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현대한국연구소(소장 한도현)는 23일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포컬 모멘텀(Epochal Momentum) : 한국과학발전사의 우수사례들을 통해 배우는 과학문화발전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원하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고구려 고분벽화, 세종시대 과학, 동의보감, 최한기의 기학(氣學) 등 우리 역사에 우수한 과학문화 사례에 대해 역사학, 철학, 사회학, 의학 등의 각 분야 전문가가 대중과 더불어 공유하고자 마련되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석준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3가지 세션에서 9개 논문이 발표된다.

김일권 한중연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한국문화의 원류로서 세계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조상의 우수한 과학수준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구려 벽화 고분 속에 그려진 많은 별자리 그림은 고구려인이 관측한 천문과학의 우수함이 잘 나타나 있다며, 고구려 벽화고분은 귀중한 고대사 유물이기도 하지만 천문학 체계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우리 과학문화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9세기를 불안과 동요의 시대에서 혜강 최한기는 새로운 문명을 예감하고 동양의 인문과 서양의 과학을 통합한 새로운 사유를 창도했다고 밝힌다. 김 교수는 혜강의 사유의 중심에 기(氣)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며, 그는 전통의 기(氣)에서 생명과 변화는 남기고 선험적 도덕성을 벗겨냈다. 여기에 서양의 경험적 인식론과 계량적 과학을 접목했다고 주장한다.

신동원 KAIST 교수는 한국 한의학을 대표하는 동의보감은 국가적 지원과 전문 의학인의 협력 작업의 결과물로서 국외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막부 차원에서 동의보감 인쇄를 주도했으며, 중국에서는 ‘천하의 보배는 천하인이 나눠야 할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수십 차례 인쇄를 주도했다고 소개한다.

한중연 관계자는, “그 동안 우리의 전통시대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기술자를 천시했다’는 식민사학자들의 주장이나 서구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오늘날 한국의 첨단 과학 기술을 한국 근현대사의 돌연변이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 고대사, 중세사, 근세사 속에서 발현된 우수한 과학 문화 전통을 찾아 과학 문화에 대한 역사적 자긍심을 갖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