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학원과 (재)한민족기념관은 10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단기연호 병기사용 추진을 위한 학술회의'를 개최해 큰 관심을 모았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 대한민국 제헌국회를 통해 공식연호로 지정되었던 단기연호가 폐지된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다. 6‧25사변의 폐허로 〮경제발전이 최우선 과제였던 당시 외교와 국제교류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폐지된 단기연호의 가치를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자긍심과 중심철학의 표상으로서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학술적 논의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국학원은 10월 26일 오후 1시 30분~6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시민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기연호병기사용 추진을 위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재)한민족기념관이 공동 주최했으며 이종걸 국회의원, (주) 국학신문사, 한민족역사문화찾기추진위원회, 우리역사바로알기시면연대, 민족종신수호 협의회 등이 후원했다.

이날 단기연호 병기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이종걸 국회의원이 참석했고 김을동 국회의원이 축사를 보내 단기연호의 역사성과 당위성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여 그 중요성을 국민에게 올바르게 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했다.

김광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부총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기조발표와 함께 4개의 주제별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박성수 명예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는 기조연설에서 “기년(紀年)은 그 나라의 나이를 표시한 것으로 역사가 오랜 나라에서는 아무리 왕조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년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나이는 2011년이 아니라 4344년이다. 나이를 모르는 치매 걸린 아버지처럼 놔두지 말고 연호를 되찾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사)국학연구소 연구원,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 김병기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문위원, 양승태 이화여대 교수는 단기연호에 대해 고대부터 근대 독립운동과의 관계, 현대 사회에서의 필요성에 대해 심도깊은 주제로 발표했다. 

 


(사)국학연구소 김동환 연구원은 ‘단기연호 성립의 역사적 배경’을 주제로, 우리 역사가 단군으로부터 기원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린 과정을 문헌사적으로 규명했다. 김 연구원은 “단군기년의식은 최소한 고려 때부터 나타나며 흥미로운 것은 19세기말~20세기 초 동북아 3국이 각자 인물을 내세워 기년의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의 단군기원, 중국의 황제기원, 일본의 천황기원이 그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한말에 본격화된 외세가 간섭으로 인해 국가정체성이 자각되면서 단군기년의식은 중화적 역사의식에서 벗어난 정체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면서 위난기인 일제강점기에 단기연호로 자리잡았다.”고 결론지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임채우 교수(국학과)는 우리 역사 속에서 단군영정의 전승과 단기연호 확립을 중심으로 ‘해방 후 단군인식의 변화와 문제점’을 논했다. 임 교수는 “정부의 60년대 단기연호 폐지, 70년대 단군영정의 중복 승인, 그리고 80~90년대 단군성전이나 국조단군상 건립문제에서 불거진 종교성 시비, 최근 개천절을 국경일이 아닌 공휴일 차원으로 인식해 지정 요일제를 검토한 사례에서 해방 후 당연시 되던 국조 단군에 대한 존숭의식이 서구 중심의 근대화와 급격한 경제 개발 속에서 점점 협소해 졌다.”고 평가하며 “단군영정과 단기연호는 개별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국조 존숭이란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문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단기연호와 임시정부의 연관성을 밝히고 “자주 독립과 통일된 한민족국가를 지향하는 오늘날, 단기연호 사용은 시대적 요청”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임시정부에서 단기연호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개천절과 어천절 공식행사에는 종교와 무관하게 많은 독립운동가가 참석했다. 독립운동가들은 단군사상을 보편적인 민족사상으로 인식했으며 강력한 민족통합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승태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당시 단기연호를 손쉽게 폐지한 이유와 단기연호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반대 논리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단기연호의 탁월성을 조명하고 법제화 추진의 이론적 우월성을 확립하여 소통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양 교수는 “20세기 동서양의 문명충돌 결과, 동아시아가 합리적인 과학문명을 앞세운 서양 중심의 질서에 편입되었으며 단기연호 폐지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서양문물의 일방적인 수입이나 모방에서 벗어나 우리 건국신화에 잠재된 고유하고 소중한 세계관과 정치사상에 기초해 좀 더 발전되고 보편적인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문명사적 소명이 한국인에게 부여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국학원은 지난 7월 말 ‘단기연호 함께 쓰기 범 국민서명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여 47일 만에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현재 1,000만 서명운동을 새롭게 전개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단기연호 법제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학술회의를 마치고 주요참석자들과 함께 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