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맹학교 김계옥 교감

 “‘의지를 가지고 합심(合心)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울맹학교에 국학기공을 통해 '홍익인간' 문화가 전통으로 쌓여가는 게 무엇보다 기쁩니다. 

 모든 것이 하나인 생명전자의 세계에서 장애는 결코 장애가 아니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왔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 학생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우승해서 그 말을 입증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선수단장으로 김계옥 서울맹학교 교감이 지난 9일 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제5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국민생활체육 전국국학기공대회'에서 우승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기량을 닦은 국학기공 동호인 1,500여 명이 강원도 원주 한라대학교 대강당에 모여 그간 연마한 실력을 선보였다. 그 결과 서울맹학교(교장 이유훈) 국학기공 선수단이 단체전 우승과 함께 개인전 동상을 받았다.

 서울맹학교 국학기공 선수단이 오른 무대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어떤 경계도, 차별도, 동정도 없었다. 그 무대 위에는 하나된 마음과 그 마음에 공명하는 이들의 찬사가 가득했다.

 지난 4일 저녁, 한참 기말고사를 치느라 여념이 없는 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를 찾았다. 시험이 모두 끝나지는 않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지하 체력장으로 모였다. 시험 치랴, 기공대회 준비하랴 바쁠 법도 한데 김계옥 교감의 연습이 시작되자 학생들 눈빛이 자못 진지함을 넘어서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연습을 마치고 김계옥 교감을 만났다. 

 “장애인을 향한 왜곡된 편견이 진짜 장애…국학기공을 통해 마음의 장애 넘어간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국학기공대회에 서울맹학교 성인부 학생들과 출전한다.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나.

 보통 국학강사들이 국학기공 수련 지도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저처럼 따라 하세요"라고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우리 학생들은 좀 특별하다. 그래서 말로 모든 동작의 각도와 방향, 그리고 모양새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쪽, 저쪽이라는 것도 애매하다. 정확한 방향과 위치를 말해야지. 그래서 연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하다 보면 우리 학생들의 집중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기공 동작을 하는 것을 넘어 몸에 흐르는 에너지, 기운을 느끼면서 하는 감각도 매우 좋다.

- 장애인이라고 하면 일단 ‘일반적이지 않다’,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편견이다. 사실은 공통점이 훨씬 많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앞이 잘 안 보일 뿐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하고 다 똑같다. 다행히 요즘에는 다양한 매체나 언론을 통해서 '장애인 교수', '장애인 국회의원'처럼 사람들의 상식을 깨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도되면서 예전보다 사회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

 우리 학생들에게 장애는 보이지 않는 눈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세상이 보내는 선입견, 편견이 장애가 된다. 항상 학생들에게 "괜찮다. 꿈을 갖고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말해준다. 그 말이 진짜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

▲ 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서는 진지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것이 그런 다양한 활동의 일환인가. 국학기공이 장애인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국학기공은 큰 역할을 한다. 무엇을 하든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응원해주고 칭찬해주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되는데, 맹인인 우리 학생들은 그런 응원과 칭찬보다는 "앞이 안 보여서 뭘 할 수 있겠어"처럼 걱정하고 동정하는 시선을 먼저 받게 된다. 그래서 똑같은 상황이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더 큰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대회를 통해 무대에 오르면서 엄청난 자신감도 얻게 된다. 마음의 장애를 넘어가는 힘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은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를 가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 오고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예술 분야에는 시각이라는 감각이 닫힌 대신 다른 감각이 발달하여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선천적인 시각장애인과 달리 잘 보며 살아오다가 성인이 되어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되면 심리적 충격도, 좌절감도 대단히 크다. 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의 학생 대부분은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2년제 안마사자격과정과 3년제 안마분야 전문학사학위 과정을 교육한다. 김계옥 교감은 갑자기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게 된 이들이 몸의 건강은 물론이고, 마음의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며 국학기공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교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가기로 했다. 바로 대회 참가였다.

- 올림픽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올림픽, 패럴림픽을 따로 한다. 하지만 국학기공 대회에서는 청소년과 성인, 개인과 단체 외에는 다른 구분이 없다. 장애인과 일반인이 똑같이 경쟁하는 것인데 어떻게 출전하게 된 건가. 

 학생들을 보면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지내는 이들이 많다. 학교 안에 기숙사에서 살면서 바로 옆 건물에서 수업 듣고. 만나던 친구도 만나지 않게 되고 점점 관계도 좁아진다. 나는 국학기공 대회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세상과 다시 관계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작년에 국학기공반을 만들고 몇 주 지나서 학생들에게 "우리 대회 나갑시다"라고 했더니 바로 "우리를 구경거리로 만들려고 작정했느냐!"며 강하게 반발하더라. 그래서 기공 수련하면서 몸에 동작이 익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 다시 설득했고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대회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은 항상 뒤에만 서 있다가 무대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 국학기공으로 홍익을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국학기공 대회를 통해 시각장애 학생들은

‘나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 홍익을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교사들을 만나보면 많은 에너지를 쓴다. 하물며 학생들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훨씬 더 에너지를 많이 쓸 것 같다. 열정적으로 끊임없이 활동하는 노하우, 비법이 있다면.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와 신교동캠퍼스에서는 정말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교감으로서 기본 업무에 추가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국학기공반과 브레인명상반을 일주일에 8시간씩 지도하고 있다. 에너지를 풀 가동해서 쓴다. (웃음) 덕분에 에너지가 정체되지 않고 몸은 가볍고 마음은 뜨겁다.

 그래서 매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 지금 기쁜가? 아닌가?" 기쁘다면 잘 하는 것이고, 뭔가 우울하고 무겁다면 잘못 가고 있는 거다. 그럴 때는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방법, 푸쉬업을 30회 정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효과 만점인 방법이 있다. 평소에 ‘관심을 두고 기운을 주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만나거나 연락하는 거다. 내가 기운을 받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기운을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 교류하다 보면 완벽하게 100% 충전된다. 마음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가도 기운을 주면서, 좋은 에너지를 주면서 내 안에 무한한 사랑이, 에너지가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추천하는 방법이다.

- 이렇게 열정적인 김 교감의 꿈, 비전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 서울맹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정말 행복해지는 것이다. 움츠렸던 마음을 펴고 내 뇌의 주인으로서 인생의 행복을 창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장애학생과 그 가족들, 그리고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모두 더불어 행복해지는 것이 나의 비전이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알리는 공무원들의 모임이 있다. 현재 3~40명 내외가 모이는 데 올해 안에 100명의 홍익공무원이 모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