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대한 사심 없는 사랑을 ‘애국심’이라고 부른다. 회사는 애사심을 지닌 사원이 많을 때 발전하고, 국가는 애국심을 가진 국민이 많을 때 부강해지고 행복해진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초월한 진리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전통적인 가치들이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전에 모 일간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와 애국심을 거론하기만 해도 인기가 떨어지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또 정부 기관에서는 애국심 교육을 추진하다 반론에 부딪혀 보류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내에서는 애국심 교육이라고 하면 으레 정부나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방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특히 요즘처럼 초국가적인 시대에는 애국심 교육자체를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녀교육을 이유로 이민을 가는 부모들 중에는 국가를 하나의 서비스 기관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가 있다면 국적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기유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원정출산을 위해, 은퇴이민을 위해 조국을 떠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글로벌 시대의 한 단면으로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다들 대한민국을 등진다면 과연 이 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 글로벌 시대에 애국심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만약 나와 국가의 관계가 ‘숙명론’이 아닌 ‘선택론’으로 바뀐다면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을 선택할 것인가? 한번쯤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그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나와 가정, 나와 사회, 나와 국가의 관계가 결국 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겠다”고 선택하는 국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도 희망이 있다.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서로에 대한 신의나 충성심, 배려가 살아있을 때 대한민국은 건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에서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이 ‘홍익’을 중심으로 한 자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충분히 살만한 나라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고,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우수한 인재를 가졌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이 넘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빈부격차의 갈등, 이념갈등, 노사갈등, 종교갈등, 부부갈등, 교육갈등 등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되풀이하고 있다. 도대체 이 많은 갈등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야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는가?   
길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우리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삶의 목적’부터 다시 점검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자신의 욕망이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혹은 자기만족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삶의 목적을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두었다. 이 나라를 처음 세운 고조선의 건국이념도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으로써 모든 인류가 진리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국시國是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런 깨달음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것만큼 가슴 뛰는 일이 또 있을까. 내가 국학원을 설립한 것도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문화유산과 역사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사관이 성숙하지 않고는 국가관이 제대로 설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유태인의 저력에는 유‧소년 시절 그들의 부모로부터 받은 투철한 역사관이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떤가.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들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국학원에서 매년 수십만 명의 공무원과 기업인, 정치인, 학생과 교사의 가슴에 나라사랑의 혼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더욱 감사한 것은 대한민국이 이스라엘처럼 우월주의나 국수주의나 선민의식으로 세운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민의식은 지구경영시대에 제일 해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정신은 ‘홍익정신’이다. ‘홍익’을 정치, 경제, 종교, 문화의 중심철학으로 단단히 세우자. 그럴 때 인류의 정신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세계의 정신지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