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순, 초대장 하나를 받았다. '코리안 스피릿 페스티벌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한국의 혼이라. 게다가 그것을 갖고 축제를 연다니. 그리고 이어지는 한 문장 '만인이 행복한 복지국가를 꿈꾸며'. 이 말에 이끌려 길을 나섰다.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10만 명의 국민이 모여 축제를 즐기는 '개천대축제' D-1. 어떤 행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했다. 쾌청하게 맑은 가을 날에 적당히 한산한 도로까지 축제를 맞이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등산복 차림의 기자에게 "산에 가느냐"고 묻는 택시기사님. "10만 명이 잠실에서 모여서 내일 개천절 행사를 한다기에 구경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어지는 기사님 질문. "개천절 노래 알아요?"

 절대 당황하진 않았다. 절대! 다만 광복절 노래가 생각났을 뿐이다. "흙 다시 만져 보자~" "아가씨 그 노래는 광복절 노랜데?" 아뿔싸.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인 택시 기사님 앞에서 개천절 행사 보러 간다고 하고서 광복절 노래를 불러버렸다.

 이 때를 기다렸다. 목청도 좋은 우리 기사님, 한 곡조 뽑아낸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나가수 저리 가라 불러주신 노래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하고 시간 되시면 기사님도 개천절에 꼭 오시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내렸다.

 드디어 도착한 잠실종합운동장. 입구부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가을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제4회 으라차차코리아 코리안스피릿 페스티벌' 제목만 봐도 멋지다. 3일 본행사가 진행될 올림픽주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경기장 안은 이미 10만의 두근거림이 가득했다. 구역별로 담당을 맡은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경기장을 샅샅히 뒤지며 안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축제 참가자들이 어디서 들어와서 어떻게 자리에 앉게 되는지, 화장실로 가는 길은 어떤지 하나 하나 꼼꼼히 챙기는 봉사자들의 마음에서 이미 개천대축제는 시작되고 있었다.

 10만의 눈과 귀가 지켜볼 무대가 세워졌다. 태극 문양은 멋지다. 항상 느끼는 것이다 보니 '멋지다' 이상의 수식어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멋진' 것을.

 무대를 중심으로 좌우에 걸린 네 개의 대형현수막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름이다. 멀리서 보면 알 수 없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자세한 내막이 드러난다. 네 개의 대형현수막에는 깨알같이 1만 2천 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물론 내가 그 수를 다 센 것은 아니다. 물어봤다.

 개천국민대축제조직위원회 측에게 이름을 새겨넣은 이유를 물어보니 "'홍익'을 삶의 중심가치로 삼고 21세기 정신문명 시대를 이끌어갈 사람들, '도통군자(道通君子)'들의 이름"이라고 했다. 홍익을 건국이념으로 하늘을 연 날, 개천절을 맞이하는 축제에 이 정신을 21세기에 다시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이들의 이름을 새겼다니.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현수막이 아닐 수 없다.  

 이윽고 이어진 무대 리허설. 오프닝 공연인 세계국학원청년단 120명의 천부신공(한민족의 경전 천부경을 형상화한 기공)을 시작으로 단태권도, 단무도, BR 뇌교육 어린이들까지 각종 무대가 이어지는 만큼 리허설도 철저히 진행되었다.

 리허설 무대에 주옥과 같은 공연들이 올라왔지만 120명의 청년단이 선보이는 천부신공 리허설 장면을 살짝 맛보기로 준비하였다. 10월 3일 개천절 잠실에서 이 모든 공연들이 바로 당신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니 지금 못 본다고 아쉬워 마시길.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이들이 개천절에 이 곳 잠실로 모인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1천 명의 참가자들이 개천대축제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4344년 전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왕검의 홍익정신이 대한민국을 넘어 온 지구로 펼쳐지는 개천대축제가 이제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