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통영국학원장

 

 "활동가들이 직장인들이 많아가꼬 아무래도 낮에 부스 운영할 사람이 없드라고요. 그래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단군할아버지한테 기도드렸지요. '할아버지, 사람이 없는데 우짜지요' 그랬더니 다음날 여고생 3명이 우예 알고 찾아왔는지 '짠' 하고 나타나서는 자원봉사하겠다고 하드라구요. 신통방통하지요. (웃음)" 

 통영국학원 김호석 원장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며 싱글벙글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민족역사문화찾기 추진위원회가 진행하는 단기연호 함께 쓰기 100만 서명 운동이 18일을 기점으로 2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에서 "서기와 단기를 함께 쓰자!"며 동의한 사람들의 수가 무려 20만 8,570명에 달한다. 통영국학원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4,000여 명에게서 서명을 받았다. 김호석 원장으로부터 통영국학원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노하우 하나!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가자! - 지역 행사 활용

 통영국학원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제50회 통영한산대첩축제'를 타겟으로 삼았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가야 하듯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행사를 활용한 것이다.

밤이 되면 부스는 더 활기를 띄었다. 축제 닷새 중 이틀 꼬박 폭우가 내렸지만, 나머지 사흘 동안은 넘쳐나는 방문객들로 통영국학원의 부스는 언제나 북적였다.

 "한산대첩 축제에 부스를 신청해서 배정받았어요. 전국 규모 축제다 보니까 천재생 통영시의장, 정동배 경남 요트협회장은 물론이고 최성 고양시장도 다녀가셨죠. 중국인, 미국인, 유럽인 등 외국인들도 크게 관심을 가지면서 홍보물을 가져가기도 하고 물어보고 했어요"

 한산대첩 축제는 부스 선정이 매우 까다로운데, 통영국학원이 지역에서 꾸준히 시민, 학생 대상으로 국학교육하고 봉사활동 해왔던 점을 인정받아 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부스에서는 단기연호 함께 쓰기 서명과 함께 일본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전시와 함께 국학정론 영상을 방영해서 참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축제 참가객이 경남도민이 6, 외지인이 4 정도 비율이었는데요. 천안에 있는 중앙 국학원에서 제공받은 국학원 부채, 볼펜, 역사 홍보물도 2만 점 넘게 홍보했습니다. 경남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단기연호 함께 쓰기 운동하고 국학원을 알린 셈이지요"

외지인도 많이 찾는 축제이다 보니 통영국학원 부스에는 경기도에서 온 최성 고양시장이 방문하여 단기연호 함께 쓰기에 서명하며 이런 글을 남겼다. "일본의 망국적인 역사왜곡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과 국학원 모든 회원과 함께 규탄하고, 새로운 한일 새협력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한민족 역사문화찾기 추진위 파이팅!!!" 사진 속 오른쪽부터 김호석 국학원장, 최성 고양시장, 김신해 통영국학원 사무국장.

 

노하우 둘! 통영은 조선 해군 본부가 400년 동안 있었던 곳! - 지역 특성 100% 활용 

 한산대첩 축제를 타겟으로 한 이유는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충(忠)'의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한산대첩 축제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지키고 민족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단기연호 함께 쓰기 운동과 합이 딱 떨어졌다.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실태를 알리는 전시물도 배치하여 오가는 축제 참가객들이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제공=통영국학원

 "한산대첩은 외세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냈던 역사의 증거 그 자체죠. 통영은 조선 시대 해군 본부가 400년 동안이나 있었던 곳입니다. '충심(忠心)'이 통영의 지역 정신인 거죠. 단기연호 서명을 통해서 통영시민, 경남도민들 안에 있는 애국심이 끌어올려진 것 같아요." 

 이 전략이 주요했는지, 부스를 운영하는 내내 통영국학원이 하는 활동과 단군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통영의 한 여고 역사동아리 담당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와서 서명하고는 '단군 할아버지, 우리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며 통영국학원에 국학교육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하우 셋! 역사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간절하면 통(通)하리라!

 그렇다고 해도 막상 서명 용지를 손에 안고 길을 나서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 하나. '사람들이 역사 이야기 꼬치꼬치 캐물으면 뭐라고 하지?' 그때부터 갑자기 가슴은 답답해지고 머리는 복잡해진다. 김호석 국학원장은 이 고민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물론 역사 지식이 풍부하면 좋죠. 그런데 역사를 많이 알고 적게 알고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내가 간절한 지예요. 단기연호가 왜 필요한지, 왜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나이를 제대로 알아야 되는지. 내가 간절하면 돼요.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되어 있어요. 서명받을 때 절대 '제발' 이라는 말 쓰면 안 돼요. 내가 당당하면 됩니다."

간절하게 함께 할 사람을 바라자 '신통방통' 하게 부스를 찾아와 봉사를 자청한 세 명의 여고생들. 단기연호를 함께 써야 하는 이유와 취지를 설명하자 학생들이 열정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통영국학원의 간절함은 함께 부스를 운영한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빛을 발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닷새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진행하면서 새벽 5시부터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열과 성을 다하느라 지칠 법도 했겠지만, 되려 정말 신 났다.

 "우선은 서명하러 오는 분들이 '정말 중요한 일 하신다'고 할 때, 어르신들이 서명하고 돌아가셨다가 다시 자식들, 손주들 데리고 오셔서 '이런 건 우리 국민 다 해야 한다'며 말씀하실 때, '단군 할아버지를 이렇게 귀하게 여기는 분들이 계신다'며 놀라는 분을 만났을 때, 뭐 기뻤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도 제일 즐거웠던 건 우리는 대의(大意)가 있다는 거였어요. 홍익 대한민국, 그 마음 하나로 통영국학원 활동가가 하나가 되서 움직이니 정말 신나게 닷새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