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국학원은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제95회 정기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지난 2월부터 천부경을 주제로 진행된 네 번째 강좌로 소설 『근초고대왕』의 윤영용 작가가 강사로 나섰다. 이번 강좌의 주제는 '천부경의 스토리텔링, 근초고대왕'이었다.

"천부경 위서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아니야…중요한 것은 천부경이 가진 놀라운 가치"

▲ 소설『근초고대왕』의 윤영용 작가

 윤영용 작가는 확실하게 말했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작가적 상상력으로…" 그런데 웬걸, 들어보니 웬만한 역사학자보다 더 해박하고 웬만한 연사보다 더 열정적이다. 타고난 이야기꾼(Story Teller)이 여기 있구나 싶다.

 윤 작가는 우선 천부경(天符經)이 가진 종교적 의미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그 본뜻을 봐주길 주문했다. 경(經)을 빼고 보니 남는 것은 '천부(天符)' 두 글자. 본격적인 해석에 들어갔다.

 "천부(天符)란 하늘이 내린 부호요, 법칙이다. 법칙의 기본이 무엇인가, 바로 단위다. 단위로써 천부경을 이해하면 더욱 쉽게 근본 원리를 알 수 있다."

 그는 다른 경전과 달리 유독 천부경에 많이 등장하는 숫자를 주목했다. 0부터 9까지 10진법의 원리가 온전히 담겨 있다. 이 십진의 원리가 바로 문명의 시작점이다.

 천부경의 위대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천부경은 천지창조의 근본원리를 종교가 아닌 과학의 개념으로 담고 있다. 천부경은 '태양앙명 인중천지일(太陽昻明 人中天地一)'을 통해 태양에너지가 모든 존재의 원천 에너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우주입자물리학의 원리 역시 천부경에 담겨 있다.

 "태양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원리, 우주 생성의 원리만으로도 천부경은 정말 위대한 경전이다. '위작이다 아니다'를 논할 것이 아니라 더 연구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태양뿐만 아니라 양자물리학, 기상학, 역사서를 총동원해 윤 작가는 작가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질문 "왜?"를 던지며 열정적인 강의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윤영용 작가가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단군과 윤(尹) 씨는 무슨 관계인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청중들은 갸우뚱. 윤 작가가 말을 이었다.

 

 "단군(檀君)은 밝다, 빛난다는 의미의 박달나무 단(檀)과 다스릴 윤(尹)에 입 구(口)가 합쳐진 군(君)이 만난 단어다. 이 말인즉슨, 빛나는 주둥아리를 갖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빛나는 입을 가진 윤 씨가 단군이다"

 청중은 박수와 큰 웃음소리로 그의 이야기에 화답했다.

 "이게 스토리텔링이다. 윤 씨와 단군, 원래는 아무 관계도 없지만 내가 이야기를 하는 순간 관계가 생겼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특별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에 한 문단의 글이 실려 있다. '캠릿브지 대학에는서…'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단어의 순서가 섞여 있다. 이상하긴 하지만, 다들 내용을 이해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포인트는 메시지의 완벽함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윤 작가의 말에 청중석에서는 "아-"하고 나지막한 탄식이 터진다. 스토리텔링,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천부경 사명 받아 쓴 소설『근초고대왕』, 그의 정신 이어받아 동아시아 아우르는 대한민국 될 것"

▲소설가 윤영용 씨는 천부경에는 숫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0부터 9까지 10진법의 원리가 온전히 담겨 있고, 이 십진의 원리가 바로 문명의 시작점이다고 말했다.

 

 천부경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스토리텔링으로 주제가 넘어갔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다. 윤영용 작가는 이미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야기꾼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 언론 이벤트를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 범국민엽서보내기운동 등을 기획, 홍보해왔고 KBS '교통캠페인',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 등 국민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5권에 이르는 소설 『근초고대왕』을 집필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고 싶었음을 마지막으로 밝혔다.

 "천부경(天符經)의 사명을 받아 쓴 것이 바로 소설 『근초고대왕』이다. 근초고대왕을 통해 오늘,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 쓴 것이다. 머리가 좋고 리더십이 뛰어난 우리가 한반도에 모여 있으니 매일 서로 내가 잘났다고 싸운다. 이제 그 리더십을 갖고 세계로 나가자.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고구려, 신라, 백제 모두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에 가면 '백제향'이라는 지명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백제성'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백제는 무력만으로 영토를 확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선 기술과 정신으로 중국과 일본을 통치한 것이다.

 윤영용 작가 역시 이 부분에 착안했다. 과거 백제인들이 그러했듯이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우리도 그러할 것이라고.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