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19일 충북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에 국내 최초로 건립된 한민족 시원 국조단군을 모신 국조전의 전경

엄마 아빠만 가세요. 우린 가봐야 재미도 없어요.”
겨울방학이 반쯤 지난 토요일 아침, 집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출발해야 할 시간인데 아이들은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제부터 국조전에 가야 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건만,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국조전이 세워지기 전 영동 선불교에 이미 몇 번 다녀온 터라 애들 더 가기 싫어했다.

중학교 1학년인 딸은 “이번 토요일에 영화보기로 약속했던 아빠가 엉뚱한 데를 데려 간다”며 입이 길게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영화보다 의미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국조전 행이다. 그곳에서 뿌리를 알고 단군 할아버지를 마음에 심으며, 찬란한 우리 역사를 체험하는 것이 영화보다 나은 것이리라.

국조전이 세워지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영동 선불교에 자주 갔다. 한인, 한웅, 단군 시대부터 전해져 온 선도문화의 맥을 이어받은 선불교에 어쩐지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수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국조이시며 단군 할아버지이신 불광선인(佛光仙人)의 뜻을 받들어 민족의 잃어버린 얼을 되찾아 이 시대에 부활한 우리 민족의 종교가 선불교라는 사실을 알고 전율감을 느꼈다. 그 후 우리 부부는 국조전을 세울 때 작은 정성을 보태기도 했다.

국조전이 완공된 후 지난해 나는 세 차례나 다녀왔다. 갈 때마다 자랑스런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한민족의 뿌리이자 국조이신 단군 할아버지를 모시는 성전을 우리 손으로 훌륭하게 세웠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런 국조전을 세운 민족종교 선불교의 만월 도전님께는 한없는 존경과 고마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뭉클뭉클 솟아났다. 하지만 일만년의 역사 속에 이제야 세웠다는데 부끄러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 일은 국가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한 채 이토록 방치돼 왔다는데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부끄럼 대신 자부심과 자긍심만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마고성의 천인들이 마시던 지유샘에서 목마름을 씻고


국조전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크게 놀랐다. 몇 년 전 모습과는 달리 국조전이 웅장한 자태로 반겨줬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없었는데 정말 크고 좋네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감탄했다. 출발 전 불평불만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국조전에는 많은 사람들로 제법 활기를 띠었다. 선불교 청년모임 동계캠프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국궁장에서 활을 쏘고 있었다. 또 한 TV방송국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식사를 하고 신시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국조전 탐방에 나섰다. 선불교 김보숙 팀장이 직접 안내를 해줘 이곳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국조전은 크게 한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하늘마음 체험관, 세미나실, 대법당 등으로 돼 있다.

하늘마음 체험관을 거쳐 2층으로 갔다. 이곳에 조상님들의 천도를 위한 제실과 하늘의 천인들이 먹었던 지유를 상징하는 지유샘이 있다. 나는 인연이 있어 귀한 우리의 법을 만났으나 나보다 먼저 가신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안타까우실까. 내가 이 자리에 서기를 조상들이 얼마나 간절히 원하셨을까가 절로 느껴졌다. 지유를 한 모금 떠 마셨다. 입 안이 상쾌했다. 이 한 모금으로 복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민족의 시원 마고성에서 부터의 역사를 목판에 새겨


3층 대법당에는 청동으로 된 불광선인이 모셔져 있다. 이곳을 ‘천궁(天宮)’이라 한다. 천궁은 우리 민족의 3대 경전인 ‘삼일신고’의 ‘천궁훈’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늘이 내려와 있어 밝고 신령한 기운이 감싸고 있는 곳이다. 불광선인은 높이 4미터, 폭 4.5미터로 신명시대를 이끄실 젊고 힘있는 단군 할아버지다. 그 양 옆에는 좌청룡 우백호가 보위하고 있다. “우와! 대단하다. 진짜 멋있다” 아이들은 금빛 찬란한 단군 할아버지를 보자 감탄했다. 지금까지는 책이나 만화로만 나이드신 단군을 뵙던 터라 젊고 힘이 넘치는 단군 할아버지가 신기한 듯했다.

“크고 웅장한 왕관은 한민족이 뻗어나갈 기상을 나타내고 하늘법을 세상에 전하여 마고성 시대로 복본하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를 상징합니다” 김보숙 팀장의 설명이다. 앞으로 벌린 두 손은 한민족의 대운을 이끌어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제단 주변과 신불단 아래에는 인류의 시원이자 한민족의 시원인 마고성 시대에서부터 인류의 깨달음 문화가 사라진 시점까지의 역사가 나무 조각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이 목화(木畵)만 보아도 1만년의 우리 역사를 금방 알 수 있다.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하고 조상을 바로 알게 하는 국조전. 아! 이 국조전은 금은보화보다 더 귀하구나. 우리 국민 모두가 방문하여야 할 곳이리라!


금은보화보다 귀한 국조전!
우리 국민 모두가 방문해야


학창시절 국사시간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이승만 대통령이 국부가 되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의 큰 불행이다”고 하셨다. 그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 후 대만의 장개석 기념관 방문 때 그를 거의 ‘신’으로 추앙하고 있음을 알았다. 일본인에게 일왕은 ‘살아있는 신’으로 여겨진다. 미국도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건국의 아버지’로 부른다. 또 대통령이 퇴임할 때마다 기념관과 도서관이 지어져 국민정신의 구심점으로 삼는다. 그런 구심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강대국의 역사는 잘 보여준다.

이제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우리에게는 국조 단군이 있다!” 우리 국조전은 국민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국조전은 모든 국민들에게 살아 숨쉬는 역사와 문화를 보여줘 느끼게 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리라.


1만5천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하늘마음 체험관



"나"전시관, 거꾸로 선 거대한 뿌리가 나의 근원을 찾도록 안내한다.


"우리"전시관, 한민족의 시원인 마고성부터 단군시대까지의 상고사를 재현했다.


"선"전시관,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본래의 "하늘마음"을 찾는 공간이다.

일전에 얼핏 보았던 ‘하늘 마음 체험관’을 세세하게 체험해 본 것은 커다란 보람이었다. 이곳의 제1관 ‘나관’의 초입 벽면에 보여진 우리의 1만 5000년 역사는, 지나(支那:중국의 본래 이름. 일정 지역에 유지된 가지 국가에 불과하다는 뜻)사와 서양사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우리 역사가 얼마나 장대한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나’관에 들어서자 거꾸로 선 거대한 뿌리가 우리를 반겼다. 이곳은 명칭 그대로 나와 나의 뿌리를 찾는 곳이다. 땅속에 있어 자칫 잊기 쉬운 나무뿌리를 이처럼 거꾸로 세워 보여준다. 삶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기 위해서다. 전면의 화면에서는 인간의 생명 탄생, 삶과 죽음을 보여줘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보지 못한 나, 느끼지 못한 나를 느끼는 것이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은 이곳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나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누워서 보는 천장 스크린의 영상과 인간 정맥을 표현한 전시물을 통해 내 삶 깊은 곳까지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제2관은 ‘우리관’. 바로 건너편에 있다. 이곳은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긴다. 마고성 애니메이션이 펼쳐진다. 한민족의 시원인 마고성 시대부터 한인, 한웅, 단군시대까지 사라져버린 우리 상고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동굴 속에선 웅녀와 호녀가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모습이 인형으로 제작돼 있다. 깨달은 웅녀가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는 모습도 있다.

이어 단군의 얼굴과 치적이 정리된 방이 나왔다. 이곳을 설명하는 김보숙 팀장이 단군은 한 분이 아니라 47분이었다고 설명하자 딸이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아이들도 점차 단군 할아버지에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선관’으로 명명된 제3관은 홍보관을 겸하고 있었다. 만월 도전의 깨달음과 선불교의 탄생을 보여준다.

영상으로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있는 본래의 ‘하늘 마음’을 찾아주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한다. 천부경, 진묘부 등도 걸려있다.

이어진 제4관은 ‘띠관’ 힐링룸이다. 어머니 자궁과 같은 공간에 들어가니 문득 잊고 있던 먼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마고시대일 수도 있다. 눈을 감으니 깨달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 가고 싶은 곳이 눈앞에 펼쳐졌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영혼이 휴식을 한다. 내가 이렇게 편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사람들이여! 삶에 지친 이들이여, 이곳에 와 쉬었다 갑시다.
국조전은 오는 3월 19일 개원1주년을 맞아 대축제를 할 예정이다.
문의는 043-745-7820 또는 국조전 사이트(www.kukjojeon.org)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