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 눈앞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 혹은 스마트폰 등 익숙한 생활용품부터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인간의 '창의성'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1세기 화두로 떠오른 '창의성'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5월 2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열린 '창의성 포럼'에 전문가, 청중 5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의  "우리의 창의성이 지구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성균관대 인재개발학과 최인수 교수가 부드러운 진행으로 포럼을 이끌었다. 교육, 과학, 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과제를 수행해 온 인사들이 초청되었다.

 

▲ 좌로부터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박문호 ETRI 책임연구원, 성균관대 인재개발학과 최인수 교수, 영남대 민주식 교수, 대안공간 루프 서진석 대표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이화인문과학원)는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주제로 "나만의 이야기, 구체적인 것을 발견하라', '창의적이려면 방법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실패도 많이 겪어보라'라는 조언을 하였다. 특히 경기창조학교의 멘토와 이화여대 교수로 현장에서 창의 교육을 한 사례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조 교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라며 "뉴턴은 자신의 과제에 대해 매우 몰두했고, 우연히 떨어지는 사과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창의성은 우연과 필연의 결합으로 비로소 켜지는 불꽃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비된 자에게 창조도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뇌 생각의 출현 -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라는 책의 저자이다.)도 의견을 같이했다.  '뇌와 창의성'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한  박문호 연구원은 "사물을 보는 1차 시각 영역의 전달 경로까지는 누구에게나 같다해도, 그 사람의 전두엽에 어떤 선행정보가 있느냐에 따라 새로운 정보의 확산은 확연히 달라진다."라며 "창의성의 본질은 목마름이다. 정보을 많이 쌓은 상태에서 간절한 질문 하나가 있을 때 창조의 강한 분출이 일어난다."라고 뇌과학적 원리를 풀어냈다.

 박 연구원은  뇌세포의 시냅스 사진을 보여주면 "한 개의 신경세포가 다른 만 개의 신경세포를 만난다. 창의적인 행동도 결국 어떤 신경세포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가에 달려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남 담양에 있는  소쇄원을 건축한 조선시대 양산보를 언급하며 "양산보는 자연과 인간 생활의 조화점을 가장 적절하게 찾아냈다. 이렇게 '가장 적절한, 가장 그러한, 가장 잘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창의성이다."라며 창의의 느낌을 강조했다.

 

▲ 창의성에 대해 발표한 발제자들과 참석자들이  창의성에 대해  열띤 담론을 벌였다.

 

 한편, 예술과 기술 발전에 따른 창의성을 분석한 발표도 관심을 끌었다.  '새 생명을 낳는 원동력: 예술적 창작의 비밀'에 대해 발표한  민주식 영남대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 교수는 신과 인간의 창조를 비교하며 "예술은 인간 창조 활동의 전형으로 인간적인 척도에서 절대적인 창조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창조에 대한 여러 예술적 관점을 제기하며 "창조는 끊임없이 결과에 주의하면서 그것이 과제에 대해 의미있는 해답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창조가 만드는 것이면서도 또한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마무리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을 주제로 발제한 대안공간 루프 서진석 대표는 "인간이 탄생한 후 정보의 양이 100년 간 1비트씩 증가했다고 하면, 근래에는 1년에 1비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 안에서 우리의 뇌도 빠르게 진화하며 감각을 확장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즉석 횡단보도, 지하철 휴대 수면기구 등 일본 발명품을 예시로 들며 '아날로그 시대의 선형적이고 전체를 위한 창조'와 '디지털 시대의 비선형적이고 객관적인 창조'를 비교했다.

 참석자들은 현직 교사와 연구원, 학생으로서 '창의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떻게 창의성을 구현할 것인지,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평가는 어떤 것인지, 성인도 창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한 참석자가 '창의적인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민주식 교수는 "창의적 리더는 주어진 틀을 넘어서야 한다. 남다른 고뇌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문호 연구원은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각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詩를 많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나누미락이라는 학생 봉사 동아리에서 참석한 박주영(고2) 학생은 "외교분야에 꿈을 가지고 있는데 '창의'가 무엇인지, '창의적 리더'의 소양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참석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번 포럼은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양하고 즉각적인 정보의 창조와 유통이 가능해진 현대사회에는 인간의 두뇌 계발과 창의성에 대한 연구가 더 본격화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두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