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 헤어' 김영대 원장
 서울 멋쟁이 아가씨들이 모여드는 이화여대 앞. 한 미용실에 사람들이 모였다.  앞에 가발 모형 하나씩 세워두고 한 손에는 가위, 한 손에는 빗을 집어 들고 기마자세를 취한다. 그리고는 매의 눈을 부릅뜨고 머리칼을 자르기 시작한다. 

 가위 소리밖에 나지 않는 정적을 깨고 떨어지는 불호령!

 “엉덩이 뒤로 빼지 마세요! 아랫배에 힘 딱 주고 자세 잡으세요. 치! 상체 딱 펴고.”

 젠 헤어 김영대 원장(40)의 한 마디에 엉덩이를 쑥 빼고 엉거주춤 서 있던 베트남 총각 치(21)가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잡고 가위질을 재촉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을 위해 열리는 희망의 미용 교실에서 김영대 원장을 만났다.

 젠(ZEN, 禪)이란 선도 수련,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통일한다는 뜻이다. 김영대 원장은 이를 미용실 경영에 적극 활용한다.  ‘젠테라피 힐링센타’를 운영하며 선도수련과 뇌과학을 접목시킨 뇌파진동을 소개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비자지즘(Visagisme, 머리와 화장, 의상 모든 부분에 있어 조언과 함께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강의할 수 있는 유일한 비자지스트이기도 한 김 원장은 미용에 대한 그 철학도 뚜렷하다.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이 아니죠. 필요하다면, 그리고 원한다면 손님의 감정, 영혼까지 치유한다는 마음으로 손님을 만나요. 이 일을 한 지도 15년이 넘었는데, 항상 고민해요. 한 번의 손질에도 사람의 마음까지 힐링(healing)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혼자서 세상 사람들을 다 힐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낀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바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용 교실이다. 국적도, 나이도, 한국으로 오게 된 이유도 모두 다르지만, 이주여성인권센터를 통해 모이게 된 교육생들은 취업이나 창업을 목표로 열심히 배우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2시간씩 하는데 열 분에서 열다섯 분정도 오세요. 우즈베키스탄, 중국, 베트남, 몽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수업 중에 우리말이 서툰 사람이 있으면 여기저기서 자기 나라 말로 서로 설명해주곤 해요. 재미있어요. (웃음)”

  ▲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젠 헤어'에서 펼쳐지는 미용 교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교육생들의 학구열이 뜨겁다.

 

 

 

 

 

 

 

 

 

 

 

다른 미용실은 일요일 오전이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인데, 김 원장은 그 시간에 손님은 안 받고 미용교실을, 그것도 무료로 연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 특히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그냥 결혼해서 아이 키우며 살림하면서 사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을 배워서 자기 인생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젠(ZEN) 헤어’를 ‘상생(相生)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상생경영문화를 추구하는 미용 그룹이죠. 나는 물론이고 홍익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홍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을까요.”

 상생브랜드 ‘젠 헤어’를 꿈꾸는 김영대 원장의 바람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2007년 4월에는 네팔에 아트센터를 만들었다. 개원 1년 후에는 김 원장이 직접 가서 헤어쇼를 하기도 했다. 네팔의 유명연예인들이 참가했으며, 김 원장의 시연 소식은 네팔 방송에 보도되고 일간지 1면에 실리기도 했다.

▲ '젠 헤어'는 네팔에도 진출하였다. 김영대 원장은 지난 2008년 4월에는 네팔 현지 아트센터에서 헤어 스타일 시연회를 펼쳤는데 그 소식이 방송에 보도되고  일간지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신문 1면 가장 위편 왼쪽에 제 사진이, 오른쪽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이 걸렸어요. (웃음) 홍익을 추구하는 젠 헤어의 철학이 외국으로 나가기 시작한 거죠. 지난 4월에는 베트남에도 다녀왔어요. 계속해서 세계로 뻗어 나가야죠.

 홍익이라는 것.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멈출 수 없죠. 안 할 수 없는 거예요. 당연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