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땅을 적시고 오는 듯 마는 듯하였다. 우산을 펴기도 그냥 걷기에도 어중간한 날씨. 이런 날 오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끈적끈적하다. 29일 오후 그 끈적거리는 것을 참고 간 곳은 전남대 용봉홀. 2011 리더스 콘서트 다섯 번째 특강으로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그곳에서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강연을 한다. 
시간이 되어 강연장에 들어온 유 교수는 앞 자리 앉아 있는 학생들이 내민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하는 것으로 청중과 만났다.
 '몸으로 책읽기'의 저자 명로진 씨의 사회로 이날 행사가 시작됐다. 명 씨는 우리 사회의 명사들이 신문, 책읽기가 성공 비결이라고 한다며 읽기의 이미를 되집어 보고자 읽기로 성공한 명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마련했다고 이날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그동안 네 차례 걸쳐 열었던 강연회 내용과 초청인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리더스 콘서트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읽기의 즐거움  '광주 특강'초청인사인 유홍준 교수를 소개했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청장을 지냈으며 현재 명지대 교수이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완당평전',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 등을 펴냈다. 그가 쓴 책은 펴내는 쪽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회자가 소개를 마친 후 이렇게 말했다. " 자, 유홍준 교수님을 모시겠습니다. 두피엠(2PM)이 나오는 것처럼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이곳저곳에서 가벼운 웃음 소리가 들렸다.
 유 교수는 회색 상의에 검은 셔츠,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강연이나 발표를 하는 데에 늘상 등장하는 파워포인트자료도 없이 강단에 올라선 유 교수는 자신이 명예 전남도민 제1호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소개 이력에 붙이고 싶은 게 명예전남도민 제1호다. 명예강진군민이 되고 이듬해 받았다. 이곳은 고향같고 주민세만 안 내지 도민이 틀림없다."
이어 유 교수는 언론재단이 오프라인 신문은 왜 보지 않은가, 왜 읽기인가에 대해 강연해 달라고 해서 왔지만 아들 둘도 신문을 보도록 해도 안 본다, 내 아들도 못하는데 자신이 없다며 그렇지만 읽기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신문을 보지 않으면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

"읽기 문화는 책에서 신문, 신문에서 라디오, 라디오에서 티브이(TV), 티브이에서 온라인(On-line)으로 변화해왔다. 각 단계마다 우려를 해왔다. 매체가 달라도 똑같은 비판, 즉 경박성을 지적했다. 사색과 깊이를 깎아먹는다고 비판했다.
책에 의해서 정보를 습득하다가 신문이 등장하니 얼마나 경박했겠는가. 신문에서 정보를 습득하다가 티브이를 대하니 얼마나 경박했는가. 하지만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한편으로  어떤 식으로든 보완해왔다. 나는 오프라인(Off-line)을 하라고 고집하지 않는다. 대신 오프라인의 강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오프라인, 종이신문은 온라인에 비해서 기사 밸류가 명확하다. 온라인은 기사 분류가 안된다. 오프라인은 1면에서 32면까지 각 면별 기사를 배치하고 쓸 것인지 말것인지, 크게 쓸 것인지 적게 쓸 것인지 판단한다. 1면에 대문짝만한 기사는 천지가 요동하는 것이다. 기자는 자신이 쓰는 기사가 크게 처리되기를 바란다. 1박3통이라는 말이 있다. 1면에 박스 3면에 통으로 쓰는 것이다. 등장하는 사람도 그걸 바라는데 쉽지 않다. 서울시장도 안 되고 대선 후보나 될까. 나는 그런 경험이 있다. 숭례문 불탔을 때 1면과 3면에 등장했다.(웃음)
기사가 1면에서 3면, 6면으로 이어지는 것이 온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온라인에는 동시에 연예기사부터 별별 광고가 다 들어있어 신문을 보는 것같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만 찾아보거나 인기검색 순위를 보고 보기도 한다. 아이패드(Ipad)로 보아도 역시 신문보다 오프라인보다 경중 구분이 안된다. 신문 32면 한 바퀴 도는 게 세상이다. 다 읽는 사람은 없다. 신문기자도 안 읽을 것이다. 뭐가 있는가 하고 그냥 지나간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시험 문제에 신문 4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묻는 문제가 꼭 나왔다. 그때는 4면으로 충분했으나 지금은 32면도 부족하다. 오프라인으로 신문을 보지 않으면 손해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다. 어떤 기사는 나도 어려워서 못 읽는다. 경제, 과학기사 등이 그렇다. 몰라도 제목은 본다.
한겨레신문에 홍세화 기획위원이 있다. 파리로 망명가 살 때 내가 귀국추진위원장을 맡았는데 외국 생활의 애환으로 신문을 못 보는 것이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다. 홍세화씨는 신문은 인터넷으로 보는데 그에 따른 불편함, 잃어버리는 것, 광고를 보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 29일 전남대에서 열린 리더스콘서트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읽기의 즐거움 명사 릴레이 특강에서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코리안스피릿>

광고도 정보다. 이 시대에 어떤 것이 5단 통(신문은 모두 15단인데 기사를 채우는 부분이 10단, 아래 광고 부분이 5단이다. 5단 통은 5단을 모두 한 광고주 광고로 채우는 것을 말한다.)을 차지하는가, 그것 자체가 문화다. 인문 서적 베스트셀러 1위에서 10위 책이 석달에서  다섯달 사이에 1만부 정도 팔린다. 신문광고, 지하철 광고 광고비를 계산하면 8만5000부 정도 나가야 적자를 보지 않는다. 10만 부이하 팔리는 것은 광고를 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면 밑에 책 광고만 받는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광고도 문화다. 백화점 세일 광고가 신문 두 면을 모두 차지하는 것을 보는데 이는 우리의 소비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

 

그가 말하는 읽기는 신문읽기다. 왜 신문을 읽어야 하는지. 유 교수가 열렬하게 강조한다.

"신문을 두세 개 보는데 보수, 진보 기사 선택에 입장이 전혀 다르다. 세상을 보는 서로 다른 시각, 앵글이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를 보면 그 대가 되는 게 경향일 것이다. 양족에서 보아야 중용을 잃지 않는 시각을 갖는다. 오늘 신문을 기차에서 보았는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사가 각각 다르게 나왔다. 조선일보는 소프트웨어가 약해 로얄티를 지급한다고 했고 중앙은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공동협력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두 신문 중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신문기자가 어떤 시각으로 쓰는지 비교할 때 명확해진다. 수준이 높아지면 사설을 보면 이런 논조구나 알게 된다. 독자를 가르치듯 쓰는데 수준이 높아지면 제대로 말하는지, 삐딱하게 말하는지 알게 된다. 배우는 게 아니라 맞게 쓰는지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를 해봐야 안다. 온라인 기사와 신문기사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다. 신문기자는 글을 잘 쓴다. 변죽을 울리는 기사를 잘 쓴다. 직접 말하기보다는 행간에 집어 넣는다.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는 할 일이 많다'라고 말해서 출마의 뜻을 비쳤다라고 쓴다. 양념을 넣어서 기사의 변죽을 울리는 재미가 있다. 현장감이 소설과 다르다. 서울시장 기사를 보면 누구편인지 드러난다.

책읽기는 독서력을 키우는 것이다. 32개 신문, 가십 코너가 있다. 신문에서는 그런 처리가 탁월하다. 드라이한 기사가 아니고 재미있게 한다. 오늘 '탈옥수 잡혔다'는 기사는 다른 기사는 안 읽어도 그 기사는 읽을 것이다. 조선일보에 '국보순례' 오늘 자에 나왔다. "

유 교수는 매주 목요일 조선일보 A38면에 '유홍준의 국보순례'를 연재한다. 9월29일자 129회에 청자 비룡 모양 주전자를 다뤘다. 유 교수는 "본적이 재야인데 어떻게 그런 신문에 글을 쓰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것은 당신들의 분류로 문화재에는 좌도 우도 없다. 신문이 콧대가 얼마나 높으냐 글쓰고 싶다고 지면달라고 하면 안 준다. 신문이 고정 지면 준다는데 왜 안 받아. 문화재 소개하는 것이 내 의무다. 문화재가 400여개 되는데 일년에 52개 소개하니 언제 끝나냐고 물었더니 못 쓰면 끝난다고 하더라(웃음)"고 했다.

"국보순례는 코너 처리, 박스 처리한다. 그 코너는 최재천 교수 등 여섯 명이 돌아가면서 쓴다.  전에는 호암 문일평 씨의 고정 칼럼이 있었고 이규태 코너에 이어, 조영철 씨, 이덕일 씨가 쓴다.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바뀌었다. 혼자서 할 수 없으니까 여섯으로 나누어서 전문가가 쓴다. 사설은 제목만 보고 '국보순례'는 모두 읽는다. 원고량이 5.7매인데 줄여서 사진을 넣었다. 그러니 강해서 독자를 빨아들여 코너가 오히려 돋보인다. 어디든 돋보이는 코너가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보지 못한다.

비평적 시각을 갖는 건은 건강한 시민의 책무

길거리에서 배운 것이 많다. 목욕탕 신문쪼가리에서 거리에서 만나는 아주머니에게서 배운다. 신문 32면은 세상사다. 여러분은 지식인으로 살아가겠다고 자원했다. 무엇을 하든 인테리로 살아간다. 대학 전공은 아케데미즘이면 신문은 저널리즘이다. 현실과 이론 양극이 있다. 경제로 말하면 이론경제와 실물경제다. 그 사이에 평가하고 비평적 시각을 갖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 건강한 시민의 책무다. 우리를 대신해서 정확히 찍어주는 사람이 문사(文士)다. 현대사회에 와서 그런 문사가 없어졌다. 지식이 따로 놀고 이론이 따로 논다. 조선일보 칼럼 만물상, 중앙보 칼럼 분수대 등은 지금 일어나는 일, 사건을 태마로 명칼럼리스트, 문사들이 쓴다.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 '천성인어'(天聲人語 : 하늘의 소리 사람의 말)은 일본 국어시험에 가장 많이 나온다.  내가 보는 세상보다 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 좋은 방법은 신문을 통해 비판적 안목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신문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것과 책방에 가서 사는 것은 차이가 있다.  온라인으로 사면 할인을 해주는 잇점이 있다. 서점에 가면 그 책을 사기 위해 다른 책을 만져보고 동종 책을 더 사게 되는 등 그 자리에서 정보를 받는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책을 구입할 때 여섯 가지를 보라고 했다. 제목, 저자, 출판사, 추천사, 목차, 서문을 보고 사라고 했다. 훌륭한 국어선생님이시다. 내게 미학과를 가라고 했다. 지금은 그런 분이 안 계신다. 발자크, 랭보를 이야기하고 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이야기하셨다. 영화를 보고 전에는 한 명 죽이기가 힘들었는데 요즘 영화는 많이 죽인다고 하셨다. 세월의 변화, 인간성 상실의 변화를 말해주었다. 그 선생님이 말한 것을 지금도 책을 살 때 고려한다. 책을 만들 때도 그렇게 한다. 나의 부족한 문학성을 창작과 비평으로 보완했다. 서문은 박완서, 백낙청 교수 님께 부탁하고...(웃음)

2년 후에 정년퇴임한다. 그러나 오프라인이 뿌리임을 잊지 않고 온라인을 접하고 있다. 원로교수는 조교를 시키는데 나는 진화하려고 다섯 손가락으로 별, 메밀꽃무렵 등 많이 쳤다. 그래서 독수리타법은 면했다. 나도 이렇게 진화하려고 한다. 여러분이 오프라인이 뿌리임을 잊게 되면 붕 뜨게 된다. 온라인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오프라인에도 관심을 두라. 지식, 정보 뿌리가 오프라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