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행복세상을 여는 교육연대, 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시의회 김명신 의원실이 공동으로 ‘학교폭력 문제 진단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본 학교폭력의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박종철 전교조 학생생활국장의 발표와 고유경 참학 상담실 상담국장, 문재현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장,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의 토론이 이뤄졌다. 각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학교폭력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마그마는 땅속 깊은 곳에 늘 그렇게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잘 모르고 지낸다. 그러다가 화산이 터져 마그마가 용암으로 분출되어야 땅속에 그렇게 뜨거운 물질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문재혁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어른들은 평상시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이들이 심한 폭력으로 사망하거나 자살에 이른 정도의 심각한 사건이 발생해야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설익은 대책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문 소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하거나 자살하고 싶을 만큼 괴롭다는 것이다."라며, "2010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설문조사를 따르면 학교폭력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히는 아이들이 20~25%(140~180만 명) 정도이다. 이 중에서 14%(20~25만 명)의 아이들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 그런데도 자살에 직면한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처할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와 교육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1. 피해자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문 소장은, "학교폭력의 실상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아이들(피해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일진 아이들이 두려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조차 알지 못하고 일진 아이들이 주입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라며, "피해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아주 작은 목소리 또는 침묵의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살한 대전의 여고생이 일진 아이들이 괴롭힌다고 선생님에게 상담할 때, 선생님이 ‘이건 친구들끼리 문제니까 내가 개입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너희끼리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한 것은 아이의 아픔과 그 절박한 목소리를 교사가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학교폭력의 징후와 그때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할 지에 대한 대응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한다."라며,  "현재와 같은 학교환경에서 교사를 찾아가는 것은 거의 라지막 선택이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와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찾아와서 호소할 때 죽기 일보 전의 호소라는 인식을 갖고 대응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2. 학교폭력의 주범, '일진'의 실상을 알아야

문재현 소장은, 학교폭력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과 달리 학교생활의 주류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일진'에 주목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옛날에는 노는 아이들이 한 아이를 왕따시키려 해도 다른 아이들이 동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일진 아이들이 주류로서 학급아이들의 생활문화와 질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진 아이들이 한 아이를 왕따시키면 다른 아이들도 살아남기 위해, 즉 자신이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동조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진 아이들은 귀족, 평범한 아이들은 평민,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찐따라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이루는데 이 사회의 법을 만드는 것은 일진이고 그들은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질서를 형성한다."라며, "5학년부터 일진에 가입하기 때문에, 예방 대책은 초등학교 5학년 이전에 초점을 맞추어야하고 5학년 말 이후부터는 일진에 대한 선도 및 처벌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소장은, 일진 아이들의 생애 주기에 맞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으로 ▲ 전국 또는 지역차원의 일진조사 및 예산 편성 ▲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 법률’을 일진문제해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비 ▲ 일진 아이들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