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천절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지나갈 모양이다. 이 뜻 깊고 즐거운 날에 온 나라가 떠나갈 듯 떠들썩해도 모자랄 터인데,  몇 안 되는 개천절 행사를 가 보아도 인산인해는 고사하고 늘 무안하리만큼 한산하다. 그나마 국학원에서 매년 개천축제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른다. 

으레히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우리의 대통령은 개천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듯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천절은 그저 10월 초의 하루 쉬는 날일 뿐, 그 어느 국정 공휴일보다 존재감이 약하다.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잠시 밀어두고  자문해본다. 왜 일까? 우리 겨레의 뿌리를 마음 속에 되새기는 개천절이 왜 변변한 대표행사 하나 없이 초라하기만 한 것일까?

크리스마스나 석가탄신일은 이제 특정 종교의 기념일을 넘어, 온 국민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크리스마스야  말할 것도 없고, 석가탄신일  앞뒤로도 수많은 문화행사가 치러진다.  당일 저녁에는 시청에서 조계사까지 매년 수천 개의 연등이 거리를  아름답게 밝힌다.  이 두 날에는 모든 미디어가 앞다투어 사랑과 자비와 감사를 외친다. 거리에는 축제의 분위기가 넘쳐난다. 여기에 대목을 노리는 이들의 노련한 상술까지 더해져 흥분과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개천절은 어떤가?  개천절  앞뒤로는 그런 흥분과 기대감을 느끼기 어렵다. 개천절 행사가 초라한 것은 단지 정부가 무관심해서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개천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만도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 개천의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 우리 겨레의 뿌리, 단군의 문화를 기리고 공부하며, 이 문화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재현하며 발전시키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개천행사 조차도 형식적이고 건조한 것이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는 것이다.  개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묵은 옛 이야기일 뿐  현재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개천의 문화를 우리의 삶 속에 아직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개천절을 어떻게 기려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나는 국학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국학을  자신의 삶 속으로 흡수하는 속도와 능력, 그들의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뇌가 만들어내는 결과를 보며 감탄한 적이 많다.  그들이 마음으로  단군을  받아들이자 힙합을 하는 단군 비보이가 나오고,  동북공정을 반대하는  플래시몹이 나왔다. 그들은 국학을,  단군을 자신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사이버 세상으로, 모바일 세상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들에게 국학활동은 신명나는 놀이요 삶의 일부이다.  

정말 떠들썩한 개천절을  원한다면 우리도 그들처럼 유연해져야 한다.  개천절이 국민축제가 되게 하려면 국학을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국학이  학문이 아니라  삶 자체였듯이,  우리도 국학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먹고 마시고 일하고 노는 우리의 삶 속에 국학이, 단군의 문화가, 선도와 개천의 문화가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나는  매일 새벽 이웃에게 국학기공을 가르치기 위해 새벽 공원으로 향하는 국학기공 강사들의  정성, 국학의 참목소리를 내기 위한 국학신문사 설립 , 생활 속의 선도문화 보급… 이 모든 노력이 국학을 우리 삶 가까이로 가져오려는 노력이라고 믿는다.  

어느 해의 개천절에 국민대표들과  각계 원로들이 모여 하늘에 천제를 올리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 자리에 대통령이 함께 있으면 더욱 멋지리라.  거리에는 축제 분위기가 넘쳐나고,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저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나라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 날, 글로벌 시대에 더욱 높아진 민족의 자존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이 벅차 오르고,  드높은 홍익의 이상으로 더 나은 세계를 함께 창조하자는 꿈이 가슴 가득 들어찬다.  그 날, 5천 년 전, 단군의 가슴에  들어찼던 그  희망과 기쁨처럼, 그의 후손들이  한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땅에  감사하며 아름다운 인간의 길을 노래한다.

이것이 내가 그려보는 떠들썩한 개천절의 모습이다.  국혼과 국학 부활을 위한 수천, 수만의 노력이   삶 구석구석까지 뿌리내릴 때, 우리는 머지 않아 그런 개천절을 맞게 될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