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한중일 3국은 독도 동해 디아오위다오 등 근세사로 인한 영토분쟁뿐 아니라 동북공정, 역사교과서 왜곡 등 고대사로 인한 역사침탈과 방어가 이어지고 있다. 한중일 역사인식의 대립각을 해소하고 3국이 고대로부터 공통적으로 계승한 핵심적인 문화코드인 하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학술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지난 8월 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일 천손문화 국제학술회의.

 

사단법인 국학원은 지난 8월 18일 1시~6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동북아 한중일 평화증진을 위한 천손문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동북아역사재단의 2011년 시민단체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이번 학술회의에서‘한쪾중쪾일 역사인식 공유를 위한 고대사 공통분모 발굴’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한국과 중국, 일본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동북아의 공통분모인 천손문화의 가시적인 유산은 천부경과 삼족오이며 중국에서는 천자(天子) 또는 천하관이라는 문화코드로, 일본에서는 천황제도로 자리 잡았다. 한쪾중쪾일 3국 학자들은 동북아 3국이 독특한 전통문화를 유지하면서 어떤 유기적 관계를 지속하고 긴밀한 역사적 문화적 영향을 끼쳤는지 밝혔다.

단국대 정형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학술회의에서는 학계가 주목할 만한 새로운 학술연구결과발표가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일본 최초 벼농사의 계보는 한국 남부에서 찾아야

 

니시타니 타다시 일본고고학회 회장.

일본고고학회 회장인 니시타니 타다시 명예교수(규슈대학 사학과)는 ‘한국 벼농사 문화가 일본에 전해왔다’는 주제로 일본 벼농사의 기원을 밝혔다. 니시타니 교수는 “일본은 벼의 흔적이 있는 토기, 탄화미를 통해 조몬 시대(서기 전 3세기 이전)에 일본 최초 벼의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한국은 강화군 우도패총, 김포군 가현리 유적 등에서 이미 4,000년 이전에 벼농사가 시작되었다”고 양국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조몬 시대 북부 큐슈와 신석기시대의 한국 남부 사이에서 토기 석기 골각기 등 상호 교류 양상을 살펴보더라도 조몬시대 농경의 계보는 역시 신석기 시대 한국 남부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후 야요이 시대(서기 전 3세기~서기 후 3세기)에 외래적 요소도 한반도 청동기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며 일본 열도의 벼농사는 모두 한반도 남부로 직결된다고 발표했다.

일본 황실 제사에 뚜렷하게 남은 고대한국의 문화

 

아베 스에마사(安倍季昌) 일본황실 아악장은 ‘일본황실의 신상제(新嘗祭)와 한신(韓神), 인장무(人長舞)’를 주제로 천황가의 제례 속에 뿌리내린 천지인 사상과 한국 고대 문화의 영향을 설명했다. 아베 아악장은 학술회의 다음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에서도 이에 관한 자료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일본 황실 천제 전문가 아베스에마사 초청강연)

일본천손강림 개국신화는 단군 등 고대한국 신화의 복사판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석좌교수는 ‘한일천손문화의 공통성’을 주제로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10세기 이후 일본 역사에서 말살한 단군의 기록을 밝히는 동시에 고조선 한민족 집단의 일본 이주 역사를 규명했다. 홍 교수는 “일본에 19세기 말부터 양식 있는 민족학 학자그룹이 자국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동시에 한일 간 역사를 밝히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학자 오카 마사오의 ‘일본의 천손강림 개국신화가 단군 개국신화, 가야와 주몽의 고구려 신화 등 천손강림 개국신화를 본 뜬 것’이란 논문 등을 소개했다. 끝으로 홍윤기 교수는 “일본 스스로 한국과 일본 고대사의 진실을 밝혀줄 저명학자의 학설들이 있는데 우리 학계가 이를 연구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이제라도 밝혀야 하지 않겠나”고 힘주어 강조했다.

홍산에서 찾은 천손사상의 원형 ‘밝문화’를 전한 초대 거발한 환웅의 흔적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는 ‘배달고국의 북두신앙과 천둥번개신 환웅’을 주제로 한쪾중쪾일 동아시아 천손강림사상의 원형인 밝문화가 역사상 어떤 변화를 거쳐 내려왔는지 규명하였다. 정 교수는 “밝문화는 선도수행을 전제로 사람 내면의 밝음을 밝히는 수행문화이며 여기서 천손문화의 개념이 성립한다. 최초로 사람들에게 밝문화를 전한 초대 거발한 환웅은 천손강림사상의 모델로 후대에 번개와 천둥, 비 즉 빛 소리파동(광음파光音波)를 몰고 오는 뇌신(雷神)으로 신격화 되었다”며 홍산문화 유물과 천부경, 삼일신고 등 선도경전의 상징 등을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갑골문의 원류인 골각문(骨刻文)의 문양을 한국의 암각화와 토기에서도 찾았다

유봉근 중국 산동대 교수
뼈에 새긴 글자인 골각문을 최초로 발견한 중국 산동대학 유봉군 교수는 ‘골각문은 갑골문의 주요원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계속된 연구결과의 변화를 소개했다. 유 교수는 “계속된 한자의 원형 갑골문보다 1천년 앞선 골각문의 연대를 약 3800년~4600년 전으로 추정한다. 중원의 산동지역과 동이계열의 적봉지역에서 모두 발견되는 골각문은 불로 그을려 금을 보고 점을 치던 형태에서 종교제례에도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작년 국학원 국제학술회의를 마치고 한국 남해안 지역을 둘러보았을 때 암각화에서 골각문의 부호와 동일한 흔적과 신석기 천문도를 발견했다. 또한 2005년과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부산 제주 등 한국 주요박물관을 돌아보며 토기의 물결무늬와 점무늬 등에서 4000년 전 문양과 같은 것을 찾았다. 한반도에서도 골각문이 발견된다면 골각문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로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세계문자사에 각별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학술회의에 발표된 논문은 국학원 홈페이지(www.kookhakwo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익의 꿈 9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