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에 머리를 감고 수리취라는 나물을 뜯어 떡을 해먹는 멋스러운 단오.
일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큰 명절인 단오를 부르는 우리말은 수릿날이다. 수리란 ‘신(神)’이란 뜻과 ‘높다’는 뜻을 가진 말로 수릿날은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을 의미한다.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가 단오문화권으로 단오를 주요 명절로 기린다.

사서 기록으로만 천 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는 단오를 기리는 여러 행사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의 걸작으로서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는 일반적인 명절축제나 지역축제와 달리 축제 전 기간에 걸쳐 독특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지고 전개된다.

먼저 음력 4월 5일 칠사당에서 신주를 빚어 음력 4월 15일 대관령고개를 올라 강릉시장이 초헌관을 맡아 산신제와 성황제를 지낸다. 이때 강릉단오제의 하이라이트인 신목(神木)모셔오기를 하여 서낭당 앞뜰에서 신목에 색색이 옷감으로 만든 띠를 입힌다. 신목을 앞세우고 ‘영산홍가’를 부르며 국사성황행차를 통해 강릉시내로 내려와 국사여성황사에 모신 여서낭님과 합사(合祀) 한다. 남자 신과 여자 신을 합방시키는 것이다.

신목을 모시고 국사여성황당으로 향하는 국사성황행차(자료=(사)강릉단오제위원회)

그리고 음력 5월 3일 저녁 국사성황과 국사여성황의 신위와 신목을 단오장 제단에 모시기 위해 영신행차를 한다. 신위와 신목을 제단에 모셔놓고 본격적인 단오무당굿과 무언가면극인 관노가면극 등 흥겨운 축제를 벌인다. 마지막으로 단오제 동안 모셨던 대관령국사서낭과 국사여서낭을 보내드리는 송신제와 각종 의례와 단오굿에 사용했던 신위와 신목, 지화, 등(燈), 용선 등 모든 것을 태우면서 막을 내린다.

현재 산신으로는 김유신 장군을 모시고 국사성황은 범일국사, 여서낭은 정씨(鄭氏) 집안의 딸인 정씨녀라고 알고 있으나 그 유래가 정확하지 않다. 문헌의 기록은 고려 때부터 나타나고 있으나 동예 때 오월제(五月祭)의 성격으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강릉단오제의 뿌리는 부여의 영고, 예맥의 무천, 마한의 천군, 고구려의 동맹, 백제의 교천, 고려의 연등, 요나라의 예화악, 금나라의 사류 등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천행사의 일종인 천신제(단신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학연구소 박성수 교수는 그의 저서 <단군문화기행>를 통해 “강릉단오제의 과정 전체가 단군 왕검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이며 “신목에 내려오는 산신은 환인이 태백산 정상 신단수 아래 내려 보낸 환웅을 의미한다. 환웅이 웅녀를 찾아 합방한다는 강릉단오제의 줄거리는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나오는 설화를 충실히 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명나는 본 축제를 위해 신목과 신위를 단오장 제단에 모시는 영신제 전날인 음력 5월 2일이 바로 단군 왕검의 탄신일이다. 올해 6월 3일이 음력 5월 2일 제4380번째 단군왕검 탄신일이다.

전통 굿과 유교식 제례가 함께 이루어 진다.(자료=(사)강릉단오제위원회)

단오제의 각 과정을 살펴보면 신과 인간의 상생, 자연과 인간의 상생, 남성과 여성의 상생, 혼돈과 질서의 상생, 갈등과 화해의 상생을 그리고 있다. 현재 축제의 형태도 불교와 유교를 포용하여 전통 굿과 유교식 제례, 불교 행사가 어우러져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정신은 바로 포용과 상생의 어울림이다. 즉 단군 왕검이 고조선을 세우며 통치철학으로 제시한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인 코리안 스피릿과 잇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