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잘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그 사람과 뭔가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관계는 왜 늘 힘들까? 내 생각이나 의도와는 달리 인간관계가 자꾸만 꼬인다면 무엇 때문인가? 누군가와 만날 때마다 상처 받고 후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계발서의 지침대로 “상대의 눈을 들여다보고” “밝고 긍정적인 미소를 날려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 사람과 나는 왜 항상 꼬이는 걸까》는 이 같은 관계의 ‘어긋남’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의 심료내과(내과적 증상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신경증이나 심신증을 치료하는 과목) 전문의 아시하라 무츠미가 저술한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를 파악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관계의 ‘기술’을 설파하거나 ‘이론화’하는 대신, 인간관계에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 《그 사람과 나는 왜 항상 꼬이는 걸까》한문화 발간
저자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꼬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생각 없이 반복하는 ‘나쁜 습관’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할 때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한 다음 뒤늦게 땅을 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된다는 데 있다. 대체 왜 그럴까? 왜 관계는 학습되지 않는 것일까? 바로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이다. 나에게 장착돼 있는 ‘나쁜 습관’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며 커뮤니케이션 전체를 뒤흔든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이런 나쁜 습관을 ‘게임’이라고 부른다. 게임은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에서 주로 사용되는 심리 분석 용어로, 1960년대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의사 에릭 번이 창안한 개념이다. 이 게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상대나 상황이 달라져도 규칙은 항상 반복되고(나쁜 습관을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조차 모르는 속마음이 감춰져 있으며, 무엇보다 게임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찜찜한 기분과 거북한 결말이 남는다.

게임은 유형에 따라 각각 독특한 이름표가 붙는다. 이를테면, ‘무조건 내가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강박적 심리를 감추고 있는 사람은 흔히 “음, 그런데(Yes, But)” 게임을 펼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 “음, 그런데……”라며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합리적인 반론이나 이의제기가 아니다. “음, 그런데”에는 ‘일단 네 말을 듣기는 하겠지만, 넌 틀렸고 내가 옳다’라는 속내가 함축돼 있다. 반대로 ‘언제나 내가 문제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문제라고 말해(Stupid)” 게임에 빠져 있다. 이런 유형은 상대가 아무리 칭찬이나 격려를 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말다툼이 생기고, “네가 문제야!”라는 말을 듣고서야 안심한다. 이밖에도 “이렇게 노력했는데” “이 자식 잘 걸렸어”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 등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한다. 이 게임들이야말로 인간관계를 꼬이게 만드는 주범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게임을 하는 것일까? 첫째,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본심을 감추고 싶어서다. 따라서 이상적인 자기와 실제 자기 사이에 괴리가 크다면 게임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불편한’ 관계를 통해서라도 더 강한 마음의 자극을 얻기 위해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셋째, 자신이 평생에 걸쳐 쌓아온 삶의 태도가 올바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결국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욕망과 가치관을 왜곡된 방식으로 상대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게임의 근원을 찾는 것이다. 흔히 인간관계가 어긋나면 대부분 자기 자신을 탓한 다음,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럼 ‘진짜’로 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대화를 통해 게임의 실체를 분석하고, 숨은 메시지를 해석하고, 나뿐만 아니라 상대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내면에 잠재한 근본적인 불안과 상처를 극복하라고 독려한다. 책은 그 구체적인 사례와 대안을 심리학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책 속 생생한 사례들이 자신의 경우와 겹치면서 종종 얼굴이 화끈거리겠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이 새롭게 그리는 인간관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특히 ‘기술’과 ‘법칙’이라는 그럴듯한 ‘인간관계의 공학’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교류분석 심리학의 제안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그 사람과 나는 왜 항상 꼬이는 걸까》가 의미를 획득하는 지점이다. 

《그 사람과 나는 왜 항상 꼬이는 걸까》, 한문화, 아시하라 무츠미 지음, 이서연 옮김, 232쪽,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