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가 FTA 공청회가 열리는 코엑스 컨벤션센터 앞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마련된 첫 번째 공청회가 농민단체의 반발 속에서 무리하게 진행됐다.

외교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FTA 공청회는 시작 5분만에 농민단체들의 점거로 파행을 거듭했다.

이번 공청회는 32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한중FTA의 의의와 타당성 및 상품분야ㆍ서비스ㆍ투자 등 분야별 효과 등에 대해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경 시작된 공청회는 시작한 지 5분여 만에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교섭대표가 개회사를 하는 도중 한중FTA를 반대하는 단체 관계자 등이 일제히 회의장 단상을 점령하여 시위를 시작했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단상 위에 올라 욕설과 고함과 함께 한중FTA 저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공청회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개회사를 하던 최석영 대표가 급히 자리를 피했고 경찰이 이들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빚어졌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날 500여 명의 공청회 참가자 중 160여 명이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소속 회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초 농민들의 공청회장 진입을 막았던 경찰은 머리띠 등 시위용품을 착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청회장 진입을 허용했었다. 

1시간 30분 만에 재개된 공청회는 농민들의 반대가 계속되자, 최석영 대표의 개회사와 김영무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정책심의관의 한중FTA 추진경과만 보고된 채 오전 세션을 마무리했다.

▲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가 경찰과 보안요원에 둘러싸인 가운데 개회사를 하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된 오후 세션 역시 농민들의 반발과 경찰들과의 몸싸움이 이어지며 어렵게 진행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분야별 전문가들은 "공청회를 중단하라"는 농민들의 구호와 반대가 이어지자 빠르게 발표문을 읽으며 마무리했다.

한편,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인 한국농업인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한중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한중FTA 체결로 한국 농축수산업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 시작 전 회의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의견수렴과 동의과정 없는 막가파식 한중FTA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원들이 한중FTA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해 3시간 가량 공청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는 한ㆍ중 양국이 8년째 민간연구, 공동연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협상에 앞서 공개하지 않겠다고 변명하며 결과를 숨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정부는 한중FTA를 통해 중국의 내수시장 선점 효과 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자동차ㆍ전자 등 대기업에 집중되며, 중소기업 등 취약산업체는 중국의 저가공세로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며, "한미FTA와 마찬가지로 한중FTA 역시 1% 특권층을 위한 99% 서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중FTA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업분야를 발표한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어렵다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명근 연구원은 한중FTA 논의배경에 대해서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흑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가 넘는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외국과의 무역수지는 모두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에 한중FTA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어 연구원은 "한중FTA에 앞서 농민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대책은 농민의 융자나 대출 등 자부담까지 포함한 대책의 규모만을 과대포장하고 있다. 실효성이 있고 농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앞서 정부는 상반기 내 한중FTA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청회 개최는 FTA 협상을 위한 첫 공식 절차로, 외교부는 지난 9일 공청회 개최 및 일자를 관보에 게재했다. 공청회 이후에는 FTA 민간자문회의, FTA 추진위원회 심의,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FTA 협상 개시 선언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