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학교는 더 이상 교사, 학부모, 학생들만의 작은 공간이 아니다. 경찰관이 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를 출입하고, 정부와 언론이 주시하는 사회적 공간이 되어버렸다.

지난 7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학교폭력을 방관한 혐의로 교사 한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졸업식이 있던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피해자 학부모가 학교 측이 가해자 편만 들어줬다며 교문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러한 가운데, 2월 8일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학교폭력 좌담회’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대학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경찰을 대표하여 총 4명의 패널이 참석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좌담회는 폭력문제가 단순히 특정인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해결의 주체임을 상기시켰다. 서로 다른 역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사회자 / 정부가 월요일에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지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한다.

 

▲ 김학수 씨

정광위 교사(이하 정) / 이번에 발표한 처벌강화 조치가 어느 정도 아이들이 (행동을) 절제할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 2월에 개학하고나서, 학교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이) 옛날보다 선생님들에게 훨씬 더 조심스럽고 다소곳한 모습을 보인다. 구속력 있는 정확한 조치는 정말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옛날에도 비슷한 규칙들이 있었다. 하지만, 유명무실하게 안 지켜졌다. 아이들이 그렇게 말한다. ‘벌점 100점 되도 강제 전학 못하잖아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막 나가는 아이들에게 절제할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

 

김학수 경찰 (이하 김) /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내용을 기록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학생에게는 하나의 ‘낙인’이 될 수 있다. 경찰서에서도 청소년이 전과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처분이나 기소유예 등을 해주는데, 이번처럼 낙인을 시켜버리면 나중에 가해 학생이 반성하거나 피해자 학생과 다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나 걔 때문에 한 줄 들어갔어.’ 라며 스스로 포기해버리게 된다. 그러면 그 아이들은 (폭력적으로) 더 할 수 있다. 이것을 다시 지워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민성욱 학부모 (이하 민) / 며칠 전에 학교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았다. ‘학교폭력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본인과 친구한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을 보시게 되면 경찰관한테 상담하세요. 과천경찰서 담당형사 000 전화번호 000’ 이것을 보고 놀랐다. 우선 학교 선생님과 상담해야 되는데, 경찰관한테 신고하라는 내용을 보며 도대체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이를테면, 학생들이 말다툼하다가 장난으로 한 대 때렸다. 아이들 간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데, 그 친구는 학교폭력으로 입건된다. 최근에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국민 여론이 뜨거우니깐, 정부에서 장기적인 심사숙고를 통해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교장과 교사의 책임은 강화되었는데, 실제 총괄해야 될 ‘교육감’의 언급이 없다”

▲ 최희영 씨

최희영 상담사 (이하 최) / 아버님 의견에 조금 다른 의견이다. 아이가 우발적으로 주먹을 때렸다면, 주변 어른들의 시각이 학교폭력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후의 절차가 또 중요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회의를 연다고 해서 무조건 조처를 하는 것은 아니다. 1호 조치인 서면사과만 내려도 된다. 우발적으로 주먹으로 때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편지를 보내면 된다. 자치위원들이 정말 이런 인식으로 가지고 전문적으로 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구성해야 된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육이 강화된 것이 많아졌다. 강화되는 부분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느냐에 대한 부분이지만, 일단 의지를 보인 것만으로도 예전에 비해서 긍정적이다. 한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이 강화된 부분이다. 너무 학교 측에 책임 위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결론적으로 총괄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교육감인데, 교육청과 교육감에 관한 언급은 정책에 빠져있다. 교육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회자 / 요즘 학생들이 옛날보다 학교폭력이 더 많아졌는지 궁금하다. 폭력의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 민성욱 씨

최 / 우리 기관에서는 학교폭력실태조사를 매년 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전에는 맞아야지만 폭력으로 인식했는데, 요즘에는 폭력에 대한 교육이 예전에 비해 많이 확산하다보니 인식이 바뀌었다. 욕설, 따돌림, 모욕적인 표현을 들었다고 하면 아이들이 ‘내가 폭력을 당했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체크하기 때문에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민 / 과천시가 정부종합청사도 있어서 교육적 환경이 좋다고 알려졌지만, 왕따라든가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에게 왕따가 왜 생기냐고 물어봤다. 성격장애가 있거나 뚱뚱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1학년부터 찍히고 6학년까지 간다. 딸에게 그래도 친구에게 잘해줘라고 말했다. 딸도 동정심에 접근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오히려 화를 냈다. 왕따 당한 친구와 친해지면 또래 집단에서도 왕따를 한다. 그것이 두려우니깐 용기가 안 난다.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정 / 폭력을 쓰지 않는 남학생과 여학생들도 아주 교묘하게 모욕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책상 밑에 몰래 깨끗한 물컵을 넣어서 책과 옷을 다 젖게 만든다. 그런 것도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폭력의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 맞지만, 어떻게 보면 한대 맞고 뒤에 가서 화해하는 것이 더 낫다. 요즘 아이들이 참을성, 이해심 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자기가 받은 스트레스를 교묘하게 놀리면서 쾌감을 느낀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사가 아니라 전문중재자가 나서야 한다.”

김 / 담임 선생님들이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곤란해한다. ‘내가 누구 편을 들어?’라고 한다. 피해 학생의 편을 듣는 것이 맞지만, 가해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민이 생긴다. 담임은 중립을 지키고 싶어도 학부모는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담임선생님이 뒤로 빠졌으면 좋겠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전에 ‘중재’단계가 있었으면 한다. 이전부터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전문중재자가 나서고, 담임선생님은 피해 학생을 돌봤으면 좋겠다.

최 / 변호사 중에는 무료로 중재해주는 분도 있다. 무료중재도 변호사 측에서 건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피가해자 측이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몰라서 이용 못 하는 사람도 많다. 작년에 우리 기관과 삼성법률봉사단 간에 협약을 맺었다. ‘중재해주겠다. 자치위원회 열릴 때도 같이 나가주겠다.’ 라고 전화가 많이 온다. 서울은 그나마 이런 부분에서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전문인력이 없고 지원해주는 부분이 없어서 지부 선생님들이 굉장히 어려워한다. 이런 부분이 지역적으로 고루 편성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한다.

사회자 / 정부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인성교육이 안 된 이유가 무엇이고 효과적인 사례는 없는가?

▲ 정광위 씨

정 / 오늘날의 가치관이 ‘학벌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무시하고 성적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변했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특이한 것은 학교 선생님이 업무가 많아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시간이 없어서 상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학원, 방과 후 교실 등으로 바쁘다. 아이와 상담하다 보면 5분 이상만 해도 못 견뎌 한다. 학원에서 낸 숙제 등 당장 해야 될 것이 많아서 귀담아 듣지를 않는다.

김 / 경찰에서도 청소년들을 심야 시간 이후에는 될 수 있으면 조사를 받지 말아라고 한다. 그런데, 부모님들이나 아이나 12시 넘어서 조사받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학교에서 자면 되고 학원은 가야 되기 때문이다. 졸려도 자기는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인성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민 / 우리 좋은 아버지들의 모임(조아모)은 지난 4월에 교사‧학부모‧학생이 모두 행복한 학교Happy School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아버지도 알게 모르게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아이들이 배운다. 그 아이가 학교에서도 폭력을 행사한다. 매월 주제를 가지고 모임을 하는데, ‘화내는 아빠가 아이의 인생을 망친다’는 주제로 교육한 적이 있었다. 그날 한 아빠가 모임 이후로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게 되면서 자신과 서먹했던 아들이 먼저 다가오게 되었고 교류가 깊어진 사례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친숙하지만, 학부모는 익숙하지 않은 학교운동장에서 1박 2일 캠핑을 열었는데 역시 호응이 대단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교육이 전국에서 몇 건 했다고 실적 위주로 끝나는 형식적인 교육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수하고 자발적인 학부모 모임을 활성화해서 모델링화할 필요가 있다. 작년 연말에 여성가족부 장관 초청으로 아버지들의 모임 대표들과 함께 참석한 적 있다. 그날 매주 수요일이 가정의 날이라는 것을 처음 듣게 되었다. 나처럼 매일 야근하는 아빠들이 많다. 모든 기업체에서 강제조항으로 수요일에 일찍 퇴근할 수 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 / 아이들의 뇌 특성에 맞게 상담하고 지도하는 뇌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왕따 당하는 아이 중에는 문제성이 없는 아이도 당하는 것을 봤다. 친구 간에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뇌교육 중에 아이들 간에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학급의 놀이문화, 긍정적인 메시지 등을 주면서 아이들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친해지면서 싸움이 줄어든다. 재작년에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주변의 아이들이 일러준 경우가 있다. 뇌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서로 친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뇌교육을 비롯한 좋은 방법들이 많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아이들의 좋은 성격이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 학교, 사회 모두가 종합적으로 같이 나가줘야 된다.

▲ 시민좌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김학수, 최희영, 정광위, 민성욱 씨 / 사진=전은경 기자

 


학교폭력 시민좌담회 패널 설명

▲ 정광위 구암중학교 교사

▲ 민성욱 관문초등학교 좋은 아빠들의 모임 회장

▲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 위기지원 팀장

▲ 김학수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서울강남교육청 스쿨폴리스 경찰관


'코리안스피릿'은 매월 다양한 주제로 국민좌담회를 진행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