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밤 12시 35분에 방송된 'MBC 프라임'은 미국 영국 엘살바도르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전통호흡명상법을 소개했다.

인구 5명 중 1명이 창의성 산업 종사자이고 디자인 컨설팅 회사만 1만 개가 넘는 영국의 런던은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창의성' 계발에 정부와 사회 모두 적극적이다.

지난 9월 영국 런던대학교 심리학과의 존 그루질리아 교수와 한국뇌과학연구원이 공동연구하여 뇌파를 이용한 창의성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명상수련법인 뇌파진동명상, 아이엔가 요가, 마음챙기 명상이 정서조절과 웰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비교연구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명상수련은 모두 스트레스 수치를 감소시키고, 우울 증세를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뇌파진동 명상은 다른 명상수련법보다 우울증과 수면장애 개선에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파진동'은 한민족 전통 육아교육법인 도리도리에서 착안한 두뇌개발법이자 명상법이다. 뇌파진동은 아주 단순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반복함으로써 아주 쉽게 뇌의 컨디션을 좋게 만든다고 한다.

 

▲ 우리나라 전통 명상수련법 '뇌파진동'이 우울감 감소, 수면장애 개선 등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MBC 프라임)

 

최근 국내에서도 명상을 뇌과학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대학병원 강도형 교수와 한국뇌과학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결과 '뇌파진동' 명상수련이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키워준다는 연구결과가 세계적인 학술지인 '뉴로사이언스 레터(Neuroscience Letter)'에 실렸다.

서울대학병원 신경정신과 강도형 교수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유의 정신문화에 기반을 둔 뇌파진동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면 스트레스 감소 및 긍정적 정서반응 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명상이 머리를 맑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건강을 증진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강도형 교수에게 한국 전통 명상법의 가치에 대해 들어 보았다. 

 

한국의 전통 명상법으로 연구를 하여 뉴로사이언스지에 논문이 게재했다. 어떤 연구인가?

 

▲ 서울대학병원 강도형 교수
뇌파진동은 우리나라의 전통 육아법 단동십훈에 실린 ‘도리도리’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뇌교육 프로그램인데,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단순한 동작을 통하여 심신을 이완하는 두뇌 건강법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심신 단련법과 그 원리를 바탕으로 현대화한 명상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대상은 뇌파진동 명상수련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들(67명)과 명상 수련을 받은 경험이 없는 대조군(57명) 명의 스트레스 정도, 긍정적/부정적 정서 강도, 혈중 도파민 수치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뇌파진동 명상수련군이 대조군과 비교하면 스트레스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다. 그리고 긍정적 정서와 혈중 도파민 수치는 대조군에 비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명상이 정서조절과 스트레스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 과정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연구할 때 어려운 점은?

첫 번째가 아무래도 명상에 대한 편견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명상이라는 아주 복잡하고 주관적인 정신•신체 활동의 총체를 과학적으로 객관화하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 특히 명상을 통한 뇌의 변화를 알아보는 연구들에서 명상 방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결과들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뇌파진동 명상법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처음 국제학계에 보고하였으므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3월 세계뇌주간을 맞이하여 서울대에서 열린 '뇌과학을 통한 나의 발견 -기억, 공포, 쾌락, 명상에 관하여'로 세미나에서 “명상 상태에 이르렀을 때의 뇌파가 사람마다 달랐다. 그래서 연구가 어렵다”는 말이 매우 흥미로웠다.

뇌파를 측정한 명상 연구들에서 뇌파의 개인차(inter-subject variability)가 보고된 연구가 많이 있다. 이는 명상의 효과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따라서 Stress 지에 발표된 우리의 연구에서는 개인의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와 COMT(catechol O-methyl transferase) 유전자 다형성에 따라서 명상의 효과가 나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는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명상을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향후 개인 맞춤형 의료복지 서비스의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화를 잘 내는 이유가 호흡이 얕다는 의견이 있다. 연구자로서 호흡과 명상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호흡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유지 활동이며, 명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명상 호흡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티벳 불교문화에서 기원한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의 경우 깊게 숨을 들여 마셨다가 내쉬기를 참는 것이 초월적 의식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호흡 명상을 매 순간, 오랫동안 하게 되면 성격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명상 전문가들과 대조군들의 성격검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명상 전문가 집단에서는 외향성(extroversion) 점수가 높고, 신경증(neuroticism) 점수가 낮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명상이 성격을 온화하면서도 활발하게 변화시키는 결과로써 해석될 수 있다.

 

▲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는 한국식 호흡 명상법인 '뇌파진동'이 주축이 된 뇌교육 프로젝트가 3개월간 진행됐다.

 

지난 8일 ‘MBC 프라임’ 방송을 보니 프리다이버들이나 태권도 선수, 프로골퍼들이 호흡을 통해 뇌파가 바뀌고 자신의 한계점을 넘는 것이 나왔다. 호흡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티베트 승려들은 툼모(Tum-mo) 명상을 통해서 손가락과 발가락의 체온을 8.3℃가량 스스로 증가시키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시킨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의학에서 ‘몸’이 강조됐다면, 이제는 ‘마음’의 역할이 베일을 벗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과 몸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마음-몸 상호작용’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유산이기도 한 명상 연구의 과학적 접근이 명상 연구의 한 획을 그은 것 같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명상을 기반으로 인간의 창조성, 그리고 노화와 수명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자연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루듯이, 오랫동안 이어온 문화 속에서도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의 문화 자산 속에는 뇌 연구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창조적 요인들이 들어 있다고 본다. 명상도 그중 하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