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트나 백화점에서 물건 하나를 사려다가도 가격표를 보고 새삼 놀라는 일이 적지 않다. 식품, 휘발유, 버스요금 등 물가가 오른 것을 보며 '경제가 심상치 않구나'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경제 뉴스에는 '물가 폭등', '금융 위기', '전세 대란' 등 심각한 단어를 쏟아내는데 대체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흔치가 않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신간 <위기의 재구성>을 통해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단, 자본주의의 앞날에 대한 예측을 풀어냈다. 김광수 소장의 인터뷰와 팟캐스트에서 늘 그러하듯 경제 문제의 뼈를 바르는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그것도 무덤덤하게.

▲ 지은이 김광수경제연구소 발행일 2011. 10. 21.펴낸곳 더팩트

<위기의 재구성>은 과소비 및 부동산 투기로 쓰러진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빚을 모두 끌어안으면서 민간과 국가 경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국가에서도 분식회계 혹은 공기업으로의 부채 이양 등을 통해 감추려했던 어두운 그늘을 사실 자료에 근거해 낱낱이 들추어낸다.

 

3년 전에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유럽이 그 진앙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전세계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지자, 각국은 실물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과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원래는 재정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킨 후 경기가 회복되면 늘어난 세수로 구멍난 재정을 메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강도도 너무나 미약했다.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실물경제의 회복세도 미미한 상황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몸을 제대로 추스르기도 전에 나중에 터졌어야 할 재정 문제가 너무나 일찍 터져버렸다는데 있다. 말하자면 금융기관과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문의 엄청난 손실을 정부가 재정적자로 한꺼번에 떠안는 바람에 공적채무가 폭증하여 국가마저 파산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유럽의 PIIGS(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국가들이 대외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재정위기(sovereign risk)에 처하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제2막이 열리고 있다.

각국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 다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의 앞날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저자는 미국 경제가 대규모 재정적자와 임금 정체, 물가상승 등 진퇴양난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니었다면 미국은 그리스처럼 이미 파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날카로운 일침을 놓는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PIIGS 등 유럽 국가들의 위기를 조명한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정확한 모습을 보고싶어하는 독자를 위한, 아프리만큼 정직한 보고서이다. 다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빈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금융위기에서 재정위기로, 최종 종착지는 어디?"라는 제목에 충실히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