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대둔산 풍류도 예술원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주렁 달렸다.
손만 들어도 홍시를 따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열렸다.
이곳 대둔산 양촌감은 두리감이라고 해서 최고의 당도를 갖고 있는 감이다
그리고 풍류도 예술원의 감나무는 30~50년 된 감나무라 훨씬 맛이 있다.

 

▲ 전북 완주군 대둔산에 자리잡은 풍류도 예술원의 감나무.

 

오늘 홍시 한 상자를 만들어 스승님께 보냈다.
이곳 홍시를  좋아하셔서 가을이 되면 늘 스승님께 홍시와 곶감을 보낸다.
스승님과의 첫 만남.
그때 감에 대한 말씀이 있었고, 그 길로 지금의 길을 선택했기에 감을 보면 늘 만감이 교차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통문화를 알리겠다고 북 치고 장구 치며 젊은 시절을 분주히 다니다 어떤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는 과정에서 스승과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제 기술의 음악은 그만하고 도(道)에 음악을 하라”
“기술의 음악도 다 못하는데 어찌 도의 음악을 합니까?”
“도를 알고 싶으냐?”
“예! 도를 알고 싶습니다.”
그때 스승께서 고욤나무가 감나무 되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 대둔산 풍류도 고욤나무. 

감 씨를 심으면 감이 되지 않고 도토리만 한 고욤이 열린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감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 어떻게 고욤나무가 감나무 되는 이치를 알던 터라 그 소리를 듣고 온통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 잘난 고욤나무를 확 잘라내고 그곳에 감나무 눈을 붙이라는 의미는 돈, 명예, 가족의 가지를 과감하게 자르고 스승의 눈을 붙여 가겠느냐는 말씀이었다.
모든 것을 걸고, 외로운 길을 가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선택한다는 것.  스승의 한 말씀에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선택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며 스승의 눈을 보면서 버티다가 견딜 수 없어 물었다.

“스승님! 그게 제 운명입니까?”
스승께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로 ''그렇다'' 라고 하셨다.
두 무릎을 꿇고 마음으로 다짐했다. '평생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순간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짧은 그 순간 전생과 미래의 스크린이 지나가면서 천 년 업장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고욤나무에서 스승의 감 눈을 붙여 다시 태어났다.
그냥 있었으면 영원히 고욤나무로 있었을 것을 스승과의 위대한 만남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때 내가 선택했던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은 도통군자를 양성하는 사람이 되어 있으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대둔산에 감나무가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나는 이곳을 율려의 터전으로 선택했는지 모른다.
붉은 홍시를 보면 난 젊은 시절 지도자로 선택한 그 기준을 늘 가슴에 되새긴다.
 
"스승의 만남과 바른 선택은 여러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습니다."

 단기 4344 년 9월26 일 대둔산 풍류산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