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5월 스승의 날이나 방학기간, 졸업식 시즌이 되면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 ‘날라리’로 불리는 10대 청소년들의 문제. 그런데 언젠가부터 뉴스에서, 신문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청소년 문제가 학교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10대의 자살과 왕따, 학교 폭력이 어느새 무너진 교사와 학생의 관계, 대화 없는 부모와 자식의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의 오미경 교수(뇌교육학과)를 만난 것은 지난 3일 ‘자기 주도적 학습 방법과 뇌교육’을 주제로 80여 명의 학부모 강연을 위해 대구를 찾았을 때였다. 정부와 학교, 여기 저기에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온갖 방책이 난무하고 있었다. 원인도 문제 해결의 시작점도 모호한 상황에서 오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본능이 억압된 대한민국, 그것이 문제다.”

 뇌교육학과 교수인 그녀가 풀어내는 대한민국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요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정부나 학교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 아이들의 본능이 죽어있다. 프로이드가 말한 그 본능인데, 본능이 곧 에너지다. 즉, 우리 아이들은 에너지를 쓰는 법을 모른다. 아이들에게 이 에너지, 본능은 놀이를 말하는데, 정말 신나게 놀아보지 못한 채로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능을 키워주는 뇌교육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 자기가 갖고 있는 에너지도 써본 사람이 쓸 줄 안다. 이 에너지가 바로 공부로 연결된다.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힘껏 써서 놀아본 아이들이 자라서 공부도 힘껏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엄마들 어떤가. 놀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지 않나. 고기를 맛있게 먹을 만큼 이가 튼튼하게 훈련되지도 않았는데 일단 몸에 좋으니 먹으라는 것이다. 아이는 힘들 수밖에 없다.”

- 개념이 좀 헷갈린다. 흔히 본능이라고 하면 드러내기 보다는 자제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나.

 “많이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나오는 원천이 바로 본능이라는 것이다. 본능이란 바로 뇌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인 뇌간에서 나온다. 뇌간은 파충류도 갖고 있다. 진짜 근원적인 에너지라는 것이다.

 포유류도 갖고 있는 구피질을 넘어 인간만이 갖고 있는 신피질과 같이 ‘생각하는’ 머리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정말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하고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본능, 그러니까 정서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정서를 건드려야 한다.

 느낌과 같은 정서와 지식과 같은 인지는 서로 맞물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인지 능력만 발달시키려고 한다. 엄마들은 계속해서 ‘놀지 말고 공부해라’, ‘움직이지 말고 책 봐라’고 하는데 이거 안 된다.

 왜 우리 아이들이 계속해서 사건 사고를 일으킬까. 정서 관리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 정서와 인지가 싸우면 절대적으로 정서가 이긴다. 정서적으로 분노의 감정, 화가 막 나는데 엄마가 ‘너 화내지 마!’라는 인지 정보를 준다고 해서 화가 가라 앉을까? 아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공부라는 것도 원초적 에너지인 정서, 본능을 활용하면 엄청난 에너지를 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오미경 교수 ⓒ코리안스피릿

- 일반적으로 놀이와 같은 정서와 공부로 대변되는 인지 활동은 전혀 다른 범주인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정서를 활용해서 공부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앞에 예를 들었던 분노도 정서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 역시 정서적인 활동이다. 열정이라는 정서. 뇌의 변연계에서 나온다. 이를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놀이라는 말이다. 놀이는 즉, 재미(fun). 아이들에게는 놀이, 어른들에게는 섹스(sex)다.

 ‘사는 게 재미가 없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이시형 박사는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재미가 없나?’라는 질문에 ‘섹스를 안 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본능, 재미, 정서를 이야기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인데, 삶의 에너지를 성(性) 에너지로 보는 프로이드 이론에서는 섹스 역시 놀이라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가 살기 힘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본능을 충족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놀이가 최고의 즐거움이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가도 엄마가 들어오라고 부르면 ‘엄마, 나 다 못 놀았어’라고 아쉬워한다. 놀이를 열심히 하면서 본능, 에너지를 신나게 쓰면서 자란 아이들은 ‘아, 살만해. 사는 건 재미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건강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꼼짝 못하게 의자에 앉혀서 책상에서 공부만 하게 한다. 인생의 재미를 찾기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앞서 뇌교육을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교육은 아이들의 본능을 표출하게 챙겨준다. 정서를 돌봐준다. 사랑해준다. 신나게 웃게 해준다. 때로는 거칠게 놀도록 해준다. 때로는 푸시업 등을 통해 몸이 힘든 하드 트레이닝을 시키기도 한다. 몸을 쓰면서 정서를 트레이닝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들 문제는 비단 10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나. 대한민국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본능이 억압되어 있다. 사회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 삶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 엄청난 문제다. 사람이 태어나서 0~1세까지 인생의 첫 번째 단계에서 신뢰감, 자신감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희망이라는 것을 갖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관계와 갖게 되는 믿음이 이 시기에 형성되지 않으면 스스로 믿는 자신감도 약해지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무엇인가 재미있어 지고, 무엇인가 기대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결국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재미가 있어야 희망도 생기고 기대도 하고 의욕이 생기고 힘든 고통도 참고 이겨낸다. 지금 대한민국은 재미가 없고 희망이 없으니 기대도, 의욕도 없고 굳이 고통을 참고 이겨낼 마음이 나지 않는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 예전에는 ‘자살’이라고 하면 주로 성인들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 슬프지만, 자주 들려온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옛날에는 밖에서 뛰어다니며 놀기라도 했지. 그런데 요즘은 놀 수가 없다. 놀 친구도 없다. 친구 만나려면 학원 가야 한다. 학원이 어디 노는 곳인가. 아이들은 그냥 놀지 말고 공부만 해야 하는 거다. 내가 원하는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데 엄마가 원하는 욕구는 충족시켜줘야 한다. 삶이 재미가 없다. 그러니까 희망도 없다.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사람은 희망이 없어지면 우울해 지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언제부터 그 문제가 시작이 되는가. 바로 앞서 말한 인생의 1단계, 0~1세일 때 부모와의 신뢰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서부터 그 씨앗이 뿌려진다. 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기억, 정보가 내 인생을 통틀어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른 엄마를 만났다면 인생이 또 달라졌겠지. 결국, ‘엄마’라는 것도 하나의 정보라는 것이다. 그 정보에 갇혀서 본성(本性)을 못 찾는다.

 뇌교육은 살아오면서 갖게 된 온갖 정보를 걷어내고 그 안에 있는 나의 참 모습, 본성이 무엇인지 찾는 교육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너는 왜 이것도 못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할거지’라는 식으로 다그치면 아이의 본성이라는 보석 위에 때가 묻고 먼지가 쌓이게 된다. 결국 믿음을 얻지 못한 아이는 ‘나는 못해’ ‘나는 원래 그래’라며 자신감을 잃게 된다. 할 수 있지만, 정말 못 하는 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뇌교육은 이 과정에서 때를 벗겨내고 먼지를 털어내는 일을 한다. 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워서 나는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진짜 내 참 모습이 무엇인지 보게 되고, 알게 되니까 ‘아, 엄마도 하나의 정보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그 순간 나는 나의 본성이라는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모두 자신 안에 있는 보물을 발견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 이날 강의에 참석한 80여 명의 학부모들

-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학부모들이 꼭 해줬으면 하는 일, 그리고 아이들입장에서 아이들이 꼭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엄마가 지켜줘야 할 한 가지는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엄마들은 아이를 내 소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내 인생의 결과물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이다. 그런데 그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워서 내가 빛을 보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강한 부모자식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독립적이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기대선 ‘A라인’이 아니라, 각자가 반듯하게 선 채로 서로 교류하는 ‘H라인’이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역시 ‘H라인’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게 부모와 자식이 ‘A라인’을 갖고 있다. 부모가 명령하면 아이는 시키는 대로 한다. 아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또 해내면서 자신의 뇌를 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모든 개인이 바르게 서서 인생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자립이 가능한데도 작은 것에서부터 계속 간섭하고 참견한다. 그런데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다 해낼 수 있다.

 엄마가 ‘릴렉스(relax)’해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게 쉽게 되면 다 도인(道人)이게. (웃음) 그래서 뇌교육을 강조한다. 혼자서는 안 되니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또 우리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진짜 주인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도 해보라는 것이다.”

- 학생들 입장에서는 무엇을 꼭 해야 한다고 보나.

 “부모들이 ‘H라인’을 만들면 아이들은 따라간다. 부모가 안 해주면 아이는 알아서 스스로 하게되어 있다. 문제는 부모다. 아이는 부모가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가 건강한 리더가 되어 건강한 모델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엄마가 힘차게 뚜벅두벅 걸어가면 아이도 그렇게 따라 걷는다. 그런데 부모가 무기력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으면 아이도 그렇다. 부모 교육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 청소년들과 관계된 사회 문제의 근원이 본능이 억압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책으로 뇌교육을 제시하면서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욕심을 버려라! 뇌교육을 통해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갖고 내 안에, 그리고 아이 안에 있는 보물을 찾자. 거기서 희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