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늘) 시민과 함께, 시민과 한마음으로 나가겠습니다. 시민이 시장입니다!" 

 '늘'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이색적인 온라인 취임식이 16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되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온라인 취임식'에는 서울시민은 물론이고 태평양 건너 미국, 대한해협 너머 일본에서도 함께 했다. 그야말로 IT 강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시민잔치였다.

 이번 취임식이 화제를 모은 또 하나는 바로 60여 년 만에 공개되는 서울시장 집무실이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서소문별관 7층 집무실 입구에서 "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며 양팔로 하트를 만들어 보인 뒤 집무실 소개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시민들의 바람을 적은 포스트잇과 2012년 서울시 예산안, 지난 선거에서 투표 후 인증샷을 찍어준 시민들의 사진으로 만든 자신의 얼굴 등을 소개하며 "시민의 바람과 간절함을 시정으로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박 시장은 '내밀한 공간'이라며 집무실 옆 작은 문을 열더니 화장실과 샤워실, 침대가 놓인 휴게실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침대에 앉아 "너무 일하고 싶어서 공무원들 못 보게 땅굴 파서 출근할까도 생각했다"며 "그래도 휴일을 제대로 챙겨 먹어야 공무원들도 창의적으로 시민들 잘 챙길 테니, 가급적 이 침실은 쓰지 않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재활용 가구로 리모델링된 집무실을 소개한 뒤 회의 테이블에 앉은 박 시장은 오른편에 조금 더 '좋아 보이는' 의자를 '시민시장의자'로 소개하며 "시민 여러분이 이 자리에 앉아 함께 시정을 해나간다는 마음을 갖고 일한다"며 "틈만 되면 실제로 시민을 모시고 싶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취임식에서 박 시장은 홀로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서울시 공무원 등을 집무실로 초대해 함께 했다.

 박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빚더미에 앉은 서울시를 보면서 취임식이 필요할까 스스로 묻기도 했지만, 시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서울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자신을 '복지시장'이라고도 소개한 박 시장은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 미래에 대한 최고 수익의 투자"라며 "부정보다는 긍정, 갈등과 대립보다는 조정과 화합의 힘으로 서울을 이끌겠다"는 뜻을 전하며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온라인 취임식을 마친 박 시장은 "취임식이 모두 끝났지만, 좀 서운하시죠?"라며 시청 앞 덕수궁 대한문으로 나가 직접 시민들을 '오프라인'으로도 만났다.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려든 시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 시장은 "제가 (혈액형) A형이라 좀 떨리긴 했지만 하고 싶은 방식대로 취임식을 해서 기분이 좋다"며 "방(집무실)에만 있지 않고 가능하면 시민 곁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을 본 시민들이 '박원순 시장 당선 만세 만세'를 외치는가 하면 뉴타운 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울면서 민원서류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재개발로 고통 받는 분들이 많아 복잡한 문제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며 "제 머리가 다 벗겨지면 이게 다 뉴타운 때문"이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부쩍 민원이 늘어난 것에 대해 박 시장은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니 얼마나 좋으냐"며 "한정된 자원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잘 해결하겠다"며 취임식을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처럼 시장이 된 뒤에도 온·오프라인에서 박 시장만의 독특한 '경청 투어'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