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라면 어르신이나 전공자만 즐기는 '그들만의 예술'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지난 5월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공감! 청년국악' 행사 중 이재하의 거문고 독주회 ‘현금제(玄琴祭)’에는 20, 30대 젊은이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현금제(玄琴祭)는 '거문고를 통한, 거문고를 위한 제사'라는 의미이다. 전통의 부활 혹은 망자의 방문을 표현한 제1장 ‘한갑득류 거문고산조’에 이어 2장에서는 거문고와 아쟁의 병주(竝奏)로 만남을 통해 회포를 풀고 제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신명나게 풀었다. 3장 ‘대풍류’에서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어우러져 갈등을 해소하고 인간 감정의 합일을 이루는 과정을 아쟁, 피리 등 관악기와 함께 어우러져 큰 놀음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장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원하는 현금을 위한 제사 ‘거문고 시나위’로 2시간여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25)씨가 현금을 위한 제사 '거문고 시나위'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

  이재하(25) 씨는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디자인 및 레퍼토리를 기획했다.

"원래 무속과 우리 전통의 굿에 관심이 많았죠. 제사는 어찌 보면 엄숙하고 무서운 분위기로 여겨지는데 제사를 준비하는 축제 같은 모습, 떠나가신 조상을 만나는 정중한 순간들을 거문고로 표현하고 싶었죠."

 그는 여느 국악공연과 다르게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무대 연출을 한 탓에 함께 작업했던 선생님들을 많이 괴롭혔다며 너스레를 떤다.

 

▲ 이재하 씨(25) (사진=정의선 객원기자)
"사실 저는 ‘국악’을 한다기보다 ‘음악’을 한다고 말해요. 제 생각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거문고이고, 국악인이니 뭘 만들어도 거문고를 적용하게 돼요. 영어·일어·중국어 등 세상 모든 말을 배워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우리나라 말이듯 제겐 국어 같은 존재입니다."

  무대 밖에서 만난 이재하 씨는 아이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20대 보통 청년이었다. 국악 특성화 학교인 경기도 수원 소화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학교 강당에서 들리던 소리에 끌려 거문고와 처음 만났다고 한다. 거문고를 배우겠다는 그에게 아버지는 "내가 술 한잔할 때 옆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할 거라면 시작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어렸을 때는 플롯, 바이올린, 피아노 등 서양악기를 배웠고 거문고를 접하게 되면서 피리, 대금 등 국악기들을 배웠다. 그 후 컴퓨터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악기와 음악적 소스들을 결합하는 방법들과 ‘음악’ 자체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지휘’라는 꿈을 위해 작곡을 배우는 과정에서 독학으로 컴퓨터 음악을 공부했다. 그는 ‘네이지(Neige)’라는 가수로 디지털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거문고는 다양한 음악 중 나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우리 말과 같은 존재

 재하 씨는 "서양음악은 음계가 구분되고 음이 딱 정해져 그것만 갖고 노는 거죠. 국악은 서양음악이 들어오며 억지로 나눈 경향도 있지만, 각각의 음을 구분 짓기보다 음 전체를 하나로 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음을 만드는 거죠. 평균화되지 않은 음을 국악에서는 미분음(微分音)이라고 합니다. 미분음을 얼마나 능숙하게 적재적소에 쓰느냐가 우리 음악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판가름하죠."라며 서양음악과 국악의 차이에 대해서 소견을 밝혔다.

 국악공연이 딱딱하고 지루할 것만 같지만 재하 씨 스스로 음악을 ‘갖고 놀기’에 그의 공연을 보는 이들도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듯하다.

 “어렸을 때는 되고 싶은 것을 정해놓고 그 목표만 보고 달렸는데 한번 흐트러지니 일어서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우리나라 이십 대 청년들이 취업과 진로문제로 희망이 없고, 자신감도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재하 씨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잘하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뭔가가 생기는 것이 제 장점인 것 같습니다. 계속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그걸 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분야도 넓어지고요.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다 보니깐 여기까지 왔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리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재하씨의 공연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취재- 전은경 기자 / 정의선 객원기자

<국학신문 6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