데 비해 다리 근육은 무려 15%나 가늘어졌다. 그리고 퇴화한 다리 근육을 다시 훈련시킨 결과 9주 만에 예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

'다리가 바빠야 오래 산다.'는 말이 있듯이 걷지 않으면 다리가 가장 먼저 퇴화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본래의 근육을 회복하기 위해서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3배의 시간을 더 투자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것은 평소에 몸을 자주 움직이는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영하고 있다.

캐나다의 운동생리학자인 셰퍼드 박사는 '심장병에 걸릴 확률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에서 버스 운전사는 차장보다 43%가, 우체국 사무원은 배달부보다 33%가 심장병에 더 많이 걸렸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아침에 우유를 받아먹는 사람보다 새벽에 일어나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유를 배달하는 배달원이 더욱 건강하다.

다리는 활력의 원천이다. 인체의 활력은 근육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다리에는 무려 인체 근육의 30%가 몰려 있다. 또 운동선수들은 40%를 웃돈다. 근육이 많을수록 원기가 왕성하다. 반대로 근육이 적을수록 쉽게 피로하고 기력이 떨어진다. 다리가 약해지면 더 움직여야 하는데도  움직이는 것이 힘들고 성가시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마음은 항상 몸이 편한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리만 보전하고 있으면 근육은 점점 더 가늘어지고 힘을 잃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두 발로 몸을 지탱할 수 있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자.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다리 근육도 튼튼해지고 뇌도 발달한다. 걷기위해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집, 사무실 등 생활공간이나 업무공간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고, 다리 힘을 기를 수 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늘 다음으로 미루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건강에는 '다음'이 없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걸음만큼은 제대로 한 번 걸어보자. 발가락을 의식하고 용천에 지압하듯이 힘을 주면서, 팔다리를 힘차게 장생보법으로 걸어보자. 장생보법으로 뇌에 희망을 불어넣어주자. 걸음을 통해서 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다리에 힘에 붙고 자꾸 걷고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꾸준히 반복해보자. 꾸준히 반복하는 것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무슨 일이든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