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 조남호

천부경은 특정 종파의 경전이 아니라
보편성을 가지고있어 모두가 인정하는 경전


전병훈의 천부경에 대한 주석이 1920년에 나온 이래로 천부경에 대한 연구서가 60-70여권 정도로 아주 활성화돼 있다. 요즘에도 매년 10여권 이상씩 천부경 연구서가 출판되고 있다. 천부경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도교 혹은 선도 사상의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밖에도 기독교, 불교 사상의 관점에서도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

기독교에서의 천부경 연구는 유영모와 김재준을 대표자로 하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 사상을 한국사상과 접목시키려 한다. 유영모는 천부경은 ‘참 나’를 깨달은 사람이 아니고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참 나를 깨닫는 경우 우리는 기독교, 불교, 선도가 같은 지향점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는 얼나, 석가는 법성, 단군은 비롯도 없고 마침도 없는 영원한 생명인 본심을 가르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스라엘처럼 선민의식을 가져서는 안 되듯이, 단군을 신격화해서 예배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우리가 받을 것은 하나님뿐이다. 우리는 단군 국조처럼 하늘나라를 열어서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은 하나님을 깨닫는 것은 참 나를 아는 것이고, 개천이란 하늘나라로 열어서 하나님과 만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탄허와 대행스님이 대표적이다. 탄허는 “우리 국조는 유도석(儒道釋) 삼교와 기독교가 오기 전에 벌써 학술적으로 우리 강토의 민족 주체를 심어 주었다”고 말하면서, 천부경의 근원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천부경에서 말하는 것과 유교, 불교, 기독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천부경 연구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북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에서의 연구는 주로 1980년대 단군릉 발굴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정성철은 천부경이 고조선 시기 세계의 본질과 그 운동 발전의 합법칙성을 설명하려고 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천부경의 일(一)이 세계의 통일적 시원, 출발점을 표시하는 개념이며, 일의 본질은 세계 만물 형성 이전에 그 시초도 종말도 없이 우주 공간에 충만되어 있는 물질적인 기를 가리킨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일을 물질적인 기로 해석하는 것은 유물론적인 사고에 입각한 해석이다. 나아가 그는 “이것은 소박하나마 세계를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로서 해당시기 조선에서의 철학적 사유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사고는 여전히 북한의 연구가 철학사를 유물론과 유심론의 투쟁으로 보는 관점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천부경을 학문적으로 인정했음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 천부경 연구에서 공통되는 점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경전이고, 이것이 주장하는 바는 유교, 불교, 기독교와 같은 지향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일 혹은 궁극적인 존재를 깨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은 천지와 분리되지 않으며, 그것이 곧 ‘참 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종교 간의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천부경에 대한 다른 종교 외에도 천부경 자체를 연구하려는 시도들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완벽하게 천부경을 해석하는 글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것이 천부경이 계속 해석되는 이유이다. 천부경에 대한 기존의 해석들은 너무 사변적이고 임시방편적인 해석이어서, 오히려 천부경이 가진 가능성과 가치를 폄하시키고 있다. 천부경은 단순히 사변적인 형이상학이 아니라, 인간의 자기 수련 경험을 상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천부경 해석이 중요한 것은 선도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천부경은 단군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수련문화의 결정체라고 한다. 수련문화는 그런 점에서 단군시대에 한정될 수 없다.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한다.

천부경은 인간의 수련, 혹은 수양 경험을 통해서 다양한 종교 체험들을 통일적으로 화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천부경 연구는 모든 종교에서 해석되고 있는 만큼 종교간의 화해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정 종파의 경전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는 경전인 만큼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서 천부경이 갖는 의미를 토론함으로써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