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뉴스의 사건, 사고 소식을 트위터에 퍼뜨리고, 드라마 '최고의 사랑' 독고진과 구애정의 키스에 눈물 흘린다. 쾌락은 인간 행동의 강력한 동기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관계를 맺고, 나아가 음악, 미술, 영화, 문학, 텔레비전, 공상을 즐긴다. 모두 쾌락을 쫓는 과정이다. 따라서 인간을 온전히 알려면 쾌락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쾌락을 낱낱이 들여다본 책이 있어 시선을 끈다. 발달심리학과 언어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폴 블룸의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이다. 저자는 감각적 쾌락이 아니라 본질주의적 쾌락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대상이 주는 즐거움은 대상 자체보다 우리가 그 대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 도서명 :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인간 행동의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쾌락의 심리학, 지은이 : 폴 블룸, 살림출판사
그래서 그림을 감상할 때는 화가가 누구인지가 중요하고, 이야기를 읽을 때는 진실인지 허구인지가 중요하며,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어떤 동물의 고기인지가 중요하고, 성관계를 맺을 때는 상대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타고난 본질주의자이다.

 

사람은 이성의 어떤 특질에 빠질까? 책은 심리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소개한다. 한 연구에서는 피츠버그 대학의 여러 강의실에 여자들을 들여보냈다. 여자들은 수업에 참관하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학생들과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횟수는 15회, 10회, 5회, 0회로 차등을 두었다. 한 학기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 여자들 사진을 보여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15회 참관한 여자를 가장 매력적인 사람으로 꼽았고, 가장 매력 없는 사람은 강의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였다. 이처럼 친숙한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단순노출효과’라고 부른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친숙한 대상이 안전하다고 전제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합리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이웃집 아가씨가 유독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처음 본 사람보다 드라마 주인공이 더 멋져 보이는 것은 매일 TV에서 노출되는 연예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똑같은 와인도 상표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같은 그림도 유명 화가의 작품으로 밝혀지면 가격이 치솟고 위작으로 밝혀지면 가격이 추락한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구별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맛을 결정하는 건 콜라의 맛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결과도 나왔다.

작가는 음식, 예술, 섹스, 물건, 영화, 이야기, 상상 등이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진짜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라는 의문으로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보여준다.

타임지는 "폴 블룸은 실험, 인용, 철학적인 단편과 일화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이 책에서 음식, 섹스, 예술 등의 주제를 풍부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더 깊은 주제까지 건드린다. 쾌락원리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이 책을 기꺼이 인정했을 것이다."라고 호평했다.

또한 『탁월한 결정의 비밀』 저자인 조나 레러는 "풍성하고 도발적인 이 책에서 폴 블룸은 쾌락의 역설을 논하고, 식인행위에서 피카소와 이케아 가구에 이르기까지 쾌락에 관한 모든 것을 탐색한다. 기이한 형태의 쾌락은 인간의 마음에 관해 가르쳐주는 유쾌한 방법이었다."라며 추천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