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끊임없이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임이 틀림없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끊임없이 꿈꾸고 열망하고 노력할 때 우리의 뇌는 잠재된 능력을 드러내어 창조의 꽃을 피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80년대 말이었다. 30대 후반의 청년이었던 나는 공원에서 5년 동안 단학을 심신건강법으로 무료 지도한 끝에 1985년 서울 신사동에 단학선원이라는 이름으로 첫 수련장을 개설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전국 순회강연회를 하며 12개의 센터를 개설했었다. 센터는 열었지만, 경영은 녹녹치가 않았다. 동그랗게 휘어진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나의 그 시절을 말해주는 훈장이다.

그때 고 최종현 선경(현 SK)회장을 개인지도하게 되었고, 최 회장의 소개로 정 명예회장을 만나 몇 개월간 개인지도를 하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수련지도로 인연을 맺게 된 두 총수와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 칼럼에서는 뇌활용과 관련해 정 명예회장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나는 국내외에서 뇌교육 강연을 할 때, '자연산 뇌'와 '양식산 뇌'를 분류해서 이야기한다. '양식산 뇌'란 제도교육의 틀 내에서 배운 한정된 정보로만 뇌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자연산 뇌'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자신의 비전을 위해 뇌의 창조성을 무한대로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뇌를 일컫는 말이다. '자연산 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고 정 명예회장의 예를 들어주면 누구나 쉽게 수긍을 한다.

정 명예회장의 일화를 보면 고향에서 네 번째 가출 끝에 인천 부두에서 하역 일을 하다가 쌀집에 취직한 이야기가 나온다. 쌀가게 '복흥상회'의 배달원으로 취직된 것은 당시 그의 처지로 보면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선 안정된 직장이고 점심과 저녁을 먹여주고 월급이 한 달에 쌀 한 가마니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쌀 배달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자전거를 잘 탈 줄 몰랐다. 주인의 첫 질문이 자전거를 잘 탈 줄 아느냐는 질문이었는데, 그는 타본 적은 있어서, 탈 줄 안다고 했더니 그의 다리를 보고는 '가랑이는 길구먼.'하면서 받아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흘째 비까지 내리는 날에 첫 배달을 하게 되었고, 그의 서툰 운전솜씨로 자전거는 넘어져서 고장이 나고, 배달할 쌀과 팥 자루는 진창이 묻어 엉망이 되었다.

다행히 주인아주머니의 위로로 위기는 모면했지만, 그는 그날 밤 선배 배달꾼에게 쌀 배달의 기술과 요령을 배워서, 사흘 동안 거의 밤잠을 안 자고 배달연습을 했다. 얼마 안 가서 그는 한꺼번에 쌀 두 가마를 싣고도 제비처럼 날쌘 최고의 배달꾼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뇌는 모르는 상황이나 혹은 못하는 일을 만나면 거기서 정지하고, 그 선에서 한계를 정해버린다. 정 명예회장의 뇌는 그런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 안 된다고 하는 일에 대해서 항상 '그거 해 봤어?'라고 물었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뇌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선언한 그의 뇌는 '자연산 뇌'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이러한 도전은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 그리고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산 뇌'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뇌다. 그런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 해 보지 않은 것에 도전한다. 실패를 좌절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하나의 경험으로 그리고 발판으로 만든다.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며 얻은 정보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DNA 속에 담긴 유전정보, 태어나면서부터 책, 교육, 다양한 대중매체 등 외부로부터 얻은 지식정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체험정보가 그것이다. 지식과 체험을 통해 뇌 속에 담긴 정보는 지금의 '나'를 규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를 형상화하는 정보 이외의 좀 더 근원적인 정보는 없을까 ? 인간으로서 태어남을 축복하게 하는 정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그러한 정보가 뇌 속 깊숙한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인간의 뇌 안에 본래부터 자리해온 이러한 정보를 '원시정보'라고 부른다. 원시정보는 근원적인 지혜이며 모든 이에게 잠재된 정보이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바로 서게 하고, 우리의 양심이 본래부터 지향하고 있는 곳, 이러한 원시정보에 대한 자각은 삶의 새로운 깨달음이기도 하다.

원시정보와 지식정보의 가장 큰 차이는 창조성에 있다. 지식정보는 외부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모방만이 있을 뿐 창조할 수 있는 파워가 없다. 그러나 원시정보는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예술작품, 상품, 기록 등을 현실에서 창조해 낼 수 있다. 인간의 창조성은 바로 원시정보로부터 나온다. 

지금은 창조성의 시대다. 요즘 학교 교육에서도 창조성이 강조되고 창의적 인재양성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CEO와 사원의 창조성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창조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창조성은 뇌에서 나온다. 뇌 안에 있는 창조성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뇌교육이다. 그래서 학교와 기업에서는 뇌교육을 창의성 교육으로 도입하여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뇌 안의 원시정보를 활용하여 창조와 업적을 이룬 사례는 역사적으로 많다. 인류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원시정보를 끌어내서 쓰지 못하고 우리의 뇌에 그런 정보가 있는 지조차 모른다. 원시정보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전혀 시도해 보지 않은 것에 도전할 때에도 나온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그곳에 집중한다면 누구나 원시정보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꿈이 있어야 한다. 언제가 소떼를 몰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꿈, 그 꿈이 바로 정 명예회장의 뇌에서 원시정보를 끌어내고 끊임없이 창조성을 발휘하게 한 힘일 것이다.

당신의 꿈이 높고 클수록, 뇌에서는 창조성을 끌어내어야 할 간절한 동기가 부여된다. 이어 뇌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만약 당신이 뇌 안의 원시정보로부터 창조성이라는 선물을 받고 싶다면 크고 원대한 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