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아니라 베짱이다. 보는 이마저 푸근하게 만드는 얼굴 주름, 생활 한복을 입은 넉넉한 풍채에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부드러이 움직이는 팔과 다리. 속세는 저만치 멀리에 두고서 유유자적 길 따라 바람 따라 살 것만 같은 전통문화교육기업 풍류도의 선풍(仙風) 신현욱 대표이사(50).

 “베짱이 같다고요? 홍익하는 꿈을 봇짐에 메고 우리 문화 알리는 베짱이입니다. 하하”

 그러나 우리 정신을 ‘풍류(風流)’에 담아 알리는 신 대표의 스케줄은 보통 베짱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빡빡하다. 월요일에는 부산, 화요일에는 대구, 수요일에는 서울, 목요일에는 전국 출장, 금요일에는 대전 대둔산, 토요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대학원 강의. 최근에는 도통군자를 양성하는 ‘도통스쿨(道通 School)’의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통스쿨'은 21세기 '도통군자(道通君子)'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홍익정신을 깨닫고 실천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신 대표를 만난 지난 3월 26일도 충남 천안시 목천읍 지산리에 있는 국학원에서 ‘도통스쿨’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덕분에 기자에게 허락된 시간은 식사 시간인 저녁 6시 반부터 교육 전인 8시까지 한 시간 반. 밥 먹으랴, 묻는 말에 대답하랴 바쁠 법도 하건만 신현욱 대표, 질문마다 맛깔스러운 답을 주었다.

▲ 전통문화교육기업 '풍류도'의 선풍 신현욱 대표이사

 

 

▶ ‘풍류(風流)’, ‘전통문화’라 하면 여유가 먼저 느껴지는데 신현욱 대표는 정말 바빠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그 비결이 뭔가? 

 풍류의 핵심이 멋과 여유인데 대표인 내가 멋도 없고 여유도 없으면 안 되지. (웃음)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여유가 있다. 말하자면 노래를 부르는데 전체를 모르면 마음이 급해지니까 노래도 여유가 없어지지. 하지만, 한 노래를 알고 한 박자를 알면 그 안에서 충분한 여유가 생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되고자 하는 '하나', 그 비전과 목표를 정확하게 알고 선택하면 한 판을 보게 되니까 여유가 생긴다.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그 ‘하나’를 아니까. 우리 몸도 그렇다. 겉으로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생명이 움직이고 있지. 그렇지만 전체 시스템을 알기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우리 문화에서는 그 ‘하나’를 ‘판’이라고 한다. 기승전결이 있는 판소리, 그 외에도 풍물판 씨름판 굿판 등등. ‘판’이란 완성된 전체를 말한다. 한 ‘판’, ‘하나’를 알면 풍류도 알고 인생도 알게 된다.

▶ 그 ‘하나’, ‘한 판’이라는 것을 깨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그 ‘하나’를 사물놀이, 풍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풍물판의 핵심은 ‘하나 되기’이다. 사람들은 항상 하나가 되고 싶어 하지 않나. 풍물판은 춤과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하나'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풍물을 통해 하나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율려를 알게 됐다.

▶ ‘율려(律呂)’라고 했다. 코리안스피릿에서 연재하고 있는 ‘풍류칼럼’에서 율려를 두고 ‘그냥 느끼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어렵다.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나.

 사전에서는 율려를 두고 ‘우리나라와 중국 악률(樂律)의 총칭’이라 정의하고 훈민정음에서는 율려를 ‘조화로움’이라 했다. 하지만, 율려는 수백 가지 말을 가져와도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느끼는 수밖에. 굳이 말로 하자면, 율려는 생명이고 그 핵심은 살리는 것이라 하겠다. 몸을 살리고 기운을 살리고 정신을 살리고. 춤과 노래를 통해서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 안의 영혼을 살리고.

“율려란 생명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살리는 것이다.”

▲ 신현욱 대표는 지난 26일 '도통스쿨'에 트레이너로 섰다. "장고 하나만 있으면 된다"더니 정말이다. 이날 교육생들은 신명나는 춤판을 벌였다.
▶ 신 대표는 전기전자공학도 출신에 원래 포항제철에서 근무했었다고 들었다. 공학도와 풍물, 쉽게 짝지어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좀 긴데…(웃음) 인생이 재미가 없었다. 왜 사는지 고민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그냥 살았지. 그러다가 87년, 매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이도 셋이나 있었고 전날까지 잘 지내던 사람이 사고가 나서 다음날 죽어서 돌아왔다. 많이 고민했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 한 가지인데, 형광등이나 고치고 전선이나 만져서는 만족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선생이었다. 내가 배운 것을 남에게 전하는 게 제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 거지. (웃음)

 선생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사물놀이가 내 인생을 바꿨다. 북채를 처음 잡았던 때의 그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5년쯤 풍물에 미쳐 살았더니 문화센터에서 풍물 선생을 하게 됐고 소문이 나서 여기저기 잔치에도 불려다녔다. 그런데 손에 돈이 쥐어지니까 사람이 변하더라. 그 순간 ‘아, 내가 선생이 아니구나!’하고 느꼈다. ‘우리 음악에 대한 정신 없이 그저 북만 치는 게 무슨 선생인가?’ 좌절했다.

▶ 좌절했던 신현욱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인가.

 95년, 우연히 『단학을 체험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사물놀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사물놀이란 천지조화를 뜻한다.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고 관념을 깰 수 있고 깨달음을 전할 수 있다. 사물놀이를 통해 사람은 물론 사회를 치유(healing)할 수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고 책의 저자이자 현대단학의 창안자인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을 만나게 됐다. 그때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기술의 음악을 그만하고 도(道)의 음악을 하라”

 충격이었지. 내 고민을 꿰뚫은 말씀이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다 들어서 시작한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풍물을 하는 나에게 대의(大義)가 필요했던 때였다. 그렇게 ‘술(術)’의 음악이 아니라 ‘도(道)’의 음악, ‘풍류도(風流道)’를 통해 풀어내는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술(術)’의 음악이 아니라 ‘도(道)’의 음악, 풍류도로 풀어낸다”

▶ 말씀 중에 나오는 국악, 풍류도는 같은 듯한데 또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둘과 율려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국악이 보여지는 거라면 풍류는 기운을 느끼는 것이고 율려란 내 안에 생명을 느끼고 만나는 것이다. 국악은 우리 전통 음악 전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춤·노래·사물놀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일컫는다. 반면 풍류는 내 안의 기쁨이라고 하겠다. 좀 더 나아가 율려는 내 안에 있는 영혼과의 만남이라 할 수 있겠고.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국악은 신피질, 풍류는 구피질, 율려는 뇌간이다. 생명의 측면에서 보자면 국악의 핵심은 리듬, 풍류는 순환, 율려는 균형이라고 정리할 수 있고.

 항간에 ‘국악의 세계화’를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어폐가 있다. 음악은 보편성을 가장한 특수성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국악은 그 나라 민중의 삶과 문화가 음악으로 드러난 것이다. 고유의 것이지 그것을 세계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율려는 다르다. 문화를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걸 넘는 개념이다. 좋다, 나쁘다를 넘어서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대학을 돌면서 율려 공개강연회를 했었다. 그때 확신이 생겼다. 율려를 통해 세상이, 인류가 하나 될 수 있다는 것을.

▲ 신현욱 대표는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도 '율려'를 통해 사람들의 신명이 깨어나기를 바라며 공개강연회를 해오고 있다.

▶ 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율려를 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당시 MIT, 컬럼비아대학, 뉴욕 주립대 등등 많은 대학을 돌면서 율려 공연과 함께 체험 강연회를 했는데 교감하며 율려를 느끼기까지 30분이 걸리더라.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들은 40분, 공무원들은 1시간이 걸리는데 훨씬 빨랐지. (웃음)

 잘 놀면 된다. 논다는 건 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류도를 통해 잘 놀면서 자기가 가진 부끄러움, 두려움, 죄의식 같은 걸 내려놓는 거다.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사람이 밝아진다. 진짜 자기와 통한 거지. 그게 바로 율려고.

▶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음주가무(飮酒歌舞)’를 통해서도 율려를 체험할 수 있나.

 요즘 말로 정신줄 놓고 음주가무를 하면 신은 나지만, 그건 몸과 마음만 즐거운 거다. 그런데 정신줄 잡고 신 나게 노는 걸 보고 ‘영가무도(靈歌舞道)’라고 한다. 영혼의 춤과 노래다. 그냥 스트레스 해소를 하려고 술을 마시면 소통을 할 수는 있지만 율려를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음주가무를 해도 그 중심이 바로 서 있다면 율려를 만날 수 있다.

▶ 자기중심을 잘 잡고 음주가무를 하면 율려와 통하는 영가무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음주가무를 하더라도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먼저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그저 즐거움을 쫓아 엔터테인먼트에만 빠져 있다. 방향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다. 풍류도는 그 엔터테인먼트에 바른 중심을 세우고자 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弘益)’의 정신, ‘코리안스피릿(Korean Spirit)’을 풍류도에 담고자 한다.

▶ 풍류도로 코리안스피릿을 알리고자 하는 선풍 신현욱 대표에게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 세계 100개 나라에 ‘코리안스피릿’을 알리는 교육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장고 하나만 있으면 된다. 풍류도로 사람들 몸과 마음을 열어 주고 영혼의 떨림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전 세계 어느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코리안스피릿’을 알리고자 한다.

 

 인터뷰를 마친 신현욱 원장은 곧이어 있을 ‘도통스쿨’ 교육을 진행할 채비를 했다. 인터뷰를 급히 마치고 바로 100명이 훨씬 넘는 교육생을 맞아 신 나게 놀면서 영혼의 춤과 노래를 이끌어내야 할 텐데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겼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 난다. 이치를 알면 그 전체가 하나로 느껴지니까.”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여기 있구나.

 ‘내 몸하고 잘 놀고, 내 기운하고 잘 놀고, ‘홍익’이라는 비전까지 갖고 잘 노는,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 노는 사람’이라 말하는 배짱이 선풍 신현욱 원장. 풍류도와 함께 온 지구에 전해질 코리안스피릿을 기대해본다.

 삶 자체를 송두리째 즐기는 '풍류도(風流道)'는

 전통문화 교육 기업을 표방한다. 지난 1996년 사단법인 '한문화원'으로 출범하여 2000년 4월 서울 센터를 개원하며 '풍류도'를 공식 창립했다. 현재 부산·대구·대전·일산·평촌·용인 등 전국 8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충남 논산 대둔산에는 5천 평 규모의 예술원을 두어 매년 6월 '풍류 페스티벌'(前 장생 페스티벌)과 '하늘 맞이 축제' 등 다양한 대내외 행사 및 교육을 진행한다.

 풍류도는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의 시대를 전통문화를 통해 열고자 설립되었다. 이를 위해 풍류도는 한민족의 정신적 자산인 '율려'를 뮤직 액션 메시지 3단계를 통해 혁신적인 두뇌 계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내 유수의 기업과 관공서, 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풍류도의 활동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1998년 미국 콜로라도 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국악공연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는 미국 MIT, 하버드 등 주요 대학에서 풍류도 클럽(B&B)을 개설하기도 했다. 풍류도 어린이로 구성된 지구별예술단은 지난 2008년에는 UN본부, 2009년에는 뉴욕 라디오 시티홀에서 공연을 하며 우리 문화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있다.

 현재 풍류도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부설 풍류도 연구소와 (재)한국뇌과학연구원과 연계하여 다양한 연구 및 교육지원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전통문화강사양성, 홍익가정운동, 지구별예술단 양성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