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공산성 성안마을에서 백제시대 명문(銘文)이 있는 최고의 옷칠 가죽 갑옷이 출토됐다.

공주 공산성(사적 제12호) 성안마을 유적(4차)은 문화재청(청장 김 찬)이 허가하고, 공주대학교박물관(관장 이남석)에서 조사 중이다. 공주대학교 박물관(관장 이남석)은 지난 3월말부터 공주시의 의뢰로 공산성(사적 제 12호) 내 성안마을에 대해 발굴조사 한 결과 백제 왕궁관련 부속시설을 발굴한 바 있다.

▲ 공주 공산성 제4차 발굴조사 지역 전경. <사진=문화재청>

 

이곳에서 백제 웅진천도 직후에 조영된 굴립주 건물지와 웅진~사비도읍기의 건물지, 저수지, 성토대지와 축대 등 대단위 건물지군과 더불어, 많은 양의 기와와 토기, 중국제자기, 화살촉 등 유물이 출토된 바 있다. 특히 최근 유적 내에 있는 저수시설에 대한 마무리 조사과정에서 서기 645년을 가리키는 명문(貞觀 十九年銘)이 있는 최고의 옷칠한 가죽 갑옷(찰갑: 비늘모양 갑옷) 1령이 출토되었다.

옷칠한 가죽 갑옷은 저수시설 바닥에 인접한 곳에서 출토되었는데, 매우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옷칠을 한 것으로 원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출토상태가 양호하다. 특히 검게 옷칠한 갑옷의 일정부위에는 붉은색의 글씨를 적어놓은 '○○行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이라는 기록을 통하여 645년(당 태종 정관 19년)이라는 정확한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밖에 '王武監' '大口典' '○○緖' '李○銀○'등 명문이 확인되었다.

▲ 갑옷 출토 모습 전경. <사진=문화재청>

 

그동안 고대사회의 갑옷은 쇠로 만든 판갑(板甲)이 종종 출토돼 원형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찰갑(札甲)은 부속 형태로만 나와서 구체적인 원형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백제시대 찰갑은 골제(骨製)와 철제(鐵製)로 된 편만 일부 확인되었을 뿐 전체적인 정황은 파악할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공산성 백제 왕궁 부속시설 내 저수시설에서 발굴한 백제시대 옷칠된 가죽 갑옷은 우리나라 고대사회에서 확인된 가죽갑옷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형태를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이다. 특히 갑옷의 제작 및 사용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645년(정관 19년)이라는 기록은 함께 출토된 화살촉과 더불어 백제멸망기의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한국고대사 인식에 매우 중요한 지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 갑옷 상세(명문) <사진=문화재청>

 

고대 백제의 공예기술은 이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를 통하여 입증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조사된 옷칠 가죽갑옷은 백제금동대향로에 비견될 수 있는 것으로, 백제 칠기공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판단된다."며 " 즉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백제의 공예수준이 최고에 달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갑옷 상세(찰갑) <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