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재로 쓰인 "요코이야기"

재미 한인사회에서도 교재 채택 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어 사용중지한 학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2년 테러와의 전쟁이 막 시작 됐을 무렵 미국 워싱턴 지역에서는 탄저병균 소포 테러가 발생 워싱턴 의회 의사당은 물론 우체국 등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사망했었다. 이 때 수거된 병원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탄저병원균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미국 세균전 대응 부대인 Fort Detrich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는 일제시대 일본군 세균전 담당자들이 인간 생체실험 등을 통해 얻어진 광범위한 세균관련 정보를 일본 패망이후 그대로 인수받아 실험결과 등 모든 자료를 미국으로 가져와 연구를 계속하는 세균전 대항부대이다. 일본의 세균전 담당 부대는 그 악명높은 731부대였다.

731부대에서 인간 생체실험에 가담했던 잔인한 인간 도살자들은 그러나 미국에 연구정보를 모두 제공하는 대가로 전쟁범죄자 명단에서 제외, 사면을 받았다. 731부대 존재 자체도 미국과 일본이 함구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알려진 것이기도 하다.

이 도살자들은 이후 일본에 돌아와 이름을 약간 바꾸거나 아예 딴사람 행세를 하며 생체실험에서 얻어진 자료를 근거로 제약회사를 설립, 일본내 굴지의 회사로 성장시킨 뒤 존경받는 신약 개발자들로 변신하는데 성공해 일생을 안락하게 살았다. 이 부분은 우리가 끝까지 찾아내 추궁하고 단죄해야 함에도 아직까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맹세했던 저항시인 윤동주 역시 후쿠오카에서 인간 모르모트가 돼 이름모를 주사를 맞아가며 죽어갔다. 만주의 731부대는 산 사람의 생명을 돼지와 쥐처럼 취급하며 수백 명씩 죽였다. 이것이 역사이며, 엄연한 사실(Fact)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내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교과서로 쓰이는 책 가운데 ‘요코이야기’라는 자칭 자전적 소설에 만주에서 일본 패망과 함께 철수하던 어린 여아와 가족들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겪은 고초를 소개해 전쟁의 참상과 인간성의 말살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가 한국인이고 피해자가 일본의 여릿한 한 여자 아이이다. 전혀 사실(Fact)과 반대되는 허구(Fiction)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의 내용이다. 요코란 여인이 말하듯 얼핏 보면 반전 소설이요,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주는 고결한 인간성회복을 주장하는 책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바로 731부대에 중요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과 연관된 인물이 주인공이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본인이 밝히지 않아 ‘의심’으로 간주되지만 소설의 내용과 인물의 행적 등을 미루어 보면 소설 주인공 요코의 아버지는 바로 731 부대 소속원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책에서 밝힌 아버지는 일본 고위간부로 만주에서 독립군과 러시아군의 추적을 받았고, 마침내 시베리아에서 6년형을 살고 돌아갔다. 만주 지역에서 일반 죄인도 아니요 공개적인 전범 재판대상자도 아닌 채 6년형을 산 인물들은 바로 731 부대 관련자들뿐이다. 게다가 요코씨의 책에 등장하는 일본인들의 이름 상당 부분이 하바로프스키 전범 재판기록에 나오는 731부대 간부들과 일치하는 것도 그 사실을 뒷받침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요코는 침묵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을 피해다닌다. 그러면서 그녀는 기모노 의상 차림으로 뉴욕 유엔본부 건물 주변에서 평화시위를 벌였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시위이지만, 이면에 대해 침묵하고 사실을 적시하지 않는다면 이 시위는 과거 아버지의 비인간적 행적을 가리기 위한 위선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일본의 과거 행적을 잘 아는 미국 인사들이 나서 “한국인으로부터 비인간적 고초를 겪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와 “성폭행을 당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학생 교과서로 부적당하다”는 이유로 반대운동을 하고있다. 뒤늦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인 셈이다.

 이 늦은 사필귀정 가운데에서도 남는 의문점은 많다. 어찌해서 이 소설이 미 전역의 많은 학교에서 교과서로 채택됐었나 하는 점이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가톨릭 메모리얼 중고교, 같은 주내 사립학교인 프렌드십 아카데미, 로드 아일랜드주의 모세브라운 중고교,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 카운티의 햄린 중학교 등 많은 학교가 동시에 이 책을 교과서로 썼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의도적이다.

 일본 정부의 조직적인 노력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꾸는 결과를 우리는 많이 봤다. 히로시마시는 태평양 전쟁 개시자인 일본을 원폭의 피해자로 둔갑시켜 보여준 대표적인 사실은폐 노력의 일환이다. 관동대지진 때의 학살과 난징 대학살과 관련해 일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

 요코 이야기, 이는 일반적 상식을 가진 이들이 볼 때 또 하나의 역사 왜곡을 노린 적반하장의 집요한 노력이 숨어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