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은 동짓날이다. 그날은 팥죽을 먹는 날이다. 하지와는 달리 동지가 되면 대지는 양의 기운을 받을 준비를 한다. 서서히 태양이 힘을 내기 시작하고 시간은 점점 낮이 길어지고 대지는 봄을 가다듬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팥은 성질이 따뜻하다. 겨울 한참 동장군이 활개를 칠때 따뜻한 음식을 취하게 하여 몸을 돌보았다는 것은 참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일이다. 동백이나 개발선인장도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 두꺼운 잎에 여름내내 열기와 온기를 머금고 있다가 사람들의 오감이 추위로 온통 얼어붙을 때 붉은 기운을 향기와 함께 내 뿜는 저 열정에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가 없다.

겨울이 또 다른 희망을 안을 수가 있는 이유는 저런 붉은 꽃들과 용기를 주는 붉은 색을 가진 팥죽을 볼 수가 있고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붉은 기운은 예로 부터 사악을 물리치고 멀리한다고 한다. 또한 붉은 색은 신념과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삼국을 이어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장군들의 군복은 지위가 높을 수록 빨간쪽의 옷을 입었으며 임금의 용포 또한 붉은 색이 주종이었다.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써 붉은 색은 기능을 해왔으나 6.25 이후 이념에 갈라진 우리 심성의 상처가 심하여 이 붉은 색이 색중에서 가장 소외받았다고 할 수가 있다. 나름대로 나는 붉은 색의 그런 애석함을 생각하며 붉은 옷을 자주 입는 편이다. 

붉은 바탕을 채택하는 일은 국가적 의전행사에 빨간 양탄자를 준비한다거나 거룩한 일을 하여 포상을 하고자 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붉은 포가 준비되고 고관 대작의 임명장 등에도 붉은 커버를 씌우는 것이다. 붉은 것은 생명이다. 피는 붉고 불도 붉다. 이는 열기를 말하고 따뜻함이 없으면 생명은 잉태될 수가 없다.

적당한 열과 물, 즉 화火기운과 수水기운의 적절한 만남과 조화가 생명력을 잉태하고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태극기도 위는 붉은색, 아래는 푸른색을 나타내고 이는 불, 물의 조화상태 즉 물기운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불기운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서 인체가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상태인 수승화강의 이치를 구현한 이미지인 것이다. 치우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진리를 무릇 태극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동짓날에 먹는 팥죽을 예로부터 우리 어머니들은 대문 한켠이나 문설주 등에 던져 뿌리기도 하였다. 사악한 기운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한해가 늘 평안하게 해 주십사 천지신명에게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나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하였으나 그때 마다 할머니는 옛날부터 쭉 해 온 일이고 좋은 일이 있을 테니 아무말 말거라 하며 입을 막기도 하셨다.

팥죽은 냉기운을 느껴 힘이 달리는 사람에게, 즉 약자나 환자에게도 무척 좋다. 여기에 작은 무김치나 동치미 등을 함께 먹으면 쉽게 물리는 것을 막을 수가 있고 아이들에게는 한 살 더 먹은 일이나 더욱 어른스러워저라고 덕담을 할 수도 있다.

동료간에도 직장에서도 올해 동지때는 팥죽을 서로 권하자. 동짓날 동료들과 함께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는 덕담과 함께 새알도 한잎 있는 맛있는 팥죽을 권하며 배를 불려보자.
팥죽을 함께 먹는 모습만을 상상해도 아무래도 내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