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학원청년단은 9월 24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충남 천안에 있는 국학원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초청해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300여 명의 청년단이 모인 이날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윤여준 전 장관이 먼저 선수를 쳤다. 

 "내가 뭐 어려운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질문할 게 뭐 있나. 너무 어려운 건 묻지 말아 달라"

 그러자 청년단은 "어려운 거 안 여쭤봐요(웃음)"라며 여기 저기 곳곳에서 손을 들었다.

 

청년단 / 올해로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목소리도 사고방식도 정말 젊으신 것 같습니다. 청춘의 마음과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선생님만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윤여준 전 장관 / (웃음) 특별히 노력하는 것은 없는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자칫 자기가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요즘은 모든 것이 빨라서 자기가 아는 걸 고집하면 금방 시대에 뒤처지게 된다. 일단 내가 잘 모른다고 생각해야 된다. 배우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서점에 나가면 새로 나온 책을 보면 전 세계적인 흐름, 메가트랜드(Mega trend)가 있다. 그런 책들이 나온다. 끊임없이 계속 본다. 앞서가지는 못해도 따라갈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비교적 평소에 젊은 분들을 많이 만난다. 내가 70대인데, 70대는 거의 안 만나고 (웃음) 주로 40대를 그룹 단위로 많이 만난다.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그 사람들 생각을 통해 내가 덕을 본다. 생각이 젊어질 수밖에 없지. 그렇게 보면 오늘은 좀 예외적인 경우다. 20대 열정적인 여러분을 통해 내가 젊은 기운을 엄청 받고 있는 거니까. (웃음)

청년단 / 삼성, 노키아가 장악하고 있던 휴대전화 시장에 애플이 등장해 시장 판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안철수 신드롬’ 역시 기존 정치판을 뒤엎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현실 정치에 불만과 분노를 가진 국민들이 판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 아닐까요.

윤 전 장관 / ‘안철수 신드롬’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불만이 분노 수준이다. 마그마처럼 끓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크게 두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안 교수 개인이 가지는 인간적 매력이 있다. 외모, 스펙, 그리고 바이러스 백신 계발에서 나타난 공적 헌신성이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안 교수는 기존 정치에 대해 갖는 혐오감, 경멸에 반대되는 존재이다. 흡입력이 있다.

 다른 하나는 기존 정치권이 만들어낸 것이다. 안 교수가 나서서 절망적인 정당정치를 구해주기를, 바꿔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고치겠다’, ‘변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흐지부지 해질 것이다. 정치인들이 언제 국민들의 소리를 겸허히 수용해서 바뀐 적이 있나? 정치인들은 국민의 건망증을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굳이 애써서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라는 존재가 기존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 아직도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으면 하는 국민들이 많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등장할지 누가 아는가. 기대해보라.


청년단 / 훌륭한 지도자,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질문드립니다. 앞으로 치르게 될 선거에서 우리 청년들이 유권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윤 전 장관 /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 정말 많다. (웃음) 정치권은 앞서 말했지만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기존 정치 구조를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정치권은 양당 구조를 하고 있다. 한자 사람 인(人) 자와 같이 두 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하고 있다. 그러니 제대로 정치를 하기 보다는 한 쪽이 잘못하면 거기서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반사 이익만 바라고 있다. 때마침 지금 정치권이 국민들 말을 잘 듣는 이유는 내년에 전국 규모 선거가 2번이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눈치를 봐야 되는 해인 것이다.

 이럴 때 청년들이 정치권에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이 ‘청춘콘서트’를 통해 인구 30만 명 이상인 25개 도시를 돌았다. 청년들이 보내온 변화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피부로 느꼈다. 내년에 좋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청년들이 힘을 모아서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이런 자질 가진 후보를 내라. 아니면 안 찍겠다.’ 그러면 정당이 귀담아 들을 것이다.

 정치권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청년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더 그렇다. 그런데 가장 무서워하지 않는 존재 역시 청년이다. 투표하러 안 오니까. 청년들이 날씨가 좋건 나쁘건 투표하러 가야 한다.

 앞으로는 선거 때 같은 고향이니까, 같은 지역, 학교 출신이니까 한 표를 주는 식의 선거는 안 된다. 국민들은 선거 때 그렇게 찍어놓고 대통령이 자기 측근들한테 자리를 주면 욕한다. (객석웃음)

 이제부터 국민들은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하면서, 동시에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충성하는 국민, 견제하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군대를 통해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사회 체제를 바꿀 수도 있다. 원래 야만적 속성을 가진 것이 국가다. 국가가 딴 짓을 못하게 끊임없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러면 정당도 함부로 못한다. 국민이, 청년이 할 일이 많다.

사진=윤관동 기자


청년단 / 윤여준 전 장관께서 나라에 대한 고민과 사랑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청년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비전이 있으신지요.

윤 전 장관 / 국학원에 있는 청년들은 이미 민족과 나라에 대한 비전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뭘 또 물어보나. 내가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왜 여기에 있겠나. 세도나에 있지. (객석웃음. 윤 전 장관은 강의를 통해 국학원 설립자인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신간 『세도나 스토리』를 읽었다고 말했다.)

 비전이라…. 평소에 하는 말을 전하자면 "청년이여, 시민이 되자"는 것이다. 그냥 시민이 아니라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리고 하나 더 ‘역사의식을 갖자’는 것이다.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자. 남북통일은 민족 숙원이다. 우리만 잘 살면 그만 아니냐는 이들도 있지만, 앞으로는 통일 없이 남한만으로는 국가 비전을 세우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가르친다. 김일성이 북한 역사 교육의 중심이다. 같은 역사를 가진 한 민족이 두 개의 역사교육을 하고 있다. 이것이 남북통일에 얼마나 큰 장애를 가져올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평소에 틈나는 대로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역사를 보길 바란다.

 한민족의 후예로서 역사의식을 갖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 민주 시민 의식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청년단 / 자본주의가 한계에 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대안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요,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정신이 21세기 지구촌에서 새로운 이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윤 전 장관 / ‘홍익인간’이라는 정신을 이론으로 정립해야 한다. 정치 사상, 철학, 법학 등 각 방면 학자들이 노력해서 보편적으로 체계적인 이론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국학원의 규모나 역량이 큰 것 같다. 국학원에서 참 다양한 활동하시더라. 태극기 달기, 동북공정,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많은 일을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아직 대중적으로 확실히 각인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홍익인간’이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단어이다. 이와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바뀔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 미래 책임질 사람들이 홍익정신 내면화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로 나가서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홍익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