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보고 완전히 충격받았어요. 미국의 세계역사교과서를 펼쳤는데 일본과 중국을 소개하는 섹션은 엄청 많아요. 훌륭한 나라, 멋진 나라로 소개되어 있는데, 한국은 섹션 자체가 너무 빈약하고, 더군다나 내용은 한국전쟁 막 끝나고, 옛날에는 중국의 속국이었고, 일제 강점기 이런 얘기밖에 없으니 책을 닫았습니다. 창피해서요.”

 1997년 온 가족이 미국에 이민을 한 15살의 어린 소년은 미국 교과서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나왔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세계역사교과서를 펼쳤다. 그러나 미국 교과서에서의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소년이 어린 시절부터 알던 자랑스러운 한국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강우성 씨는 미국 NYU(New York University)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2007년부터 ‘코리아 브랜드 이미지(koreabrandimage.com)’라는 이름의 블로그로 세계 속에 왜곡된 한국의 이미지를 바로 잡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이다.

 블로그에 올린 그의 글들을 보면 깊이 있는 자료조사를 통해 ‘코리아 브랜드’에 관한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제시한 대안들은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다. 지난 6월 25일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귀국해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강우성 씨를 만났다.

 

⊙ 어떤 계기로 대한민국 브랜드를 알리게 되었나요?

 자신을 '대한민국문화독립투사'라 불러달라는 강우성 씨(29).
 누군가가 했었어야 되는 건데 아무도 안하니 저라도 한 겁니다. 어린 시절 외국생활 하면서 괴리감을 느낀 게 한국 안에서 알던 한국이라는 나라와 외국에서 아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틀려 충격이었어요.
그나마 좋은 이미지라면 괜찮을 텐데,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점이 많았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국민, 한국 기업들이 저평가되고 있고 이 점은 해외에 사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연구했습니다. 하나하나 문제점을 파악해 보고, 왜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 대해 품고 있는 선입견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팠습니다.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거기에 대해 나름대로 해답을 찾고자 대안을 내놓았고, 이걸 실행에 옮겨서 용기를 내서 해보자 하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가장 기억 남는 것이 있다면요?


 무엇보다 처음에 했던 ‘월드컵 한글 홍보 티셔츠’가 기억납니다. 월드컵 때 우리나라 대표팀 공식응원티셔츠인 붉은악마 티셔츠를 봤는데 영어만 잔뜩 있더라고요. 2009년 해운대 기념티셔츠가 인기리에 팔린다고 해서 찾아보니 ‘I Love Haeundae Beach’라고 영어로 되어 있고, 대표팀 응원 티셔츠마저 영어로 된 걸 보면서 지금까지 미국생활 하면서 겪었던 모든 것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마음을 먹고 무작정 길거리에 나왔어요. 아침 6시가 채 되기 전에 제 이름이 나온 신문 기사 1부와 블로그에 올린 글을 50부를 뽑아 무작정 코리아타운을 돌았습니다. 업소가 문 열기가 무섭게 업주를 찾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후원을 부탁했죠.

 계속 거절당하고 문전박대 당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전혀 기대도 안 하고 어느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한참 설명을 듣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어딜 쓱 가더니 처음으로 저에게 수표를 끊어주었습니다. ‘훌륭한 일 하네요.’ 라고 말하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바보처럼 눈물이 나던지...

▲ '한글 티셔츠 프로젝트' 2010년 6월 8일 미국 뉴욕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1,000장의 '한글 티셔츠'를 나누어 주었다. (강우성씨=사진 중앙)
 

 강 씨는 2007년부터 꾸준히 미국 속의 ‘코리아’에 대해 알리기 위해 ‘월드컵 한글 홍보 티셔츠’, ‘할로윈 고구려 프로젝트’, ‘고추장 프로젝트’, ‘설날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현재 일본문자인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그리고 중국의 한자를 토대로 한 패션 아이템이 많이 제작되어 외국인들이 캐쥬얼하게 입고 다니고 있어 일본과 중국 문화에 대한 홍보가 되고 있다. 반면 2002년과 2006년 한국의 월드컵 응원 티셔츠에는 "Be the Reds" 그리고 "Reds go Korea"와 같은 영문 문구만 있어다. 그래서 2010년 월드컵 때는 '대한민국[dae han min guk]'을 한글로 적은 붉은악마 티셔츠 1,000장을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했다.


⊙  외국에서 본 한국의 이미지는 어떻나요?

 고등학교 시절 자동차 보닛에 한글을 크게 프린트해서 붙였는데, 한국인 친구들은 ‘아유 촌스러워. 이게 뭐냐?’ 하는 반면 미국 친구들은 “멋지다, 예쁘다, 이게 무슨 뜻이냐?” 물어봤어요.

 우리가 왜 한글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나, 우리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우린 문화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제품에 대해 자신이 없더라고요.
 소비자가 어떻게 볼까 전전긍긍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보여서 팔고, 포장을 잘해서 팔아야 하는데, 있는 것도 제대로 못 팔고 있으니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미국인 친구가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친구와 모여 이야기를 하면 미국인 친구는 일본인 친구, 중국인 친구와는 화젯거리가 넘쳐납니다. “스시 좋아.”, “기모노 옷 예쁘더라.”, “이소룡은 멋져.” 그러다 한국인 친구에게는 “음… 넌 남쪽에서 왔니? 북쪽에서 왔니?” 그리고는 대화가 끝나버립니다.

 ‘Are you Japanese or Chinese?’ 외국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입니다. ‘I am Korean.’이라 말하면 바로 질문이 이어집니다. “North or South?” 그러면 외국인은 ‘김정일’, ‘태권도’, 어른이라면 ‘한국전쟁’이야기를 꺼내죠. 그리곤 이야기할 것이 없어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어요. 씁쓸한 현실입니다.

 만약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 제품을 모른다 하면, 기업의 CEO가 ‘멍청한 소비자’ 이럴까요? 우리 마케팅 부서는 뭐했느냐? 이렇게 탓할 겁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모른다면 외국을 탓하면 안 되고 우리는 왜 홍보를 안 했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 되돌아 봐야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문화를 홍보해 주는 건 말도 안 되고, 오히려 뺏어만 가겠죠. 있는 것 지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는 제가 겪었던 그런 감정들을 다음 세대들에게 주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일단 해보자.’ 하며 기획서를 만들었죠. 그때가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그렇게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우리 문화 대한 자부심이 없을까요?

 

▲ 한국 브랜드 가치를 바르게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강우성 씨

 문화나 전통이라는 것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켜내고 보존했기 때문에 가치가 생기는 거라고 봐요.

 어르신들에게 들어보면 일제 식민통치와 6.25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전통의 맥이 다 끊기고, 교육도 근대화를 쫓다 보니 ‘전통’이라는 것이 좀 뒤처지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서구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서 동시에 자긍심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매우 아프죠. 


 성공한 기업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이미지, 정체성, 아이덴티티(identity)가 있습니다. 국가브랜드 또한 마찬가지인데 우리만의 이미지는 우리만의 정체성에서 와야 하는데, 그건 바로 전통문화에서 오는 것이죠.

 대학원 지도교수가 한국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 오면 미국학생처럼 살고 싶어 하고, 미국문화에 스며들려고 한다고 해요. 한국학생이라면 자기가 갖고 있는 한국문화를 같이 공유하고 알리면 좋을텐데 아쉽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나마 요즘 K-pop이 인기 있어 대중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한국 2,3세들은 한국에 대해 모르고, 한국말 할 줄 아는 아이들도 거의 없었어요. 부모들이 ‘너는 미국에 왔으니 미국사람처럼 살아야 돼.’ 하면서 한국말 안 가르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죠.

 그런데 요즘 그런 사람들은 미국사람들에게 무시 받아요. ‘너는 한국계인데 너의 뿌리도 모르면서 어떻게 살아가겠냐?"합니다. 그래서 요즘 교포들도 한국말 배우고,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말 글로벌한 인재가 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있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실체가 없어지는 거죠.

▲ '할로윈 고구려 프로젝트' 2010년 미국 할로윈 퍼레이드 때 고구려 갑옷 등 한국전통의복 및 귀신을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강우성 씨는 지난해 여름 한국을 직접 방문 SBS 의상팀 협찬을 받고,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후원을 받기도 했다.
 

⊙ 이와 같은 고민을 누구나 한번쯤 했을 텐데 어떤 사람들은 생각으로만 끝나고, 어떤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기도 해요.

 생각으로는 저는 벌써 만리장성을 쌓고, 세계평화를 지켰습니다. (하하하)
 자기의 시간을 희생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격려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해요.
 요즘에는 나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나만 성공하면 된다. 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자기 계발하는 데만 신경씁니다.

 저도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다 보니 겁이 많이 났어요. 앞만 보고 달리다 어느 날 뒤돌아 보니 같이하겠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길을 터 나가는 것, 제가 이런 역할을 함으로써 이걸 본 많은 친구가 용기를 갖고서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생각하고,  따라오며 함께 길을 넓혀 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더 젊고 똑똑한 재능있는 친구들이 동참하는 걸 보면 그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요?

 한글 티셔츠 만들고,  할로윈 때 고구려 갑옷 입고, 설날 때 제기차기 한번 한다고 해서 당장 바뀌는 건 없을 거예요. 다만, 이걸 보면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혼자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업주에게만 짐을 지을 수도 없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거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걸 보여주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방안을 제시해 주고 싶습니다.

  한글티셔츠를 만들었다고 해서 한글만 알리는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해 조금 더 알기 위해 한국어를 찾아보고, 드라마를 찾아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연관 사업이 활성화 되는 거예요. 그러니깐 문화라는 큰 틀 안에 한글, 한복, 음악, 대중문화가 다 있고, 하나의 고리를 점화시켜주면 연결되어 있는 것이 같이 활성화 되는 거죠.
 K-pop도 음악이 좋아서 듣다가 한글을 공부하고, 음식을 먹게 되고, 드라마 <대장금>에 한식이 맛있게 나오면 먹고 싶고, 한국에 와보고 싶고, 한복을 입어보고 싶고, 시도는 다양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 지난해 가을 '할로윈 고구려 프로젝트'에서 소복을 입은 한국 귀신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다만, 대중문화는 유행이 지나면 잊어 버리기 때문에 좀 더 본질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체성을 갖되 포용성을 갖자. 문화라는 것이 장점이나 우수성은 있겠지만 절대 우월성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문화가 최고야", "한국 가수가 최고야", "김연아는 최고야" 남들한테 우리 문화를 사랑해 달라고 바라는 만큼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겠죠.
 그래서 항상 애들한테 보여줄 때는 무조건 "한국문화 매우 좋아요"가 아니라 "한국문화도 재미있으니 체험해 보라"라고 하는 거죠.
 코리안 스피릿은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고 세계 속에서 한국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정신입니다. 글로벌하되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일단 커리어를 쌓으면서 동시에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더욱 실력을 쌓아 전문가가 되어 대한민국 브랜드를 알리고 싶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내가 죽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세상은 바뀐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안하면 안바뀝니다.

 "우리나라 일이 곧 나의 일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나라를 위한 애국이라는 것이 총칼들고 전쟁에서 피 흘리며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 현재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건 한 거고. 이제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현실하고 이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될 때인 것 같아요.

 

 강우성 씨가 진행한 ‘고추장 프로젝트’는 우리 음식의 고유명칭을 찾아주기 위한 ‘고유명사의 브랜드화 추진 프로젝트’이다. 많은 뉴욕의 한식당이나 한식을 수출하는 식품업체들이 “외국인에게 우리 말 발음이 어렵고 생소하다.”는 이유로 고유 이름을 포기한 채 설명문구만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막걸리를 "Makgeolli"가 아닌 "Drunken Rice"로, 김치를 "Kimchi"가 아닌 "Pickled Cabbage"로, 냉면을 "Naengmyun"이 아닌 "Cold Noodle"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와중에 거대한 자금력과 어마어마한 인지도로 무장한 일본 식당들이 막걸리를 "맛코리"로, 김치를 "기무치"로, 냉면을 "레이맨"으로 마케팅 하며 판매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한식이 일식으로 인식되어, 한식을 먹기 위해 일식집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의 부단한 노력으로 우리나라 고추장 제조업체인 한 기업으로부터 Korean Hot Pepper Paste(한국의 매운고추 소스)를 Gochujang(고추장)으로 생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 우리나라 '쌀막걸리'가 'Nigori Sake' 즉, 거르지 않은 순수한 사케로 판매되고 있다. (한식 이름 바로잡기 프로젝트)

 지난해 10월에는 블로그에 남긴 활동상황들을 한 권의 책(세계를 향해 바로 서라. 한솜미디어)으로 묶었다. 그는 저자 서문에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다.


“한국에서조차 한국의 모습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대로 손을 놓고 남이 해주길 바라고 있기만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보게 될 세계의 역사 교과서에 Korea는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중략)세계 속에서 Korea가 아름다운 얼굴을 되찾는 그날까지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1982년생으로 1997년 미국으로 이민
 미국 University of Denver 에서 경영학/경제학 전공
 현재 New York University 에서 심리학 석사
 2010년 New York University 대학원 한인 학생회 (NYU KGSA) 부회장 역임

 - 2007년부터 블로그 (http://www.koreabrandimage.com)을 통해 왜곡 되어 있는 세계속 한국의 이미지와,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글을 다뤄왔다.

 -2009년 9월과 2010년 3월에는, 프레스블로그가 선정한 Million Posting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