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이십 대 후반의 이진경 씨는 척추측만증으로 늘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또한, 아이들을 지도할 때 과도하게 목을 쓰며 병원에서 성대결절 판정을 받게 되었다. 누적된 피로에 성대결절까지 건강이 악화된 그녀에게 남편은 단(丹)태권도를 소개했다. 태권도라 하면 딱딱하고 강한 느낌이 들어, 아이들이나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단태권도는 성인들도 많이 한다고 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단태권도를 만난 후, 건강을 회복하게 된 이씨는 2년여 만에 어느덧 단태권도 사범이 될 정도로 단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명실공히 국제공인 스포츠로서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는 한국 고유의 전통무예인 태권도에 한민족의 인간완성학의 철학과 원리가 담긴 단학이 접목된 것이 단(丹)태권도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등의 여러 국제 대회에서 주 종목으로 부상하면서 태권도의 스포츠 요소들은 강화되었지만, 무예로써 기본이 되는 에너지(기氣)적 요소는 잊혀 가고 있다. 이에 ‘기’의 중요성을 되살린 것이 바로 단태권도이다. 사라져가는 태권도의 중심철학을 살리고자 2004년 시작된 단태권도 최만규 사무국장을 만나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단태권도 최만규 사무국장. 경희대 태권도학과 석사 및 단국대 체육교육 석사. 캐나다에서 6년간 카이로프락틱을 공부한 후 단태권도를 시작,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박사과정 중이다.
 단태권도란 정확히 무엇인가?

 태권도의 육체적 기술에, 한민족의 인간완성학의 철학과 원리가 담긴 단학을 접목해 몸과 마음과 정신을 살리는 무예이다. 특히, 단태권도의 원리는 하단전과 뇌를 연결해 단전은 따뜻하게, 뇌는 차갑게 유지하도록 한다. 우리는 수련자에게 존재에 대한 목적성과 삶의 비전을 갖고 수련에 임하도록 유도한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는 올바른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련에 임하면 건강한 체력을 통해 인성도 강화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태권도의 시장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데
  사회적 영향이나 여건이 크다고 본다. 80~90년대에는 아이들 지도에만 신경 써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IMF를 겪으며 출산율이 감소했고, 2000년 초반부터 태권도 운영에 영향이 오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태권도학과는 20여 개가 있으며,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에서 매년 2~3천 명의 지도자를 배출한다. 이로 인해 2000년 초반에는 6,000여 개의 태권도 도장이 있었던데 비해, 현재는 12,000개 이상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전국의 초등학생 수는 90년대 600만 명에서 지금은 400만 명 정도로 줄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웬만한 도장이 아이들로 가득 차 이들만 잘 관리하여도 운영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현재 아이들은 줄고 태권도 도장은 늘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금 태권도 도장은 위기이다.

최근 현직 태권도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5~6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 태권도에 크게 관심이 없던 지도자들이 지금은 모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에 대한 교육시스템이나 체험이 없어 혁신해야 하는 건 모두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성인 태권도에 대한 프로그램이 있는 단태권도는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

 최 사무국장의 말대로 단태권도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처음 취재 요청 시 11개 시도에 73개에 달하던 도장 수가 얼마 뒤 8개 늘어 82개가 되었다.

단태권도와 태권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단태권도는 성인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최근 통계청은 2010년 11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11.3%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현직 태권도 사범들은 어린 아이일 때 배워 성인 지도의 경험이 없다. 성인 지도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태권도가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인 이상 고령 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을 지도하려면 무엇보다 뚜렷한 중심철학이 있어야 한다. 중심철학은 성인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단태권도는 코리안 스피릿, 홍익인간의 정신이라는 중심철학이 있다.

 단태권도는 처음으로 단학과 태권도를 접목하여 가장 먼저 성인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단태권도 관장과 사범들은 도장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수련장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벽 공원, 보건소 등에서 무료 단태권도 교실을 열고, 학부모 건강교실, 어르신 단태권도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보급하고자 집중하고 있다.

 단태권도 수련을 소개해 달라.
  요즘 사람들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이 부족하다. 단태권도는 ‘타법(打法) 수련’을 통해 기운 정화를 하고 단전을 강화하여 몸의 중심을 바로 세운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 차가워진 장이 몸의 체온을 떨어뜨리고 질병을 일으킨다. ‘장운동’을 해서 몸의 온도를 높여주고 단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전신조타(온 몸을 두드려주는 수련)’ 수련에서 12개의 경락 및 8개의 기경팔맥 등 20개의 경락을 골고루 풀어줌으로 온몸에 기운이 돌게 한다.

 사람들이 단태권도의 수벽(手擗)치기 수련에 대해 의아해하는데 고려 시대 우리 조상은 수박도(手搏道)라 하여 맨손으로 승부를 가리는 무예를 즐기기도 했다. 단학의 원리로 보면 손은 뇌하고 연결되어 있어 손을 많이 자극해 주면 지감(止感, 감정을 그치고 집중하는 것)이 빨리 되고, 지감이 빨리 되면 몸에서 일어나는 기적인 감각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기가 연결 되어 내공수련의 기초가 된다. 내공을 익히면 술(術)로서의 태권도가 아닌 진정한 수련이 되는 것이다.

 또한, 무한대 그리기 수련(팔로 팔자를 크게 그리는 것) 을 통해 뇌를 쓰고, 눈이 빨라지면서 공격과 방어가 빠르게 된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하나의 동작에 들어가 있다.

 단태권도의 이런 기본 동작을 5년 정도만 꾸준히 하면 평생 몸의 균형을 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

▲ 왼쪽부터 수벽치기, 전신조타, 무한대 그리기 수련

 최만규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태권도만 잘하면 됐었지만, 이제 학부모들은 자녀가 좀 더 유능한 지도자에게 배우길 원한다."라며, "학력이 실력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태권도 사범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추세다.”라고 말한다. 한민족의 중심철학인 홍익인간의 정신과 단학의 원리를 태권도에 잘 적용하여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가 이토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으로써의 철학과 정신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 지난 5월 14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국학원 잔디운동장에서 열린 '제 2회 단태권도 대회'. 우리 민족의 뿌리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자 민족 국혼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사단법인 국학원에서 대회를 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