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에 중생에 대한 마음을 담는 선재 스님 <사진 출처=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불광출판사>

 

“우리나라 사찰음식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지난 5월 16일 출간한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을 받아든 기자가 선재스님에게 바로 전화해 문의한 첫 질문이다.

지난 30년여 년 간 사찰음식으로 불교계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선재스님은 맑은 얼굴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사찰음식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고 사찰이 산중에 있어 약초를 다양하게 먹는다. 게다가 쓴 약초를 맛있게 먹기 위해 발달된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문화가 발달했다. 조상들의 지혜가 응축된 장은 세계에서 빼어난 발효음식으로 채소의 독소를 제거하고 단백질을 보충해 주며 항암작용이 있어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사찰음식을 부르는 나라마다 이름도 다르다. 일본은 수행정진을 위한 음식이란 뜻으로 ‘정진요리’, 대만은 ‘채식요리’라고 하고 인도와 태국은 탁발을 한다. 우리나라는 선(禪)불교를 중심으로 사찰음식이 발달해 ‘선식(禪食)’ 이라하고 하며 발우공양을 한다.

음식을 남김없이 먹고 무 짠지나 배추김치 한 조각을 남겨 발우에 물을 붓고 남겨둔 반찬조각으로 발우 안쪽에 묻어있는 음식물들을 깨끗하게 헹군다. 그리고 그 물 까지 남김없이 마시는 것이다. 발우는 자연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자신의 간경화를 사찰음식으로 다스린 선재 스님은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고 '생명존중' 정신을 깨닫기를 바란다.

 

선재스님은 “각 나라마다 이름은 달라도 사찰음식의 가장 기본은 ‘생명존중’입니다. 아픔을 느끼는 생물, 즉 사람 동물 어패류 곤충까지 모두 일컬어 ‘유정’이라 하고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나무 산약초 채소 바람 공기 물 흙 등을 일컬어 ‘무정’이라고 하죠. 유정과 무정 모두를 아울러 중생이고, 자연은 나와 하나입니다. 물이 오염되면 그 물을 마신 동식물을 섭취하거나 내가 마시고 병들고 땅이 오염되면 그 땅에서 나는 식물이 오염되어 내가 병들게 되죠.”라고 했다.

하늘과 땅 사람이 모두 하나라는 천지인 사상, 하늘과 땅 사이 모든 살아있는 것을 아울러 이롭게 하고자 한 홍익정신을 이은 우리 선도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스님도 “진리는 하나로 통하게 되어있다.”고 답했다.

선재 스님은 그 자신이 간경화로 1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가 사찰음식으로 다스린 경험이 있다.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할 당시 논문도 <사찰음식문화연구>였으니 스님과 사찰음식과의 인연이 무척 깊다. 스님의 사찰요리는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음식,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서양에서도 웰빙 바람이 불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3년 전 주독 한국대사관 주최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08 독일 웰빙 사찰음식축제’에 독일 정재계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성황을 이루었고, 2009년부터는 해마다 독일 슈타인바이스 대학 MBE 과정 학생 100여 명이 사찰음식을 배우러 온다.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책을 내고 11년 만에 낸 이번 저서에서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꿔주는 선재스님.
음식 철학과 함께 스님이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스님과 같은 환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던 에피소드와 갖가지 질병에 괴로워하던 이들을 음식으로 치유한 사례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문제아에게는 문제음식이 있다. 음식을 바꾸면 아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화를 잘 내고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폭력을 일삼고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문제아로 낙인찍힌 문제 청소년을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좋은 음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체험담이 실려 있다.

선재 스님은 “사람들은 음식을 그냥 먹는 것으로만 알고 있어요. 음식 속에 모든 생명이 담겨 있음을 알고 자연을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자 합니다. 또한 맑고 건강한 영혼을 위해 수행하는데 이는 자연이 맑고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것이죠.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고 했던 유마경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합니다.”라고 음식에 담긴 ‘생명존중’철학을 말했다.

 

 


<사진출처=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불광출판사, 2011년 5월 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