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이 기거한 사동궁의 폐허 사진(사진제공=이철우 의원실)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이 기거했던 사동궁은 '주차장'을 만들어 없애고, 일본군 장교 관사는 복원하는 등 문화재 행정이 엉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우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우리 정부가 궁은 허물고 일제의 건물은 복원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질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종로 일대에는 큰 사동궁, 수진궁, 죽동궁 등 큰 궁이 3개나 있었지만 모두 없어졌다 한다. 이 의원은 미국 문화비평가 스콧 버거슨이 쓴 「대한민국 사용후기」의 일부 내용을 인용해, 사동궁의 일부가 1955년부터 요정 ‘도원’으로 사용되다가 2004년 9월 노무현 정부 시절 성매매 단속이 있자, 10개월 뒤 주차장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의친왕은 왕족 중 유일하게 독립운동에 가담한 인물이다. 그런데, 독립운동까지 나섰던 황족이 기거하던 역사적인 궁이 요정으로 변하고 결국 스러져 주차장으로 변하는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철우 의원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우리 황족의 궁은 굴삭기로 밀어버리고 일제 장교들이 쓰던 병참기지는 수억 원을 들여 복원하는 것이 우리 문화재 행정의 현실”이라며 “그야말로 얼빠진 문화재청”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제 잔재 건물 30건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제의 잔재를 문화재로 등록・보호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