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11년 6월 26일은 백범 김구 선생이 돌아가신지 62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온 국민의 슬픔 속에 선생은 세상을 떠났으나 선생의 얼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우리의 귓전을 울리고 있다. 선생의 위대한 유언이라 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선생이 바쁜 일정을 할애하여 쓴 『백범일지』에 구슬 같은 글씨로 기록하였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력은 우리 생활을 풍족하게 할 만하면 되고 우리의 강역은 남의 침략으로부터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내가 한없이 원하는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선생이 한없이 가지고 싶어 한 것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문화의 힘이었다. 일본 강점기를 막 빠져나온 시점임에도 선생이 원한 것은 군사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닌 문화의 힘, 정신력이었다. 우리에게 왜 문화의 힘이 필요한가.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인류가 지금 불행한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慈悲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금 배양하여야 할 것은 오로지 최고의 문화력이다.” 인의는 유교가 말하는 정의이다. 부정부패와 거짓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한다. 자비는 불교가 말하는 이기심이 없는 이타심과 자선과 복지의 사회이다. 사랑은 기독교가 말하는 아가페의 사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세계에는 인의 자비 사랑이 부족하다. 부족하다기 보다 없다는 편이 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온 나라 온 세계를 ‘홍익인간 이화세계’로 하는 힘이 있다. 김구 선생은 코리안 스피릿을 말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에게 무력이나 경제력으로 세계를 제패할 힘이 없으나 정신문화로 온 세계를 정화할 힘이 있다.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선생은 “첫째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아야 한다.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다고 믿는다. 둘째 우리가 만들어야 할 최고의 문화란 우리 모두가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다. 우리말로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 사람이라면 가는데 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을 것이다. 셋째로 우리나라 산에는 산림이 우거지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화려해야 한다. 그리고 넷째로 우리의 용모에는 화기가 빛나야 하며 우리 국토 안에서는 늘 훈풍이 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백범은 정신문화로 온 세계를 정화할 힘인 코리안 스피릿을 강조했다

이상 네 가지 조건을 갖추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훌륭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대로 살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 정신을 고쳐야 한다. 선생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써 되는 것인데 일시 그렇게 되는 것으로서 부족하고 꾸준한 단련과 정신교육으로 영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맘속에 잘못 품었던 것을 모두 비워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먹는 것이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 그리고 과거의 단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김구 선생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첫째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적을 미워하고 살벌한 마음을 가졌었으나 적이 물러간 지금 우리는 증오의 투쟁심을 버리고 화합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이기적 개인주의 사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고 있지만 제 배를 채우기 위한 자유가 아니요, 제 이웃 제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이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이다. 셋째 민족의 행복은 결코 계급투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계급투쟁은 끝없는 계급투쟁을 낳아서 국토에 피가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또 민족의 행복은 개인의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니 내가 이기심으로 남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다.”

김구 선생은 또한 우리끼리 집안싸움을 하지 말자고 권고하였다. “집안이 불화하면 집안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나라가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선생은 끝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우리나라가 위와 같은 나라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자손을 위해 이러한 나라를 남기고 가면 얼마나 좋은가.”

<국학신문 6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